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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 2019.12.09(월) 13:51

<김보라의 UP데이터>-데이터로 보는 82년생 김지영④
2009년부터 국가성평등지수 발표,100에 가까울수록 '평등'
성평등지수 25개 지표 중 경제활동 등 23개 남성이 압도적
강력범죄 여성피해자 2만7542명…남성피해자의 약 '8배'

그나마 학교와 학원만 오가는 김지영씨의 사정은 나은 편이었다.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들의 상황은 정말 심각했다. 옷차림이나 근무 태도를 핑계로, 알바비를 담보로 접근해 오는 업주들, 돈을 내면서 상품과 함께 어린 여자를 희롱할 권리도 샀다고 착각하는 손님들이 부지기수였다. 아이들은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남자에 대한 환멸과 두려움을 가슴 깊은 곳에 차곡차곡 쌓아 갔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주인공 김지영의 30년 인생을 다루며 여자로 살면서 겪었을 법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갑니다. 친구들뿐만 아니라 김지영 자신도 학창시절 학원을 다니다 쫓아오는 남학생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 때 마중 나온 아버지는 김지영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왜 그렇게 학원을 멀리 다니느냐, 왜 아무하고나 말 섞고 다니느냐, 왜 치마는 그렇게 짧냐"

82년 봄에 태어나 남들처럼 학교 다니고 대학 나와 취직해 결혼한 김지영은 그렇게 배우고 컸습니다. 항상 조심하고 옷을 잘 챙겨 입고, 몸가짐을 단정히 해야 하고 위험한 길, 위험한 시간, 위험한 사람은 알아서 피하라고. 못 알아보고 못 피한 사람이 잘못이라고.

영화 '82년생 김지영' [자료=네이버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학창 시절과 30대가 된 2019년, 여성들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을까요.

# 2017년 국가성평등지수 '71.5'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국가성평등 수준을 측정하고 정책의 수립과 평가에 활용하기 위해 '국가성평등지수'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성평등지수는 여성의 경제활동, 임금, 교육년수, 진학률, 건강관련 삶의 질, 가사노동시간 등이 남성과 얼마나 균형 있는지를 보는 지표입니다.

국가성평등지수는 크게 ▲성평등한 사회참여 ▲여성의 인권·복지 ▲성평등 의식·문화 등 3개의 영역으로 나뉩니다. 이들을 다시 8개 분야(경제활동, 의사결정, 교육·직업훈련, 복지, 보건, 안전, 가족, 문화·정보)로 나누고 다시 25개의 세부지표로 나눠 각 지표별 통계수치(통계청, 고용노동부의 각종 통계)를 활용해 전체 국가성평등지수를 산출합니다. 이 때문에 각 통계수치의 연도는 지표마다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2018년 한국의 성평등보고서'에는 경제활동, 복지, 교육, 보건, 가족 등 다양한 분야에의 성평등지수를 측정한 결과가 담겨있는데요. 성평등지수의 값이 '0'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고 '10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다는 뜻입니다. 2018년 성평등보고서에서 발표한 2017년 기준 국가성평등지수는 71.5입니다.

국가성평등지수는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2009년 64.8로 시작해 꾸준히 증가 2017년 71.5까지 늘었습니다. 그만큼 여성차별이 완화되어 왔다는 뜻입니다.

# 성평등지표 25개 중 23, 남성이 압도적

하지만 개별 지표를 보면 아직도 성별 불균형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여성이 25개 지표 중 유일하게 남성을 앞선 분야가 바로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입니다. 2017년 여성의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은 72.7%로 남성(65.3%)보다 7.4%포인트 더 높았습니다.

이처럼 고등교육은 남성보다 더 많은 비율의 여성이 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15~64세)은 59%로 남성(79.3%)에 비해 낮습니다. 또 여성의 월평균급여총액은 194만6000원으로 남성(301만원)의 64.7% 수준을 받고 있습니다.

성평등지표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 '의사결정 분야'는 남성과의 형평성을 맞추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8개의 분야 중 가장 낮은 성평등지표를 보였는데요.

의사결정 분야는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위치한 국회, 4급 이상 공무원, 민간기업 관리직 등에서 여성이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하는 분야입니다. 20대 전체 국회의원 당선자 300명 중 여성은 51명으로 전체의 17% 수준입니다. 19대(47명), 18대(41명)과 비교하면 많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남성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죠.

마찬가지로 4급 이상 여성 공무원의 수는 2017년 기준 1380명으로 남성(7975명)과 비교하면 14.8% 수준입니다. 기업 관리직 숫자도 여성은 3만9000명, 남성은 27만4000명으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남성에 비하면 4급 이상 여성공무원 수가 너무 적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알고 보면 꾸준히 증가해온 수치입니다. 4급 이상 공무원의 여성비율은 2012년 9.3%에서 2014년 11.1%, 2016년 13.5%로 상승하고 2017년은 전년대비 1.3%포인트 상승한 14.8%를 기록했습니다.

취업자 기준 가사노동시간도 여성은 2시간 30분인 반면 남성은 41분에 불과했습니다. 여성이 가사노동에 더 쓰는 시간이 많다보니 여가시간도 취업자 기준 여성은 3시간15분인 반면 남성은 3시간 51분으로 36분 더 많았습니다.

# 불안한 사회안전망…강력범죄피해 여성이 8배 더 많아

25개 지표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강력범죄(살인, 성폭력, 강도 등)피해자 수입니다. 2016년 기준 여성은 2만7542명이 강력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한 반면 남성은 10분의 1에 불과한 3326명만이 강력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했는데요.

지난 2014년 2만89290명에 달하던 강력범죄 피해 여성 수는 2015년 2만9617명까지 올라갔다가 2016년 2만7542명으로 2075명 줄었습니다. 같은기간 강력범죄 피해 남성 수도 2014년 3552명에서 2015년 3528명, 2016년 3326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여성과 남성 모두 강력범죄 피해자 수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남성보다 여성이 약 8배 피해자수가 더 많다는 점에서 사회안전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강력범죄 피해 여성 수가 많다보니 사회가 전반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낀 여성 비율은 16.6%(2018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남성은 이보다 7.9%포인트 높은 24.5%의 비율을 보였습니다.

# 여성가족부, 국가성평등지수 개편작업 착수

현재 여성가족부는 국가성평등지수를 개발한 지 10년이 지난만큼 그간의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하고 활용 확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국가성평등지수 개편 및 활용방안 연구'를 추진 중인데요.

기존 3개 영역 ▲성평등한 사회참여 ▲여성의 인권·복지 ▲성평등한 의식·문화를 ▲동등한 권한(의사결정) ▲자원의 동등한 접근(노동, 소득, 교육, 건강) ▲평등한 관계(돌봄, 평등의식, 폭력)으로 개편할 예정입니다. 또 기존에는 8개 분야 25개 지표로 나뉘었던 것에서 분야를 7개로 축소하고 지표도 23개로 줄였습니다.

현재 국가성평등지수 개편안을 연구 중인 김경희 중앙대 교수는 "성별분리현상, 주관적 인식 등 질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국제비교가 가능한 지표로 새롭게 개편할 예정"이라며 "또 성별에 기반 한 폭력실태와 심각성 파악이 중요한 만큼 여성폭력 지수체계를 별로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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