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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정년연장…"비용만 15조원" vs "노인빈곤 해법"

  • 2020.06.03(수) 17:20

<김보라의 UP데이터>
한경연, "정년 65세로 연장하면 사업주 부담 한해 15조원"
2067년 두명 중 한명은 노인…노인 빈곤율·부양 부담 심각
정년연장시 노인부양 부담 늦춰…사업주 부담도 줄여줘야

100세 시대. 우리는 몇 살까지 일 할 수 있을까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요. 별다른 일이 없다면 60세까지는 한 회사에 다닐 수 있다는 얘기죠.

하지만 최근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정년연장 논의는 지난해 2월 대법원 판결에서 불거져 나왔어요. 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연한(노동에 종사해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령의 상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죠.

같은 해 6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정년연장을 꺼내들었고 다시 올해 2월 문재인 대통령이 정년연장을 거론했어요. 당시 청와대에서 열린 각 부처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생산 가능 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대비하려면 여성과 어르신의 경제 활동 참여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며 "고용 연장에 대해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했어요.

정년연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과 달리 경영계, 학계 일부에서는 정년연장으로 인한 사업주 부담을 문제삼고 있어요. 65세로의 정년연장. 기업, 국가 등 경제주체에게 비용부담만 안기는 일일까요.

# 65세 정년연장 시 한해 15조원 추가비용 발생

지난달 30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정년연장에 따른 추가비용을 직접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어요.

한경연은 현재 60세 이상인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제도 도입 5년이 지난 시점에 60세부터 65세까지의 노동자에게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계산한 결과 한 해 15조8626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어요.

'제도도입 5년 이후'로 비용을 추계한 이유는 정년을 5년 연장하면서 혜택을 받는 전체 연령대(60세~64세)를 모두 합산해 계산하기 위해서예요. 가령 당장 내년에 정년연장이 시행되면 60세만 혜택을 받게 되니 추가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겠죠.

한경연은 노동자에게 지불하는 임금인 직접비용과 함께 사업주가 추가로 부담하는 4대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간접비용으로 설정, 두 비용의 총 합산액을 계산했어요.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활용해 60~64세 정규직, 비정규직 인원수 및 해당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을 기반으로 분석한 것인데요.

한경연은 "정년연장 비용이 15조원을 넘는 만큼 근로자 정년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어요. 정년연장에 따른 사업주 부담이 커지니 이를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죠. 늘어나는 추가 비용만 본다면 정년연장이 사업주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분명해 보여요.

# 2067년 두 명 중 한 명은 노인…커지는 부양비 부담 

하지만 정년연장을 단순 비용증가 측면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와요. 우리나라 노인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죠.

통계청이 지난해 3월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2017년-2067년)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7년 707만명에서 2025년 1000만명을 넘고 2067년에는 1827만명까지 증가할 전망이에요. 2067년 전체 인구 중 절반에 가까운 46.5%가 노인인 셈이죠.

더욱이 출산율이 줄어들어 인구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에요. 통계청은 2067년 인구가 3929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어요. 노인인구의 증가와 전체 인구 감소로 우리나라 국민 절반에 가까운 수가 노인인구가 되는 것이죠.

노인인구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사회전체가 부담해야할 노년부양비도 커져요. 통계청이 지난해 9월 유엔연합(UN) 201개국의 인구전망과 우리나라 장래인구추계를 비교 분석한 결과 50년 뒤 우리나라의 노인부양 부담은 세계 평균보다 3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나타났어요.

노년부양비는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하는 65세 이상 인구를 말하는데 지난해 기준 한국의 노년부양비는 인구 100명당 20.4명에서 50년 뒤인 2067년 102.4명으로 급증해요. 젊은 세대는 계속 줄어드는데 부양해야 하는 노인인구는 꾸준히 늘면서 향후 우리사회의 복지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요.

# OECD 노인빈곤율 1늘어나는 고령층 경제활동인구

노인인구가 늘어나면 노인빈곤율도 걸림돌로 작용하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66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43.8%예요. OCE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한국의 노인빈곤과 노후소득보장'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근로연령층의 빈곤율과 퇴직연령층의 빈곤율 차이가 5.4배에 달해 노동시장에서 은퇴하는 51세 이후 시기부터 빈곤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보고서는 또 "인구구조의 고령화로 빈곤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덧붙였어요.

# 일터 뛰어드는 노인 늘지만.. '임계장'으로 대변되는 저임금 문제 

빈곤에 허덕이다보니 경제적 능력을 갖추기 위해 일터에 뛰어드는 노인인구도 늘었어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층 인구(55세~79세)의 고용률은 꾸준히 증가했어요. 지난 2005년 고령층 인구 788만명 중 경제활동인구는 396만명으로 고용률은 49.1%를 기록했는데요. 이후 고용률은 2010년 50%를 돌파했고 2019년에는 55.9%를 기록했어요.

문제는 일하는 노인 대부분은 저임금을 받는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고령층 취업자 36.4%는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이어 도소매·음식숙박업(19.8%), 농림·어업(13.8%) 순으로 고령층 취업비중이 높게 나타났어요.

고령층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최근 화제를 모은 '임계장(임시계약직 노인장)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에서도 다뤄졌죠. 공기업을 퇴직한 저자가 경비원, 청소업무 등 노인인구가 주로 종사하는 업종에서 일한 경험담을 풀어내면서 우리 사회 노인 경제활동인구의 씁쓸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 정년연장, 노인부양부담 9년 늦춰사업주 부담 완화 조치도 필요 

향후 인구의 절반 노인이 되는 시대, 생산가능 인구는 줄어드는 사회에서 노인을 부양하기 위한 미래세대의 부담도 고려할 수밖에 없죠. 정년연장으로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노인부양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면 사회구성원이 지금부터 조금씩 부담을 나누는 것이 더 합리적인 해법이 될 수 있죠.

정부도 정년연장을 노인빈곤 해법의 하나로 보고 있어요. 일하는 기간을 늘려 고령층이 안정적 소득을 확보를 할 수 있고 노후 준비 시간도 벌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5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노인 빈곤 문제 완화가 매우 중요하다"며 "정년 문제, 고령인구 재고용 문제 등에 대해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어요.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노년부양비는 생산가능인구 100명 당 노인인구 20.4명을 부양해야 하는데요.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 노년부양비가 이보다 7.4명 떨어진 13.1명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지난해 기준 수준(20.4명)으로 노년부양비가 증가하려면 2028년(20.5명)이 돼야 해요. 따라서 정년연장으로 노년부양부담을 9년 늦추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죠.

그만큼 정년연장으로 노인들의 경제적 자립기간이 늘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노인들의 경제적 자립기간이 늘어나면 미래사회가 짊어져야 할 노인부양 부담도 다소 줄어들 수 있겠죠.

물론 사업주의 부담을 완화하는 작업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해요. 유진성 한경연 연구위원은 "정년연장을 도입하는 경우 기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직무급제나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당장 정년연장으로 사업주의 부담이 눈엣가시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죠. 눈 앞에 보이는 비용만 따진 미국 등 소위 '선진국'의 의료체계가 코로나19로 사실상 붕괴됐던 것처럼 당장은 큰 부담으로 느껴지더라도 장기적 안목으로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국민 건강권을 지켜내는 핵심이라는 것을요. 당장은 비용으로 느끼지더라도 미래에는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점. 정년연장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겠죠.

미래세대의 부담과 현 세대의 부담을 동시에 조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법이 나오길 기대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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