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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국민연금 의결권]②'총수 연임 반대' 예전과 다른점은

  • 2019.05.02(목) 16:54

<총수일가 사내이사 선임 안건 분석>
31곳 반대표 행사…대한항공뺀 30개사 원안대로 통과
스튜어드십코드에 따라 변화없는 기업엔 '조치' 취할 듯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31개 기업의 총수일가 이사선임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고(故)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 건을 제외하면, 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총수일가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그동안은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돼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지난해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에 따라 지속적으로 반대의결권을 행사했음에도 개선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중점관리사안으로 지정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수탁자 책임활동이 가능해진다는 점이 다르다.

원안대로 통과된 총수일가 이사선임 안건에 대해 향후 국민연금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비즈니스워치가 2019년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 558개 투자기업 중 365개사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31건의 총수일가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했다.

# 롯데 신동빈·하림 김홍국 등 '과도한 겸임' 지적 

국민연금은 31건의 총수일가 사내이사 선임 반대 안건 중 26건에 대해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했다. 과도한 겸임은 총수일가 사내이사 선임 반대 안건 사유 중 가장 많은 비중(84%)을 차지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케미칼에서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국민연금으로부터 반대표를 받았다. 신 회장은 2018년 사업보고서 기준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건설 ▲캐논코리아비지니스솔루션 ▲에프알코리아 ▲롯데문화재단 등 10곳에서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기타비상무이사직을 겸하고 있다.

하림그룹의 김홍국 회장도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엔에스쇼핑과 팬오션에서 국민연금로부터 반대표를 받았다. 김 회장은 ▲㈜하림 ▲팜스코 ▲선진 ▲팬오션 ▲엔에스쇼핑 ▲제일사료 등 6곳에서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를 겸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세부기준 30조와 31조를 통해 사내·사외이사 선임 의결권 행사 기준을 밝히고 있다. 30조는 사내이사 선임 시 ▲법령상 결격 사유 ▲과도한 겸임 ▲기업가치 훼손·주주권익 침해 이력 ▲감시 의무 소홀 ▲수탁자 책임 활동에도 개선하지 않은 경우를 기준으로 사내이사 후보에 대해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연금은 다만 몇 곳 이상을 겸직해야 과도한 겸임으로 판단하는지 세부기준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송민경 스튜어드십코드센터장은 "단순히 겸임을 몇 개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사회 참석횟수와 이에 따른 책임 있는 의사 결정, 이사로서 받는 보수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최태원·신동빈 기업가치 훼손도 지적했는데.. 조 회장만 부결

국민연금은 과도한 겸임 다음으로 기업가치 훼손(6건)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정길 세종공업 총괄부회장이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며 이사 재선임에 반대했다.

이 가운데 실제 주총에서 안건이 부결된 것은 조 회장 뿐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주주권 행사를 강화한 것이 조 회장의 연임 안건 부결의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똑같이 반대한 다른 기업 총수 연임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분석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2016년 대한항공 정기주총에서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했다. 따라서 조 회장 연임에 반대하는 국민연금의 입장이 수년간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유독 올해만 연임에 실패한 것은 스튜어드십코드가 아닌 사모펀드(KCGI) 등 다른 주주들의 동참과 대한항공의 특수정관(사내이사 선임시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이상 동의) 에서 이유를 찾아야한다는 것이다.

조양호 회장 재선임 안건과 비교되는 것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재선임 안건이다. 최 회장에 대해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 침해이력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원안대로 통과됐다. 특히 최 회장 재선임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은 주총 전날 반대표를 던진다는 발표까지 했으나 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수년째 반대에도 통과된 기업수탁자책임 활동 나서나 

한편 국민연금이 과도한 겸임, 기업가치 훼손, 주주권익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대부분 원안대로 통과된 가운데 연금이 앞으로 어떠한 후속 활동에 나설 지도 주목된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며 만든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제10조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반대의결권을 행사했으나 개선이 없는 사안은 중점관리사안으로 지정해 비공개대화 및 중점관리기업 선정, 공개서한, 주주제안 등 적극적인 수탁자 책임활동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활동 지침에 따라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이사 선임을 반대해온 일부 투자기업에 대해선 추가적인 대화와 설명을 요구하고 개선 여지를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은 최태원 SK 회장에 대해 2016년에도 주주가치 훼손 이력으로 반대했고, 신동빈 롯데 회장에 대해서도 2017년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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