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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졸라맨 대기업들, 유독 바이오 투자는 '넉넉'

  • 2025.02.04(화) 08:30

삼성, SK 등 바이오산업 투자 확대
AI 등 기존 사업과 시너지 창출가능

왼쪽부터 고한승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부회장이 지난 2022년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모습./사진=삼성전자

삼성, SK 등 국내 대기업들이 어려운 사업 환경에도 유독 바이오 의약품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주력 사업의 부진으로 계열사 정리에 나선 기업들도 바이오 산업에 대해선 관대하다. 투자 규모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리는 추세다. 이 분야가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크고 AI(인공지능) 신약개발 등에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바이오 투자는 여전

삼성전자는 지난달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를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선임했다. 미래사업기획단은 2023년 신설된 조직으로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전문가가 아닌 인물이 단장으로 지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며 최근 뼈아픈 실적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이러한 시점에 고 대표를 단장직에 임명한 것은 바이오를 미래 성장을 뒷받침할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그룹의 의지로 분석된다. 고 단장은 미국 노스웨스턴대 유전공학 박사 출신으로 2000년 삼성에 입사해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창립을 주도한 바 있다.

지난해 반도체 산업에서 승승장구했으나 자동차 배터리 사업부진을 겪은 SK그룹은 대대적인 사업재조정(리밸런싱)을 단행했다. 비주력자산을 매각하고 미래 산업에 집중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SK렌터카, SK매직 가전사업 등의 '알짜 자산'을 매각했다. 하지만 바이오 산업은 되레 투자를 늘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약 3300억원을 투자해 유럽계 CDMO(위탁생산개발) 기업인 IDT바이오로지카를 인수했다. 이어 미국계 바이오기업인 선플라워테라퓨틱스, 피나 바이오솔루션스 등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석유화학산업 불황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 루머에 시달렸던 롯데그룹은 롯데렌탈, 롯데웰푸드 제빵 사업 자산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7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롯데바이오로직스 1공장 착공식에 참석하는 등 4조6000억원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사업 진출의지를 꺾진 못했다.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이유는

이처럼 국내 대기업들이 바이오산업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단행하는 이유는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국내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4조7378억원으로 지난 5년간 연평균 16.1%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올해 5706억달러(832조)에서 연평균 9.0% 성장해 2029년 8062억달러(117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오른쪽 첫 번째)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제약바이오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에 참석한 모습./사진=엔비디아

막대한 비용이 드는 신약 R&D(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자금력은 대기업만이 발휘할 수 있는 강점이다. SK그룹은 지난 2019년 신약개발에 나선지 20여년만에 미국에서 자체 개발한 신약(엑스코프리, 수노시)의 허가 받는 성과를 냈다.

국내 대기업들은 신약개발 등의 분야에서 기존에 주력으로 하던 반도체, AI 등의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이미 엔비디아, 구글 등의 글로벌 빅테크는 자체 AI 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그룹은 최근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출자한 펀드를 통해 미국계 AI신약개발인 제네레이트 바이오메디슨에 투자했다. SK, LG그룹은 SK바이오팜과 LG화학 생명과학본부를 통해 자체적인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 SK 등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바이오 산업에 진출해 현재까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라며 "불확실성이 큰 바이오산업 특성상 끊김없는 연속적인 지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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