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등으로 약 6개월 간 이어진 정치 불확실성이 드디어 종료된다. 국정공백으로 인한 정책 동력 상실로 '일시정지' 상태에 머무른 우리 기업들 역시 다시 굴뚝을 땔 채비에 나선다.
내각 구성과 구체적인 국정 운영 계획 수립 등 정부가 완전한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재계를 필두로 한 산업계는 기존 대선 후보들이 내세운 정책 방향을 토대로 하반기 전략을 세워 부진 탈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82일의 공백…성장 멈추고 수출도 꺾였다
지난해 12월 3일 밤 11시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국정은 마비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한 이후 국회가 약 5시간 30분만에 비상계엄을 해제했고 11일 후인 12월 14일 윤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통령 공백'이 시작됐다. 이후 지난 4월 4일 대법원이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면서 차기 대선일이 오늘로 정해졌다. 182일간의 국정 공백이었다.
대통령의 공백은 어느 시기에 닥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지만, 이번엔 위기감이 남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전 세계 교역국을 상대로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들면서 경제적 불확실성까지 확대되면서다.
우리나라 주요 부처 역시 대통령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낮춰 잡은게 대표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3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잡았지만 이를 줄곧 하향 조정하면서 올해 2월에는 1.5%까지 낮췄다.
당시 한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성장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이 최근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8%까지 내려왔다.
연간 '전망치'만 나빠진 것이 아니다. 실제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인 수출까지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5월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572억7000만 달러로 약 4개월 만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관세 압박에 따른 경기 부진 영향도 컸지만 국정 공백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더 뼈아픈 것으로 분석된다.
다시 도약 할 때
재계에서는 이번 대선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를 옥죄왔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전세계의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국정이 정상화 하면 정책이 구체화 하고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 줄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정이 지난해 말 부터 공백이 되면서 연간 정책의 방향성이 모호해졌고 추진동력이 상실됐던 상황"이라며 "국정이 정상화하면 기존 정책과 다른 방향으로 새롭게 제시될 가능성도 있지만,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추진된다는 점 때문에 기업 경영활동에는 이번 대선 종료의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대외신인도가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기업들이 전략을 구체화 할 수 있게 됐고 이 계획 실현의 가부 여부를 따질 때 정치적 요인이 배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역시 대선 종료에 맞춰 본격적인 경영 전략 수립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등은 대선을 전후로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애초 매년 6월께 하반기 경영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 이 같은 회의를 개최해 오기는 했지만, 이번 회의는 대선 직후에 진행되면서 대선 결과에 따른 정책방향을 재점검하고 이에 맞는 경영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선 관계자는 "통상 6월께 주요 그룹들은 경영전략회의를 하기는 하지만 이번 회의의 경우 대선 직후 열리기 때문에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영 전략 논의가 무엇보다 핵심 안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의가 종료되면 정치적 불확실성에 놓여 있던 상반기와 달리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전략들이 실행되는 데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부가 할 일
재계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 중국과의 외교 라인 재구축과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구체화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이 연이어 미국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관계 개선에 힘쓴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정부 요인들을 파견하는데 그쳐야 했다. 그만큼 무게감이 떨어지면서 미국과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큰 소득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기업들을 콕 찍어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압박했다.
따라서 대선이 종료되면 대통령을 필두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 관세로 인한 부담을 낮춰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시에 중국과의 균형외교도 본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국내정부 지원 미비로 경쟁력 하락이 우려되는 산업군을 대상으로 하는 '핀셋지원' 방안 역시 재점검하되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마련된 기업 지원 방안은 '관세'에 대한 공포가 현실화 하기 전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현재 상황에 맞춰 지원 방안을 재점검하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게 추진해야 한다는 거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 경제가 부침을 겪고 있지만 반도체, 방산, AI 등은 여전히 국제적으로 경쟁력과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대선 이전 공약 차원에서 지원 방향을 넘어 이를 실제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새 정부에게는 중요한 과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