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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거꾸로 가는' 건설 구조조정

  • 2016.10.10(월) 17:13

대기업 인수된 후 찬밥된 고부가산업 '엔지니어링'

포스코엔지니어링은 대우엔지니어링이 전신입니다. 포스코건설이 중동 등 해외 석유화학플랜트 시장을 강화하기 위해 2008년 2160억원(지분 60%)에 인수한 뒤 이름을 바꾼 회사죠. 포스코 편입 전 대우엔지니어링은 '알짜' 회사로 이름나 있었습니다. 2007년에는 매출 4450억원, 영업이익 147억원을 거뒀습니다.

 

종업원지주회사였던 이 회사는 건설업계에서는 화공·플랜트·토목·건축 등 건설 전 분야를 아우르는 엔지니어링 실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해외 석유화학 플랜트 분야가 강해 포스코건설이 이를 높이 샀습니다. 그 무렵 포스코건설은 기업공개(IPO)를 준비했는데 종전 강점이 철강 플랜트 쪽만 두드러졌던 터라 다른 분야를 보완하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포스코엔지니어링은 지금 공중분해 직전에 놓여있습니다. 올 들어 급히 추진된 외부 매각이 불발되자 직원 절반 이상인 6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답니다. 대대적 구조조정을 시작한 겁니다. 갑작스러운 회사 측의 희망퇴직 통보를 두고 얼마 전 이 회사 직원 하나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이 회자되고 있는데, 귀 기울일만한 구석이 적지 않습니다.

 

 

"포스코엔지니어링 없어집니다. 1000명 중 600명이 해고되네요. 남은 인원은 포스코건설로 흡수 합병하거나 팔아버린다네요." 글은 이렇기 시작합니다. 글쓴이는 "돌이켜보면 대우엔지니어링 시절이 좋았다. 업계에서는 좋은 회사로 소문났고 꾸준히 이익이 났고 직접 지은 사옥에서 충당금도 1000억씩 쌓아놓고 지냈다"고 회상합니다.

 

그는 "포스코에 인수되고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엔지니어링사로서 기존의 역량을 더 발휘하고 키울 수 있는 방향이 아닌 종합건설사로의 확대성장으로 사업전략이 잡히면서 회사의 변화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2011년 이 회사가 현재의 사명으로 바꿀때 제시한 모델은 기존 Engineering(설계)에 Procurement(구매)·Construction(시공)·Management(운영)를 총괄하는 '글로벌 EPCM 기업'이었습니다.

 

직원들은 "도대체 왜 우리회사를 인수한건지 부터 이해가 안됐다"고 합니다. 시공 분야의 이윤창출 능력은 모기업 포스코건설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죠. 허니문은 오래가지 않았고 비극은 곧 시작됐습니다. 그는 "최고 수준의 설계 역량을 지닌 엔지니어들이 시공 현장으로 나가면서 하나 둘 전사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익숙지 않은 업무 과정에 징계를 받거나 기존 업무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회사로 옮겨간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드래곤 조(조용경 전 부회장)', '브레인 조(조뇌하 전 사장)'라는 별명으로 불리운 '포스코맨' 출신 초기 경영진에 대한 불만도 거론됐습니다. 인수 직후 저가 수주, 확장 일변도의 변화, 엔지니어링 산업에 대한 몰이해가 지금 구조조정의 발단이 됐다는 겁니다. 그는 "돌아보니 그룹 인사들의 자리보전용이 아니었나 싶다"며 씁쓸해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 이후 지금까지 포스코엔지니어링의 이익지표는 대우엔지니어링 때를 넘어선 적이 없습니다. 포스코엔지니어링이 새로 사업을 확대한 영역에서 매출을 본격화한 시기죠. 작년에는 영업손실 237억원, 순손실 420억원의 적자를 내기도 했습니다. 회사 측은 이런 경영난을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로 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영 실패의 책임이 과연 쫒겨나듯 회사를 떠나야할 600여명 넘는 직원들에게 있을지 궁금합니다.

 

건설업계에 구조조정은 해묵은 숙제입니다. 특히 리먼브러더스 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주택사업에서 유동성 위기를 겪은 대형건설사들에게 '변신'은 숙명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천수답(天水畓)' 같은 부동산 경기 의존도를 줄이는 것, 해외에서는 저가수주에서 벗어나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단순시공으론 더이상 먹고 살길이 아득한 만큼 건설산업의 '고(高)부가가치화', 엔지니어링사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포스코엔지니어링에서 보여지듯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은 영 거꾸로 돌아가는 듯합니다. 여러 건설사에서 최근 인력을 늘리고 투자를 늘리는 사업 분야는 '그나마 되는 사업'인 주택뿐이라고 합니다. 건설산업을 살리는 과정에서 나온 주택경기 부양책이 오히려 제대로 된 건설산업의 업그레이드를 가로막는 건 아닌지, 그 부작용의 불똥은 또 어디로 어떻게 튈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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