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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시대]출퇴근 30분...설레지만, 가능할까?

  • 2024.02.06(화) 07:37

대한교통학회 주최 토론회서 '갑론을박'
민간투자 75조 필요…'사업성' 확보 관건
'예타' 기준 변경, 민간제안 방식 등 요구도

"그림은 예쁜데…1·2기 신도시처럼 '몸테크' 하는 일은 없었으면" 

정부가 지난달 '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를 약속하며 내놓은 '교통분야 3대 혁신방안'에 대해 교통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지난 2일 대한교통학회가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출퇴근 30분 시대 개막을 위한 대한교통학회 전문가 토론회'에서 대부분 전문가들은 '큰 틀의 그림은 잘 그려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동안 도시계획 뒷단의 서비스로만 여겨졌던 '교통'을 정책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 이들의 긍정적 평가의 전제다. 교통이 국민의 주거 위치와 환경은 물론 집값, 생활 반경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의 교통정책이 드디어 국민 눈높이와 키 맞추기를 시작했다고 봤다. ▷관련기사: GTX, 춘천·원주·아산까지 달린다…세종은 'CTX'(1월25일)

민간 재원 절반 이상인데…"사업성 떨어지면?" 

문제점 진단 키워드는 경제성, 사업성에 모아졌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확대와 '철도 지하화'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GTX A·B·C·D·E·F 노선 정부 최종안/자료=국토교통부

이번 대규모 교통망 구축 계획에 대해 정부가 추산한 사업비는 134조원이다. 이중 절반이 넘는 75조원은 민간 재원으로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지자체에도 약 13조원이 요구됐다. 정부가 투자하는 국비는 30조원이다. 

그러나 75조원에 달하는 민간 투자를 끌어올 요인이 명확지 않다. 특히 정부는 GTX-D·E·F 신설 노선과 지방권 광역급행철도(x-TX)에 민간 투자 유치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인데, 수요가 적어 사업성이 떨어져 민간 참여가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사업성이 높다는 1기 GTX 계획도 B노선의 경우 사업성이 낮아 두번이나 유찰됐다. 정부재원을 투입해 사업구조를 바꾼 후에야 사업자 선정이 가능했다. 올해 부분 개통을 시작하는 A노선도 공사비 증가로 사업비가 3조원 가까이 늘었고 삼성~동탄 구간 사업은 3년 넘게 지연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업 시작 전에 더 세밀한 계획과 다양한 투자유인 방안, 사업실현 가능성을 높일 아이디어가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2일 대한교통학회가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출퇴근 30분 시대 개막을 위한 대한교통학회 전문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교통학회TV 영상 발췌

교통전문기자인 강갑생 중앙일보 국장은 "GTX-D도 그렇지만 E·F는 국토부 내에서도 경제성, 사업성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사업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상황에서는 지역주민에게 헛된 희망고문이 될 수 있는 만큼 현실성을 가를 수 있는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사를 맡을 건설업계에서는 사업성을 높일 민간 차원의 사업제안방식 등 발주형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정훈 대우건설 상무는 "막대한 민간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금융권과의 컨소시엄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업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민간제안 방식을 과감히 적용해 줄 필요가 있다"면서 "1기 GTX는 BTO(수익형 민자사업) 방식으로 운영단의 불확실성이 높았기 때문에 BTO와 BTL(임대형 민자사업)을 혼합할 경우 민간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TO는 민간사업자가 최종 사용자에게 사용료를 부과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통행량 등 실제 수요에 따른 위험부담이 크다. BTL은 정부의 시설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시설임대료를 통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어 민간의 수요 위험을 배제할 수 있다.  

김 상무는 또 "지정시행자가 아니라도 부대사업을 허용해 용도변경,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부지 무상사용 등 혜택을 주고 산업보증 한도를 높이는 등 제도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C 연장…지자체 부담 높고 운용효율성 낮아

GTX A·B·C 연장선의 경우 지자체 재정부담이 높아 실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관련기사: 지방도 'GTX 시대'?…개통해도 적자 '지방공항'꼴 날라(1월29일)

최정균 포스코이앤씨 상무는 "A~C 연장은 운용비용까지 정부 지원 없이 지자체에서 부담해야 하는 만큼 실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GTX A~C 노선 연장 계획./그래픽=비즈워치

박경철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가시행 광역철도는 보통 국가가 70%, 지자체가 30%를 부담하고 운영비는 국가가 100% 부담하는 구조"라며 "A·B·C 연장은 지자체가 건설, 운영비를 다 부담해야 하는데, 운영과정에서 연간 수십억의 적자가 발생할 수 있어 재정부담이 상당히 높아진다"고 말했다.

실제 C노선 상록수역 연장은 안산시가 2700억원을 들여 운영비로 연간 44억원의 적자가 나고 있다는 게 박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인접한 지자체 간 재정자립도 차이로 지자체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점도 문제다. 

또 구간 연장시 운용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유소영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노선이 길어지면 배차간격 유지를 위해 차량구입비와 유지관리비 등이 늘어나게 된다"면서 "특히 A·B 연장선과 A~D 기본계획도 SRT, 경춘, 경원, 경부선 기존 망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결국엔 속도가 느린 서비스 귀결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출퇴근 30분 시대 달성을 위해서는 시간대별 집중구간 운영 등 다양한 패턴의 인프라 지원 방안을 생각해야 하고 철도 운영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선제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경철 연구위원은 "B 연장구간인 가평, 춘천은 ITX춘천이 다니는데 청량리에서 26분으로 GTX(21분)와 5분 차이, A노선 연장 평택도 무궁화호로 1시간 걸려 GTX와 5분 차이"라며 "GTX가 비용은 더 많이들고 좌석 예약도 불가해 기다렸다 입석으로 타야한다"고 말했다. 

실제 수요를 더 따져보고 수도권통합요금제, K-패스 등으로 요금부담을 낮추는 등의 다른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무제한이냐, GTX냐…서울시민의 '행복한 선택'은(1월22일)

30년 묵은 '철도 지하화' 이번엔 가능할까 

철도 지하화 역시 약 30년 전인 1995년부터 논의되던 사안. 선거를 앞두고 매번 거론되는 주제지만 편익에 비해 어마어마한 사업비 감당이 어려워 번번이 무산됐다. 

박경철 연구위원은 "철도 지하화는 수십년간 얘기됐지만 실현이 되지 않았던 것은 땅 속으로 들어갈 뿐 교통서비스 자체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며 "수십조원을 들여야 하는 것에 비해 예비타당성 때 편익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고준호 한양대학교 교수는 "상부공간을 활용한 개발이익으로 공사비를 충당한다는 계획인데 상부공간을 공원화한 경의선 숲길을 제외하곤 경험이 많지 않다"며 "기술적 측면에서도 더 난도가 높아 예상보다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미 지하공간이 많이 개발된 곳도 있고 기존 지하철, 철도망 연결 부분, 역사를 지하로 넣으며 생기는 환승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지하는 안전사고에 더 취약한데 상부공간 개발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큰 건축물을 고밀도로 지어야해 기술과 시간, 재원적 측면을 장기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현실화하기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수는 "GTX를 비롯해 철도 지하화 등 대부분의 철도사업은 운영비가 요금으로 충당이 되지 않아 운용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라며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예타 적격성 판단기준에서 경제성 편입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편익을 놓치는 등의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오는 3월 수서~동탄 부분개통을 시작하는 GTX-A노선이 향후 사업 성패의 가늠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유소영 연구원은 "올해 부분개통을 하는 A노선이 향후 모든 사업의 성공과 실패 가늠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A노선 승객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을 통해 이후 사업들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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