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민들의 희망이냐, 아니면 희망고문이냐'
정부가 지방에도 광역급행철도를 놓기로 하면서 지방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인 GTX를 충남·강원까지 잇고, 대전~세종~충청권 급행철도인 CTX(가칭)로 시작해 지방권 'x-TX' 시대를 열겠다는 게 윤석열 정부 구상이다.
이로써 수도권과 지방 간 교통 격차가 줄어들며 그간 위축됐던 지방도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신속히 교통망이 뚫렸을 때의 얘기다. 총선을 앞두고 기대감만 키워놓고 결국 낮은 사업성 등에 부딪혀 흐지부지되는 노선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에도 GTX 깐다…'x-TX' 줄줄이 예고
국토교통부는 지난 25일 수도권은 출퇴근 30분 시대를 지향하고 교통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목표 아래 '교통분야 3대 혁신 전략'을 내놨다. ▷관련기사:GTX, 춘천·원주·아산까지 달린다…세종은 'CTX'(2024년1월25일)
그 수단으로 '광역급행철도'를 전면에 내세웠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인 GTX A~C 노선은 연장하고 D~F 노선을 신설하는 동시에 지방에도 광역급행철도를 깔기로 했다. 특히 지방은 GTX 노선을 일부 연장하는 것에서 나아가 지방권 'x-TX'를 도입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지방에 광역급행철도를 놓는 건 처음이다.
GTX-B 노선(인천대입구~마석)은 오른쪽 끝인 마석에서 가평~춘천까지 연장했다. C 노선(덕정~수원)의 하단은 수원에서 화성~오산~평택~천안~아산까지 잇는다. GTX는 애초 경기권에서 서울로 이동하기 수월하게 하기 위해 만든 철도지만 강원도와 충남까지 뻗은 것이다.
이와 별개로 조성하는 'x-TX'는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부터 놓기로 했다. 이른바 '대·세·충' 노선으로 충청(C)의 이니셜을 붙여 'CTX'로 가칭을 지었다. 대전청사~세종청사~충북도청~청주공항 등 주요 거점을 연결하고, 조치원·천안 등 충남을 거쳐 수도권(경부선 공용) 연결도 추진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노선은 민간 투자 의향이 있어 선도사업으로 선정됐다. 민자철도는 민간이 사업비를 50% 이상 투자하고 운영비는 100% 부담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지출이 적고 절차 간소화로 신속 구축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대·세·충은 4차 국가철도망계획에 광역철도만 반영돼 있는데 이를 광역급행철도로 가려고 한다"며 "이미 민자에서 사업 제안 초안이 들어왔기 때문에 오는 4월쯤 적정성 검토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TX가 정식 추진되면 지방권 급행광역철도 1호가 된다는 점에서 전국의 기대감이 크다. 지금까지는 지방권 광역철도도 전무하다. 연말에 개통되는 구미에서 경산까지 대구권 1단계 광역철도가 지방 첫 광역철도다.
정부는 이 외에도 4차 철도망 계획에 반영된 지방 광역철도 사업은 민간이 경제성을 높여 사업 의향서를 제출하는 경우 최우선 추진을 검토키로 했다. 대구경북 신공항철도(대구~구미~신공항~의성)는 GTX 급행철도 차량을 투입해 오는 2월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하고 민간투자 유치도 검토한다.
부·울·경, 호남권 등 지방 도시에서 추진 가능한 신규 노선도 지자체와 민간 건의를 받아 5차 철도망 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 밖에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 △대전·세종·충청권 △광주·전남권 △강원권 등에서 광역·도시철도망 확충에도 나선다.
지방 숨통 트일까…"신속 추진 어려울 수도"
지방권에 광역급행철도가 놓이면 인구 유출 등으로 얼어붙었던 지방에도 일부 온기가 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도권 및 지역 간 이동 편의성이 높아져서다.
강원도 춘천이나 천안·아산 지역민들은 각각 GTX-B 노선과 C 노선을 이용하면 서울역 및 강남권으로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 대구경북 신공항철도의 경우 광역철도에 GTX 철도 차량을 투입하면 속도를 높여 급행화할 수 있다.
광역철도는 시점부터 종점까지 평균적으로 걸리는 시간 대비 속도인 표정속도가 50km, 광역급행철도는 80km다. 지하철 등 철도 노선이 부족한 충청권도 시속 180km로 운행하는 CTX를 이용하면 지역 간 이동이 편해진다.
이렇게 되면 지방민들이 교통 편의 등이 높은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나타나는 인구 유출, 지방 소멸 등의 우려도 일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지방 경쟁력이 커지면 침체한 부동산 시장도 일부 고개를 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 경쟁력을 키우려면 교통 혁신으로 인프라를 깔아줘야 한다"며 "주민들의 출퇴근 고통을 모른척할 수 없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지방 대도시권에도 xTX가 보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통까지 갈 길이 멀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통상 철도 개통까지 최장 20년은 걸린다. 노선이 확정돼 단계별 개통 중인 GTX A~C 노선도 다 뚫리려면 2028~2030년은 돼야한다. 지방 x-TX는 이제 첫발을 내딛는 수준이기 때문에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
더군다나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인구 및 이동 수요가 적다. 이 때문에 지역별로 광역철도망을 구축하면 경제성이 충분히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이미 지방 인구 감소로 전국 15개 공항 중 무안, 양양, 군산 등 10개 공항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방광역철도가 '총선용 정책'이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총선을 석 달 앞둔 만큼 수도권과 지방 표심을 동시에 겨냥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기대만 부풀리고 총선 등을 거친 뒤 노선 일부는 흐지부지 사라지게 되는 '희망 고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이번 대책은 지방 위축으로 수도권과의 양극화가 심화한 상황에서 나온 호재 거리로 지방민들의 기대감이 높다"면서도 "다만 지방은 기존 철도망을 이용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KTX와의 차별화, 합리적인 요금 책정 등이 이뤄질지 관건"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아울러 총선용으로 과대 포장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괜히 (지역민들이) 김칫국만 마시는 격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발표한 노선들을 끝까지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