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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없어서 못 팔았는데…'하이엔드 아파트' 안통한다

  • 2023.07.18(화) 06:30

잘나가던 하이엔드주택 인기 시들
미분양에 할인분양…찬밥 전락하나 
고분양가 거르기? "당분간은 지속"

한때 잘 나가던 '하이엔드 아파트'(또는 고급화 단지)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부동산 상승기 땐 높은 분양가에도 속속 완판되던 고급 아파트들이 최근 들어선 미분양, 할인분양 등의 굴욕을 당하고 있다.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 등에 따라 상대적으로 비싼 아파트가 외면 받는 데다 양극화 부추김, 하자 논란 등까지 더해진 탓이다.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이같은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미분양에 20% 할인까지

18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 또는 고급단지를 표방하는 아파트들이 분양 시장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영등포구 '브라이튼 여의도' 아파트다. 이곳은 서울 여의도에서 18년 만에 공급하는 신축 아파트인 데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49층 초고층 아파트로 분양 전부터 관심을 받아 왔다. 

'하이엔드 복합 주거단지'로 조성하는 브라이튼 여의도는 지하철 5·9호선 여의도역과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사이에 있는 더블 역세권 단지로 일대 개발호재도 풍부하다. 

이에 청약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았으나 분양가 규제 등에 따라 일반분양 시점이 밀리면서 지난 2019년 오피스텔 1개 동(849실)을 먼저 분양하고, 아파트 2개 동(454가구·전용면적 84~132㎡)은 올해 4월에서야 임대 후 분양(4년 단기 민간임대)으로 공급했다. 

그러나 높은 임대보증금 등의 영향으로 아직까지 입주자 절반은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브라이튼 여의도 분양 관계자는 "물량이 이제 절반 남았다"며 "한강뷰 가구는 거의 다 나가긴 했지만 아직 있긴 하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임대보증금은 3.3㎡(1평)당 평균 5300만원 수준으로 가구 면적에 따라 13억~32억원대에 달한다. 13층 이상부터는 70만~490만원대의 월 임대료도 내야 한다. 

수도권에선 할인 분양에 나선 고급 단지도 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일대에 공급하는 '수지 몽펠리에 힐포레'는 럭셔리 주거상품을 표방한 단지다. 고급 마감재와 인테리어, 명품 빌트인 가구 등 하이엔드 설계와 상품을 곳곳에 적용했다. 

아파트와 주거형 오피스텔로 이뤄져 있는데 이중 아파트는 1단지 전용 63~68㎡ 21가구, 2단지 전용 65~67㎡ 21가구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9월부터 분양했으나 여전히 미분양에 허덕이고 있다.

현재는 약 20%가량 할인한 가격으로 미분양 가구를 파는 중이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6억5800만~7억6990만원인데 5억원 초반대까지 가격을 인하해주고 있다. 

이 아파트의 분양 관계자는 "회사 보유분이 40% 정도 있는데, 회사가 미분양 가구를 산 다음 선착순으로 특별 할인해주는 것"이라며 "지금 30% 정도 물량이 남아 있고 일부 타입은 5억3000만원까지 할인됐다"고 말했다. 

전국 평균청약경쟁률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위상도 뚝…언제까지?

하이엔드 아파트가 시장의 외면을 받는 주된 이유로는 주택 매수 심리 및 투자 심리 악화가 꼽힌다. 

2019~2021년만 해도 다 같이 집값이 오르자 그중에서도 '고급화'를 표방하며 차별화를 두려는 분위기가 확산했다.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시공사들이 앞다퉈 '고급화'에 승부수를 던진 이유다. 

당시엔 아파트뿐만 아니라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도시형생활주택 등까지 '고급화'를 내걸고 분양가를 높여도 속속 완판 행렬을 이어갔다. 

그러나 부동산 침체기에 들어서자 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재편돼 고분양가 단지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 고금리, 집값 추가 하락 가능성 등에 따라 청약에 신중해지는 분위기다. 

아울러 하이엔드 아파트의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 최근 '양극화 부추기기' 논란 등으로 고급화 단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신현대아파트)은 디에이티건축의 재건축 설계 홍보영상에 '모두가 우러러보는 삶의 높이', '대한민국 상위 0.1%의 독점적인 상류층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최초의 공간' 등의 문구가 표기돼 공분을 산 바 있다.

하이엔드 아파트 역시 하자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는 점도 위상을 떨어트렸다. 

국내 최초 하이엔드 아파트 리조트 콘셉트로 지어진 검암역로열파크시티푸르지오가 최근 침수 피해를 겪으면서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말만 하이엔드 아파트지 누수 붕괴 많다'는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한동안 하이엔드 아파트 분양 시장 위축이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가 낮을 땐 일반 아파트와 차별화하기 위해 하이엔드, 고급 아파트 쪽으로 전략을 잡아도 분양이 잘 된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처럼 금리가 높고 시장이 안 좋은 상황에선 가격적으로 메리트가 없는 단지에 들어가긴 부담스럽기 때문에 이전처럼 관심 받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다시 집값이 소폭 상승세로 돌아서고 분양 시장에 온기가 살아나고 있어 이같은 흐름을 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은 올 1분기 5.1대 1에서 2분기 11대 1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윤 위원은 "특히 투자 목적으로 봤을 때 분양가가 높을수록 투자 수익률이 안 좋기 때문에 이전처럼 관심 받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양극화에 따라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기 때문에 금리가 떨어지거나 시장이 회복되면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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