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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社外' 실제론 식구…역할 제대로 할까

  • 2019.05.30(목) 13:00

장기재직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분석②
KCC, 30년 근무한 임원이 사외이사로 활동
영풍 전무 출신 내부 인사가 사외이사 재직
동원그룹, 모회사 사장이 자회사 감사 겸직

한 회사에 오랫동안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이들 중에는 경영진이나 회사와 특수한 관계에 얽혀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KCC의 정종순 사외이사는 자신이 대표이사까지 지낸 회사에 다시 사외이사로 근무하는 사례다.

정 사외이사는 2007년 KCC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돼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올해 정기주총에서 재선임되면서 임기가 3년(2021년) 더 늘었다. 남은 임기까지 포함하면 정 사외이사는 약 14년간 KCC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셈이다.

그는 KCC 사외이사로 선임되기 전인 1973년부터 금강스레트공업과 고려화학에 근무했다. 이후 금강 대표이사(1995년~2000년), 금강고려화학 대표이사(2000년~2002년)와 부회장(2002년~2004년)을 지냈다.

KCC는 금강스레트공업→금강→금강고려화학을 거쳐 지금의 이름으로 바꾼 곳이다. 따라서 정 사외이사는 자신이 30여년간 근무하고 최고경영자까지 지낸 회사에 다시 사외이사로 재직중인 셈이다.

무늬만 사외(社外)일 뿐 실제론 같은회사 식구다.

특히 KCC는 정몽진 회장 일가의 오너경영체제라는 점에서 회사 임원 출신의 사외이사가 과연 경영진과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위치에서 감독하고 조언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올해 KCC 주총의안분석보고서를 통해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고 이해충돌 위험이 있어 정종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재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KCC 지분 11.56%(2018년 12월 말 기준)를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도 정 사외이사 재선임안건에 반대했지만 원안대로 통과됐다.

영풍의 장성기 사외이사도 KCC처럼 회사 내부 인사가 사외이사를 맡은 사례다.

장 사외이사는 2009년부터 재직 중인데 국민연금은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장기연임을 이유로 장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에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표면적으로 장기연임을 반대사유로 들었지만 의결권분석기관인 CGCG는 장기연임뿐만 아니라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성 문제도 지적했다.

실제로 영풍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장 사외이사는 2000년~2003년까지 4년 간 영풍 전무로 재직한 내부 임원 출신이다.

영풍의 또다른 사외이사인 최문선씨도 1964년 영풍에 입사해 이사, 부사장을 거쳐 1996년부터 계열사인 영풍통산의 대표이사로 재직한 내부인사다. 영풍통산은 1999년 영풍에 흡수합병된 곳이다.

KCC와 마찬가지로 영풍 역시 오너경영체제라는 점에서 회사 임원 출신의 사외이사가 독립적인 위치에서 역할을 다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현직 대표이사가 계열사의 감사로 재직 중인 사례도 있다.

동원참치를 제조·판매하는 동원산업의 비상근감사로 활동 중인 박문서 감사의 또 다른 직함은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사장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산업의 지분 59.24%를 갖고 있는 모회사이자 지주회사이다.

감사는 회사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를 견제하고 투명한 경영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회사로부터의 독립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동원그룹의 사례는 모회사 사장이 자회사 감사를 겸하고 있는 구조다.

일단 법적으로 박문서 사장의 동원산업 비상근감사 겸직은 문제가 없다.

상법은 회사의 최대주주가 법인인 경우 해당 법인에 재직 중인 이사는 자회사의 사외이사로 재직할 수 없도록 한다. 하지만 감사에 대해선 이러한 규정이 없다. (거꾸로 자회사의 이사가 모회사의 감사를 겸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합법적인 의결을 통해 박문서 사장을 동원산업 비상근감사로 선임한 것"이라며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지주회사인만큼 계열사가 경영을 잘 하는지 감독해야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원그룹 역시 총수일가 중심의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모회사와 자회사의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선 과연 모회사 대표이자 자회사 감사인 박문서 사장의 의사결정이 객관적일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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