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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국민연금 의결권]③내 맘대로 퇴직금…"이건 쫌"

  • 2019.05.03(금) 16:33

국민연금, 과거 SK하이닉스 대한항공 '퇴직금 규정 개정' 반대
올해도 네이버 NHN엔터 에스엠 동아에스티 등에 반대표 행사
과도한 퇴직금은 이사보수 적정성과 연결 '중점관리사안' 지정

일반 직원들은 1년을 일하면 1개월 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받지만 임원은 회사와 별도 계약에 따라 퇴직금을 받는다. 상장회사가 임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규정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 내용을 바꿀 때는 주총 승인을 받아야한다.

이 때문에 상장회사 주총 시즌마다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개정'이란 안건이 간간히 올라오는데 '퇴직금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4년 SK하이닉스, 2015년 대한항공이 각각 정기주총에서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을 개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모두 회장직함을 가진 사람에게 1년 재직하면 6개월 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주도록 했다.

기존에는 1년당 4개월 치 월급을 지급했는데 지급률을 일제히 높인 것이다. 총수가 있는 기업에서 회장 직함은 통상 총수의 명함에만 쓰인다. 따라서 두 회사에서 1년만 일하면 6개월 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뿐이다.

SK하이닉스와 대한항공에 투자하고 있던 국민연금은 해당 안건을 반대표를 던졌다. 동종업계에 비해 과도하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원퇴직금은 해당 회사의 임원보수 전반의 적정성 문제와 직결된다. 회사 임원들이 자신들만의 사적 이익을 과도하게 추구한다면 주주는 물론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일반적으로 임원퇴직금 규정 제·개정 안건이 이사선임이나 정관변경 안건 등에 비해 관심이 낮지만 중요도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비즈니스워치가 올해 정기주총시즌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558개 투자기업 안건을 들여다본 결과, 16개 기업에서 임원퇴직금규정 제·개정 안건이 올라온 것으로 파악됐다.

연금은 16개 중 5개(KCC, 태광산업, 민앤지, 코스메카코리아, BGF리테일)는 찬성했고, 11개(태경산업, 동아에스티, NHN엔터, 우리산업, 서울반도체, SM엔터테인먼트, 후성, 선진, 진성티이씨, 네이버, 실리콘웍스)는 반대했다.

올해 연금이 반대한 임원퇴직금 규정 개정 안건은 주로 퇴직임원에게 특별위로금(또는 특별공로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많았다. 주총이나 이사회에 주어진 특별위로금 지급 권한을 대표이사로 넘기고, 지급 한도를 없애는 내용이다.

주총이나 이사회결의 없이 대표이사가 마음대로 퇴직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건 감시감독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지급 한도를 없애는 것은 과도한 퇴직금 지급 우려로 이어진다. 회사 측이 왜 이렇게 규정을 바꾸는지 타당한 근거를 설명하지 않는다면 연금뿐 아니라 정상적인 주주들도 당연히 반대해야하는 안건이다.

대표적 사례가 동아제약계열 전문의약품업체 동아에스티다.

이 회사는 퇴직임원에게 지급하는 특별공로금이란 항목에 손을 댔다. 기존에는 특별공로금을 지급할 때 주주총회의 동의를 얻어야했으나 이 조항을 삭제해 대표이사 결정만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주주나 직원들은 어떤 임원에게 어느 정도의 특별공로금이 지급되는지 알 길이 없다.

NHN엔터테인먼트(현재 엔에이치엔으로 사명 변경)도 퇴직임원에게 주는 특별위로금 항목을 뜯어고쳤다. 기존에는 퇴직금의 50%범위 내에서 위로금을 지급해야만 했으나 이 조항을 빼버린 것이다. 사실상 한도를 없앤 것이어서 '배(퇴직금)보다 배꼽(퇴직위로금)이 더 큰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이사회 또는 이사회가 위임한 위원회 결정으로 지급해야하는 특별위로금 조항을 바꿨다. 주요책임자(미등기임원)에게 지급하는 특별위로금의 결정 권한을 대표이사에게 넘긴 것이다.

코스피 상장사 태경산업은 퇴직금 지급률(월 보수의 몇 배를 퇴직금으로 주는지) 조항을 삭제했다. 임원 본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퇴직 시 퇴직금 지급을 유보한다는 조항도 없앴다. 이러한 내용은 모두 임원퇴직금 관련 정보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항목이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은 이번 주총에서 임원퇴직금 규정을 새로 만들었는데 세부 내용보다는 규정을 개정하는 방식이 문제였다. 에스엠은 총 9개 조항으로 이뤄진 임원퇴직금 규정 중 1개(퇴직금의 산정)를 제외한 나머지 조항은 이사회 결의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국민연금은 이러한 내용은 '정당한 이유없이 의결주체를 바꾼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울반도체는 지난 3월 28일 정기주총에서 임원퇴직금 규정을 일부 개정하는 안건을 상정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바꾸는지 설명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한편 퇴직금 문제는 임원보수 적정성 문제로 이어진다. 임원보수한도 적정성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며 만든 수탁자책임활동 지침(제10조)에 들어있는 중점관리사안이다.

중점관리사안이 되면 사실관계 확인, 기업의 입장표명 요청, 개선대책 요구 등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후 이사회나 경영진 등 회사를 대표할 수 있는 자와 면담을 요구하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국민연금이 공개적인 주주활동에 나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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