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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시대]美통상카드 정점 K조선, 협상 반전 실마리될까

  • 2025.06.05(목) 07:20

'해양강국' 향한 밑그림, 첫 조각된 조선업
美 통상 공세 막는 산업 협력 카드로 부상
고부가 기술·생태계 재편…중소 체력 높이기

4일 서울 국회 로텐더홀에서 이재명 제21대 대통령 취임식이 개최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K-조선으로 해양강국을 만들겠다."

"한국도 (미국과) 협상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꽤 많다."

지난 4일 오전 6시 21분.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한국 산업계는 새로운 질서에 접어들었다. 대선 기간 내내 전략산업 육성을 강조했던 그는 반도체와 배터리, 방산과 함께 조선업을 미래 주력으로 개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기술 고도화, 북극항로 선점 전략, 중소 조선사 체계 지원, 미국과의 조선 협력 확대까지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한 만큼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산업 시험대는 바로 K-조선이 될 전망이다.

조선업, 트럼프式 통상 전략의 역방향 카드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 행사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조선업계는 해양강국 건설을 내건 공약이 본격 정책화될 가능성과 함께 한미 간 통상협상이 재개되는 국면에서 조선업 분야 협업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K-조선으로 해양강국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걸고 조선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액화천연가스(LNG)·전기·수소·메탄올 등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 △자율운항·원격제어 기술 상용화 △스마트 조선소 확산△특수선·MRO(유지·보수·정비) 산업 확대 등이 골자다.

이 같은 정책 전략은 국내 조선업의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대외 통상 전략에서도 활용 가능한 수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국민을 위해서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다리 사이로 기어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도 만만치 않다"며 "한국도 협상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꽤 많다"고 밝혔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한국이 전략적으로 응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LNG 수입 확대나 조선업 협력 등 '복합 딜' 구상이 구체화되는 배경이다.

조선업은 그 카드의 정점에 있다. 미국 해군이 발주하는 함정과 특수선, 극지 작전 선박 등에서 한국 조선소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먼저 협력을 제안한 몇 안 되는 분야가 조선이라는 점에서 통상 협상에서도 수세가 아닌 공세가 가능해진다.

정기선(가운데)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존 필린 미 해군성 장관과 함께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를 둘러보며 건조 중인 함정들을 소개하고 있다./사진=HD현대

미국 무역대표부(USTR) 실무 협상팀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HD현대, 한화오션을 잇따라 접촉했다. 이는 단순 통상 기술협의를 넘어 조선-방산 연계 산업 협력을 염두에 둔 고위급 채널 구축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관세 양보 없이 통상 균형을 맞추기 위한 실질 협력 카드로 조선업 활용을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미국산 LNG 수입 확대와 결합할 경우 한국은 '관세 피해국'이 아니라 '산업 파트너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책에서 구조로… 'K-조선 개편안' 미리보기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사진=한화오션

이재명 정부는 조선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명시하며 수주 확대를 넘는 산업 구조 재편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대형 조선소 중심의 생산 구조를 넘어 기술 고도화·제조 자동화·산업 생태계 확장을 함께 꾀하는 ‘3축 전략’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조선산업 고도화 방안을 조율하고 해양수산부·국방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공약한 전략산업 컨트롤타워가 실제 가동될 경우 조선업 정책과 예산의 부처 간 역할 조정도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핵심 영역으로는 스마트 야드(조선소 자동화), ICT 기반의 자율운항 기술, 친환경 추진체계, 기자재 국산화 등이 꼽힌다. 전 공정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설계-생산-검사 단계에 AI·로봇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생산성은 물론 작업자의 안전성까지 개선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발주 선박의 절반 이상이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감안해 LNG·전기 추진선 외에도 수소·암모니아·메탄올 연료 기반 기술의 조기 상용화를 병행할 계획이다.

스마트 선박 기술 역시 원격제어·자율운항 시스템 실증이 병행되며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 경쟁력도 전략적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숙련 인력과 설계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병행된다. 이는 자동화·고부가 기술 전환이 숙련도 기반 산업의 고용구조와 충돌하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다.

"수주만으론 안 돼" 생태계 재편 예고

새 정부의 조선 전략은 대기업 중심 구조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소 조선사 지원은 생존을 위한 단기 처방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안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소 조선사의 수주 기반 강화를 위해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유도와 무역보험공사 특례보증 확대를 공약한 바 있다. 또 친환경 선박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윤석열 정부 당시 중단됐던 중소 조선사의 친환경 선박 연구개발(R&D) 재개를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이 같은 조치들은 중소 조선사가 단순 하청을 넘어서 친환경·특수선 분야에서 직접 수주와 건조를 수행할 수 있는 산업 주체로 전환되는 구조를 염두에 둔 것이다.

또한 대형 조선소와의 기술 공유, 공동 납품 체계 정비 등을 통해 상생형 연계 생태계 조성도 공약에 포함됐다. 기자재 표준화나 공동 플랫폼 방식으로 납품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구상되고 있다.

미국 해군성 존 필린 장관(왼쪽 세 번째)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 네 번째) 등 관계자들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유콘'함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한화오션

MRO 산업은 조선업의 '제2 성장축'으로 주목받는다. 특히 해군·해경의 발주 선박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유지보수 수요 역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지역 기반 중소기업이 이 정비 생태계의 주체로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인을 마련하는 방안도 정책 검토 과제로 거론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은 산업 흐름이 안정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기본 체력도 튼튼한 편"이라며 "여기에 정부 정책이 본격적으로 더해질 경우 업계 전반에 더 큰 성장 동력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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