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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톺아보기]‘연일 술자리 만들라는 선배를 신고합니다’

  • 2019.06.11(화) 17:11

7월 16일부터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일명 '직장내괴롭힘 방지法'
피해신고 즉시 조사해야…피해자·신고자에 불이익주면 사용자 처벌

#A회사에 다니는 직원 B씨는 지속적으로 저녁 술자리를 만들 것을 요구하는 회사 선배로 인해 무척 괴롭다. 회식 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아직도 날짜를 못 잡았느냐' '사유서를 써오라' 는 등의 말을 반복하면서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하기 때문이다.

#육아휴직후 복직한 직원 C씨는 휴직 전 담당하던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를 부여받았다. 더 나아가 직장 상사로부터 '너를 직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도 들었다. 근무환경 변화와 갖은 비하·모욕발언에 우울증을 앓던 C씨는 결국 퇴사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회사에서의 지위나 관계상 우위를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란 점입니다. 특히 행위의 정도가 사회 통념상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명백하게 넘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를 근로기준법에서는 '직장내 괴롭힘'이라고 지칭합니다.

법률상 직장내 괴롭힘이란 개념이 오래 전부터 존재해온 것은 아닙니다. 올해 1월 15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직장내 괴롭힘 금지'를 담은 조항(제76조2항·3항)이 신설되면서 우리나라 법률에 처음으로 들어온 개념인데요.

이 조항이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다음달 16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직장문화를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개정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하는 직장내 괴롭힘이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뜻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2월 좀 더 구체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사례들을 열거했는데요. 아래 표에서 정리한 16가지 사례가 대표적인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합니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직장내 괴롭힘 행위가 신고되면 사용자는 즉시 조사를 실시하고 피해 직원의 희망에 따라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의 조치를 취해야합니다.

또한 사용자가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사람이나 피해자에게 해고 등 불리한 조치를 취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구체적으로 담지 않고 있는데요. 법률에선 기본 개념과 절차만 규정하고, 구체적인 사건처리절차와 행위자 제재, 재발방지조치 등은 각 회사별로 취업규칙이나 사내 징계규정을 만들어 실시해야합니다.

상시근로자 10명 이상의 사업장은 반드시 직장내 괴롭힘 예방과 발생 시 조치를 담은 취업규칙을 만들어야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업주에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여기까지만 살펴보면 어떤 경우에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도 무척 모호한데 처벌 규정마저도 너무 약한 것 아닌가라는 의문도 듭니다.

다만 직장내 괴롭힘의 유형이 업무구조나 특성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법률이나 매뉴얼에 모든 유형과 처벌수준을 담기 어렵다는 현실적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세부적인 처벌규정까지 법안에 모두 담은 것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법률에 존재하지 않았던 '직장내 괴롭힘'이란 개념이 이제는 공식적으로 사용되면서 사용자의 책임을 명시하고, 피해자 구제(산업재해보상 등)도 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고 나면 다양한 사례에서 나타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후속 법안들도 잇따라 발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직장내 괴롭힘의 정의에 업무배제, 집단 따돌림이란 단어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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