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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보다 오래다니는 '아싸'…못말리는 사외이사

  • 2019.05.29(수) 17:22

[장기재직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분석]①
서흥 이병길씨 근속연수, 일반직원 두배 훌쩍
일신방직·고려제강·금강공업 경우도 20년 넘어
삼성SDI 홍석주씨는 계열사 포함 10년이상 재직
국민연금 "계열사 포함 10년 넘으면 재선임 반대"

사외이사 제도(The outside director system)는 1998년 2월 한국에 도입됐다.

'인싸'(사내이사)가 아닌 '아싸'(사외이사)를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이사회멤버에 넣은 것은 외환위기 결과물이다. 외환위기의 원인이 기업지배구조의 결함에 있다는 진단이 내려지면서 '기업구조조정 추진방안'의 일환으로 당시 이사회의 4분의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사외이사제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사회가 경영감독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사외이사는 사내이사에 비해 경영진과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 위치에 있으므로 경영진을 효과적으로 감독하고 객관적인 조언을 제공할 수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발췌)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독립성이 중요하다. 얼마만큼 객관적으로 경영활동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 회사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가지는 감사(위원)도 독립성이 필수요소다.

하지만 최근 정기주주총회에서 상당수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들이 국민연금으로부터 반대표를 받았다.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에 따라 해당회사나 계열회사에서 재직할 임기를 포함해 10년 이상 사외이사 또는 감사(위원)으로 근무할 경우 장기재직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 너무 오래 사외이사로 재직하면 객관적 판단이 어려워지는 등 독립성이 취약해진다고 보는 것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3년간 국민연금이 반대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분석한 결과, 10년 이상 장기 재직한 사외이사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었다. 심지어 1998년 사외이사제도 도입때부터 한 회사에 사외이사로 몸담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중 가장 오래 재직한 사람은 캡슐전문업체 서흥의 이병길 사외이사다. 1998년 3월 최초 선임된 그는 2019년 현재까지 서흥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사외이사의 임기는 오는 2022년 3월까지이며, 앞으로 재직할 임기를 모두 합하면 무려 24년 간 서흥의 사외이사로 일한다.

서흥에 재직 중인 일반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9년 1개월(2018년 기준)인 것과 비교하면, 회사 밖 사람인 사외이사가 회사 직원보다 두 배이상 더 오래 다니는 셈이다.

섬유업체 일신방직의 정영식 감사도 1998년 11월부터 감사로 재직 중이다. 정 감사의 임기인 2020년 3월을 기준으로 근속연수를 계산하면 약 22년이다. 일신방직의 일반 직원 평균 근속연수인 7년 2개월과 비교하면 정 감사위원의 근속연수는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정 감사는 일신방직의 부장 출신이다.

고려제강의 조현우 사외이사와 금강공업의 이성오 사외이사도 1999년 3월부터 재직 중이다. 이들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 대상이었는데 국민연금은 장기재직을 이유로 이들의 재선임에 반대했지만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따라서 조현우 사외이사와 이성오 사외이사는 2022년까지 앞으로 3년을 더 재직한다. 향후 재직연수를 포함하면 무려 23년이라는 근속연수를 자랑한다.

장기재직을 이유로 국민연금으로부터 반대표를 받은 기업에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 계열사도 있다.

자산총액 12조원의 영풍그룹 계열사인 영풍정밀의 김선우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은 2018년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으로부터 반대표를 받았다. 김 사외이사는 2008년 사외이사, 2010년에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돼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2020년 3월까지인 임기를 감안하면 근속연수는 12년 가량이다.

지난 3월 일신상의 이유로 중도 퇴임한 롯데정밀화학 변동걸 사외이사도 재직 기간이 11년에 달한다.

삼성SDI의 홍석주 사외이사는 2014년 7월 신규선임돼 임기만료일(2020년 3월)을 포함해도 재직연수가 10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2017년 정기주총에서 장기재직을 이유로 홍 사외이사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홍 사외이사가 2010년부터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사외이사로 재직한 임기를 포함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의 장기재직을 문제 삼는 곳은 국민연금뿐만이 아니다. 기업 지배구조를 연구하는 민간연구조직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사외이사가 회사 및 계열사를 합산해 9년 이상 재직할 경우 지배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반대표를 권고한다. 국민연금보다 더 엄격하게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의 장기재직을 평가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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