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나라 경제계가 골머리를 앓는 사이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는 업계도 있다. 조선과 방산업계다.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기 위한 정책과 동시에 국방력도 함께 끌어올리겠다고 밝히면서 해당 분야에서 두각을 보여온 국내 조선 및 방산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은 이제 옛말
'이제 지나가는 개도 5만원짜리를 물고 다닐까'
예전 조선소가 밀집된 지역에는 '지나가는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 라는 말이 있었다. 조선업 호황이 이어지면서 지역경제가 상당히 풍요로웠음을 의미한다.
이같은 말은 지난 2010년대 이후 사라진다. 국내 조선업체 간 출혈 수주 경쟁, 기술력 저하로 인한 글로벌 경쟁력 하락 등으로 조선업에 위기가 찾아왔다. 업계 모두가 이를 쉬쉬 했지만 구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분식회계를 계기로 조선업 전체의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정부 주도로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한동안 암울한 시기를 보냈다.
그러다 최근 몇년 사이에는 이같은 분위기가 진정되는 것을 넘어 반전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대유행이후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조선업 수요도 늘었다. 지난해부터는 '초호황'기에 돌입해,지난 2011년 이후 13년 만에 국내 3대 조선사인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이 동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더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물 보따리를 한아름 안길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친환경 시대와의 작별을 고하며 화석연료 시대가 다시 시작됐음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전 대통령 행정부가 내걸었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금지도 해제할 조짐이다.
우리나라 조선 3사의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가 LNG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정책 변화는 말 그대로 '호재'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의 매출 중 절반 이상을 LNG선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전 세계 패권을 대내외에 강조하면서 경쟁국인 러시아와 중국에 뒤지지 않는 국방력 강화를 예고한 것도 국내 조선업계에는 반가운 일이다.
그간 미국은 현지에서 직접 배를 건조할 경우 자국내 인건비 등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발생한다고 보고 선박 건조를 하는 대신 이 물량을 조선이 가능한 우방국에 돌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력 강화를 외쳤지만, 미국 내에서 직접 항모 등을 건조하는 것은 물론 유지와 보수 등이 어려운 상황이란 얘기다.
방산, 트럼프보다 '국내'가 더 문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전 부터 전 세계의 안보에 미국이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안보 무임승차'라며 강력하게 비판했을 정도다. 당장 최고 우방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에 주한미군의 방위비 증가를 요구하고 있는 점도 맥을 함께한다.
이같은 상황이 국내 방산업에는 내심 반가울 수 있다. 미국이 국방비를 자국에만 집중하게 되면 그간 미군의 영향력을 받던 다른 국가들은 국가 안보를 위해 국방력 강화를 위한 지출을 늘릴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양'을 늘리는 것 뿐만 아니라 최첨단 장비 도입 등과 같은 '질'의 향상도 동시에 꾀해야 하는데, 세계 최고 수준의 군사장비를 생산해 내는 곳은 드물다. 자연스럽게 그 수요가 우리나라 방산업계에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중국, 러시아 등과 경제 뿐만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점 역시 국내 방산업에는 청신호일 수 있다. 미국이 국방력 강화를 위해 우방국과의 기술 협력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올해 역대 최대 방산 수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연초부터 밝혀오기도 했다.
오히려 변수가 되는 것은 불확실한 국내 상황이라는 지적도 있다. 방산업 수출과 외국과의 기술 협력을 위해서는 국방부 등 정부 차원에서의 인허가나 조력이 필수인데,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 등의 후폭풍으로 현재 국방부 장관 자리가 공석이어서다.
국방부를 필두 관련 부처들은 국방부장관이 공석이라 하더라도 시스템 자체는 견고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 될 경우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