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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왜 지금일까?' 샤오미의 한국 진출 톺아보기

  • 2025.01.16(목) 06:50

보조배터리 광풍 10년 지났는데…'지금' 한국 진출 이유는
철저한 현지화 내세우니 떨어지는 '직구' 브랜드 매력
'레드오션' 한국서 로봇청소기 성공방정식 이어갈지 주목

'가성비' 가전의 대명사 샤오미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했습니다. 지난 15일부터 샤오미의 한국법인인 샤오미코리아가 헤드쿼터가 되어 본격적인 샤오미 제품판매가 시작됩니다. 

샤오미가 우리나라에서 주목받은 것은 꽤나 오래 전 일입니다. 최고의 가성비 보조배터리로 이름을 알린 이후 다양한 제품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해외 직구족들의 사랑을 받았죠. 

그런 샤오미가 2025년이 되서야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요? 이번 샤오미의 한국 진출 방향을 살펴보면 숨겨진 전략이 보입니다. 

왜 지금 샤오미는 '한국'을 택했을까

샤오미는 지난 2014년 설립된 중국의 전자제품 제조 및 판매 기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지난 2010년대 중반 즈음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당시 샤오미는 저렴한 가격에도 가격에 비해 좋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즉 가성비가 뛰어난 보조배터리 'Mi Power Bank'로 한국에 이름을 각인시켰습니다. 당시 '보조배터리=샤오미'라는 공식이 설립됐을 정도였으니까요. 심지어는 높은 가성비에 성능까지 좋다보니 '대륙의 실수'라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후에도 샤오미는 가성비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합니다. 스마트폰부터 시작해 선풍기, 청소기 심지어 쓰레기통까지 '샤오미'의 이름이 붙은 상품들이 국내에서 유통되기 시작했죠. 

국내에서도 꾸준히 샤오미를 찾는 고객들은 많았지만 샤오미는 한국에서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한 때 정식 수입처가 있긴 했지만, 말 그대로 수입권한만을 위임 받았을 뿐이었죠. 그랬던 샤오미가 2025년 한국에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겁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일까요? 

샤오미의 한국 진출은 세계 정세의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깊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샤오미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중국 기업이고요, 중국은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죠. 나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두번째 임기를 시작하고 나서는 무역 전쟁의 강도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중국 기업 제품들에 대한 높은 장벽을 세우고 있습니다.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대표적이고요. 일단 현재 미국의 주요 제재 대상은 샤오미가 아닌 화웨이에 집중돼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미국의 견제에서 자유로운 샤오미라는 얘기죠. 단 언제 상황이 급변할 지 모르니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상황인거죠. 

여기에 더해 한국의 경제 상황도 샤오미의 한국 진출에 주요 근거가 됐다는 이유로 꼽힙니다. 일단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달러를 넘어선 데다가 스마트 기기의 보급률도 높죠. 샤오미의 주력 상품군인 스마트폰, 스마트TV 등 가전에 대한 구매력이 있는데다 수요까지 확보됐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도 고려됐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우리나라는 올해 1%대의 경제성장률이 전망되는 등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이 돌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옅어지면서 국내 경제 주체들이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죠. 이 같은 상황에서 샤오미는 압도적인 가성비를 자랑하는 가격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기 침체가 샤오미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샤오미 뿐만 아니라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BYD(비야디) 역시 본격적으로 한국 진출을 시작한 것 역시 비슷한 이유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한국의 현재 경제상황과 국제 정세가 새로운 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을 부각시켰다는 겁니다. 

철저한 현지화 VS 직구 통한 가격 하락 방어 

샤오미가 한국에 정식으로 진출하면서 내세운 주요 전략 중 하나는 현지화 입니다. 한국 샤오미 공식 온라인 몰을 열고 가장 유명한 커머스 플랫폼인 쿠팡과 네이버를 공식 판매처로 지정했죠. 공식 판매처를 통해 판매된 상품은 샤오미가 정식으로 정품 인증에 나서고 향후 3년 동안 A/S와 같은 사후 지원에도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그동안 샤오미 소비자들이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A/S에 불만을 표했다는 점을 고려해 정품 인증을 통한 사후 서비스까지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겁니다. 업계에서 말하는 '현지화' 전략을 택한 건데요.

사실 사오미는 그간 해외 직구족들의 쇼핑 단골 메뉴였습니다. 해외에서 싼 가격에 높은 품질의 물건을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겁니다. 그런데 샤오미는 향후 A/S 등에 나서면서 국내 공식 판매처를 통해 구매한 상품에 대해서만 사후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강조했죠.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한 '샤오미'의 제품은 A/S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샤오미 측은 "이는 비단 샤오미 뿐만 아니라 대다수 글로벌 기업들이 같은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소비자들이 쉽게 수긍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해외에서 구매한 상품이더라도 구입 이후 통상 1년에 대해서는 A/S를 지원합니다. 이른바 '글로벌워런티'죠. 사용하는 국가에서 샀을 때보다 보증 기간이 짧기는 하지만 엄연히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겁니다. 

따라서 샤오미가 '공식' 판매처를 강조한 것은 가격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현재 싼 가격으로 무장한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샤오미 14T 글로벌 모델의 최저 가격은 53만원대입니다. 같은 모델을 샤오미 코리아는 59만9800원의 가격이 책정됐다고 밝혔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 제품의 경우 신제품이더라도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는 경향이 많은데, 공식 판매처는 출시 이후 직구 시와 비교해 가격 하락폭이 차이가 날 것"이라며 "가격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공식 판매처를 결정하고 이에 따른 사후 서비스 방침을 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봤습니다. 

샤오미, 한국에서 성공할까?

샤오미의 주력 상품군인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에 있어 우리나라는 사실 '레드오션'입니다. 스마트폰의 경우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가전의 경우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필두로 '프리미엄급' 해외 가전들이 점령하고 있죠.

이미 국내 기업들이 탄탄한 기술력으로 수준 높은 상품들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 때문에 (예민한 이야기 입니다만) 중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도 낮은 편입니다. 이를 고려했을 때 샤오미가 아무리 낮은 가격과 현지화를 통해 이미지를 개선하더라도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샤오미가 중국 외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일정 수준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필두로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단순히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짚었습니다. 

물론 판은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이미 샤오미는 로봇청소기 분야에서 '가성비'를 넘어 '프리미엄' 급의 제품을 생산하며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과거에 그리고 지금 당장은 '가성비' 만을 앞세우는 모습이지만 앞으로는 '프리미엄 급 가전'에 준하는 기술력을 탑재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샤오미의 한국 진출이 앞으로 국내 시장에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앞으로의 전개는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질지 흥미롭게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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