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228개 기업의 등기임원 보수한도 승인을 반대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556개)의 41%에 해당한다.
임원 보수는 경영성과와 맞물려 있는데 국민연금은 이들 기업의 보수한도가 경영성과 보다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제시했다.
국민연금은 특히 10대 그룹 계열사 임원보수한도 안건에 다수의 반대표를 던졌다. 대부분 영업이익이 계속 적자이거나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하락했음에도 보수한도를 축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임원보수한도 승인을 반대한 1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전년대비 보수한도를 가장 많이 올린 곳은 SK머티리얼즈다. 지난해 21억원에서 41억원으로 보수한도를 20억원(95%) 인상했다.
하지만 2016년 SK머티리얼즈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2016년 1247억원에서 지난해 1138억원으로 108억원(8%) 감소했다. 경영성과는 나빠졌는데 임원 보수한도를 오히려 올린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2016년 영업이익 2조381억원에서 지난해 5756억원 감소한 1조462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임원보수는 100억원 한도를 유지하면서 연금의 반대표를 받았다.
국민연금은 실적이 좋아진 일부 기업의 임원보수한도 승인 안건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LG전자가 대표적이다. LG전자는 2016년 2904억원의 영업손실이 지난해 7012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임원보수한도를 60억원에서 90억원으로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지난해 659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 보수한도를 95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연금은 LG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원보수한도 인상안을 찬성하지 않았다. 두 회사의 임원보수한도 대비 실제 등기임원에게 지급한 보수총액이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굳이 기존의 보수한도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기임원 5명은 지난해 51억원의 보수총액을 기록했고, LG전자 등기임원 6명은 총액 45억원을 수령해 기존 보수한도를 다 채우지 못했다.
삼성생명보험은 보수한도와 실제 지급총액이 크게 차이나는 곳이다. 삼성생명은 임원보수한도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00억원으로 동결했지만 국민연금은 이 안건에 반대했다.
실제 삼성생명 임원 6명이 지난해 받은 보수총액은 45억원이다. 200억원 한도의 절반도 채우지 않았다. 삼성생명의 영업이익이 2016년 3975억원에서 지난해 9514억원으로 좋아지긴 했지만 굳이 보수한도를 올릴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다.
한정수 대신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기업들은 향후 경영성과가 좋아지거나 추가로 임원이 선임될 수도 있다고 보기때문에 직전 경영성과와 상관없이 보수한도를 계속 유지하거나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감사보수한도에도 일부 반대했다. 감사보수한도를 반대한 10개 기업 중 8개가 경영성과 대비 보수한도가 많다고 지적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감사 1명을 두고 있는데 지난해 감사보수한도 5억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해 감사위원 1명에 36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보수한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을 지급한 것이다.
한편 임원보수를 결정하는 합리적 절차나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보수한도 자체는 합리적으로 보여도 그대로 승인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또 임원보수한도를 심사·승인하는 독립된 기구가 있어도 형식적인 회의만 이루어지는 등 비효율적으로 운영된다면 보수한도 안건을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만큼 국내기업의 임원보수가 투명하게 책정·지급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