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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위태로운 K-백색가전…美 '관세'보다 中이 더 문제?

  • 2025.02.26(수) 07:50

삼성·LG 아성 흔드는 중국기업…가격에 더해 품질까지
미국 관세 부과로 글로벌 저가 공세 확대할 가능성
'성능'보다 '기능' 승부…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 치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카드가 이르면 내달부터 본격화하면서 국내 가전기업들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보다 중국의 위협이 더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느 새 우리나라 가전만큼의 기술력을 보유한데다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어서다. 

백색가전 텃밭인 국내에서 중국 가전들이 치고 나오기 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일반적이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시계를 확장하면 국내 가전 기업들의 위상이 생각보다 쉽게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위협받는 '백색가전' 1등 타이틀

25일 시장 리서치 기관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지난해 TV시장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8.3%를 기록하며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LG전자는 16.5%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거뒀다.

하지만 '매출'이 아닌 '출하량'을 기준으로 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하이센스의 출하량은 2914만대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TV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2200만대를 판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 별로 확대해 보면 지난해 전세계 TV 출하량 중 하이센스, TCL, 샤오미 등 중국 기업의 TV 출하량 점유율은 31.3%인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출하량 추정치인 28.4%보다 높은 수준이다. 

비단 TV뿐만이 아니다. 백색가전의 대명사인 냉장고, 가정용 세탁기, 가정용 에어컨, 청소기 등의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하던 글로벌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가전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논할때 하이얼, 하이센스 등 중국 가전 기업들의 이름이 반드시 포함될 정도다. 

중국이 국내 기업들의 아성을 위협한 것은 중국이라는 국가 차원의 인프라 영향이 본격적으로 발휘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제조업 국가다운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내수시장까지 있어 저렴한 가격으로 착실하게 기술력을 쌓아올릴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특히 근 10년 사이 글로벌 경쟁력을 지진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기술력까지 보유하게 됐다. 중국의 하이얼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부문을 인수했고 마이디어는 일본 도시바의 가전 부문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격에 더해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워낙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체감이 힘들 수 있지만 세계 전체를 따져보면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매년 상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 관세의 나비효과?…중국 파고 더 키울까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관세 인상이 본격화 하면 오히려 중국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것이란 관측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 나서기 위해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게 더 싼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즉 저가 공세를 확대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김기홍·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관세 부과가 중국의 과잉생산 현상을 심화시키고 중국기업의 수출이 여타 국가로 선회할 경우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기업들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제품 자체 '하드웨어' 경쟁력에 더해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품 자체의 원초적인 성능에 더해 더욱 똑똑하게 작동하는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뿐만이 아닌 전세계 모든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들의 성능 자체의 격차는 확대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인공지능(AI)등 소프트웨어 파워가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상황인 만큼 이를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의 경우 제품에 탑재된 기능에서 정보 보호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란 점이 국내 기업들에게는 유리한 상황이라고 본다"라며 "가전 제품의 경우 소비자 개개인에게 특화한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훌륭하게 수행하면서도 정보 또한 완벽하게 보호하는 점도 최근에는 초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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