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K-산업의 새로운 성장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조선과 방산, 해운업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규모, 대규모 국방 예산, 해양 물류 네트워크 확장 전략이 맞물리며 조선과 방산이 인도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해운업은 글로벌 물류망과 환차익 효과로 이들의 성과를 뒷받침하며 삼각 성장 축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 K-산업의 전략적 파트너로 부상
1일 글로벌 컨설팅 기업 BCG(Boston Consulting Group)의 '2024 글로벌 산업 및 무역 전망 보고서'와 맥킨지 앤 컴퍼니(McKinsey & Company)의 '2025 글로벌 성장 동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경제 성장률, 국방 투자, 물류 네트워크 확장 측면에서 신흥국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인도는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6% 이상, 14억명의 거대한 내수 시장, 세계 3위 수준의 국방 예산(약 113조1815억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산업의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조선과 방산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2022년 독립 75주년 기념 연설에서 인프라와 핵심 산업의 연결성을 강화하기 위해 2024~2025년, 2년 간 1조3000억 달러(약 1913조34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경제 성장과 국방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목표가 담겨 있으며, 해양 안보 강화와 물류 인프라 확충이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인도와 약 6250억원 규모(K9 100문 규모) K9 자주포 추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K9 자주포는 2019년 카슈미르 지역에서 발생한 인도-파키스탄 간 국경 분쟁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 바 있다.
당시 파키스탄군은 중국산 SH-1 150mm 자주포 36문을 동원해 공격을 감행한 반면, 인도군은 도입 초기 단계였던 K9 자주포 10문으로 대응했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K9 자주포는 신속한 사격 준비와 높은 명중률로 적의 포병 진지를 정확하게 타격하며 전장에서 우위를 점했다.
파키스탄군의 SH-1 자주포는 명중률과 재장전 속도에서 한계를 드러냈고, 효과적인 대응에 실패했다. 이로써 K9 자주포는 우수한 기동성과 정확성을 입증하며 인도군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번 수출은 실전성에 대한 신뢰성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이번 계약에는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현지 생산, 기술 이전, 유지·보수(MRO) 까지 포함돼 있어 양국 간 협력이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다. 인도는 국경 분쟁과 안보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 첨단 방산 무기체계 구축에 적극적이며, 한국 방산업체들이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지 생산 인프라 구축과 기술 이전을 통해 인도 방산 산업의 자립도를 높이는 동시에, 후속 군수 지원 체계를 안정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협력 모델을 제시할 예정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약이 인도 내 추가적인 방산 프로젝트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며 " 계약 성과물이 K-방산의 기술력과 신뢰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인도 시장서 1000척 이상 수주 기대
한국 조선업계는 인도 해군과 상선 시장에서 대규모 발주 가능성을 확인하며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조선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Clarksons Research)는 인도는 1000척 이상의 신규 선박 발주를 계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후 함정을 교체하고 해양 방어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인도 정부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대(對) 중국 해양 방어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국방력과 해양 방어 역량을 적극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LNG선, 군함,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다양한 선종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한국은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협력 가능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빅 3는 인도와의 협력을 통해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를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LNG선, 군함, 컨테이너선 등에서 막대한 수요를 창출할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라며 "한국 조선업체들이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인도 시장을 선점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HMM 등 K-해운은 조선과 방산 산업의 성과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 분석기관 알파라이너(Alphaliner)에 따르면, 환차익으로 국내 주요 해운사들이 추가적인 수익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0일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71.8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 상승했다. . 이로 인해 해운사들이 달러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해운사들은 이러한 환율 효과와 함께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확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HMM은 2024년부터 대서양과 인도-유럽 구간에 새로운 컨테이너 서비스를 개설할 계획이다. 2018년 이후 7년 만의 대서양 항로 재진출은, 유럽과 미주, 인도와 북유럽을 연결하는 신규 항로 개설을 통해 글로벌 물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해운사들은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HMM은 2024년부터 대서양과 인도-유럽 구간에 새로운 컨테이너 서비스를 개설할 계획이다. 이는 2018년 이후 7년 만에 대서양 항로에 재진출하는 것으로, 유럽과 미주, 인도와 북유럽을 연결하는 신규 항로 개설을 통해 글로벌 물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HMM의 'TA1(신규 정기 컨테이너 항로)' 서비스는 영국 사우샘프턴, 프랑스 르아브르, 네덜란드 로테르담, 미국 마이애미, 파나마 운하 등을 연결하며, 왕복 약 70일 일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INX' 서비스는 파키스탄 카라치, 인도 하지라·문드라, 스리랑카 콜롬보를 거쳐 영국 런던 게이트웨이, 독일 함부르크,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연결하며 왕복 약 77일 일정으로 운영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인도의 적극적인 성장 기조에 발맞춰 HMM이 신규 서비스를 신속하게 개설한 것"이라며 "글로벌 물류망의 강화와 다변화를 통해 조선과 방산 제품의 안정적인 수출을 지원하고, 환율과 시장 변동성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헷지(위험회피)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K-산업, 인도와 함께 글로벌 도약 준비
글로벌 금융 및 인프라 투자 기관인 맥쿼리 그룹(Macquarie Group)의 '세계가 주목하는 인도의 시대(All eyes turn to the India decade)'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 10년간의 개혁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과 급속한 거시 경제 성장을 달성하였으며, 향후 10년 동안 '인도의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도 인도는 향후 5년간 국방 예산 726억 달러(약 111조2700억원) 수준을 유지하면서 첨단 무기체계와 해양 방어 역량 강화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인도의 성장 전략은 K-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인도의 빠른 경제 성장과 전략적 투자가 K-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방산의 기술력, 조선의 대규모 수주 역량, 해운의 글로벌 물류망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K-산업이 글로벌 경제의 핵심 성장 엔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