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창간2주년특별기획 좋은기업

①규제 총량 불변의 법칙

  • 2015.05.18(월) 15:16

비즈니스워치 창간 2주년 특별기획
<좋은기업> [확 풀자!] 증권부문
자본시장 활성화 ‘훈풍’..한쪽선 다시 ‘족쇄’

‘영업순자본비율(NCR) 개편, 증시 가격제한폭 확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금융감독당국이 지난해부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융투자업계에 내놓은 ‘선물 보따리’다.  한동안 고사 직전에 놓였던 업계는 지난해부터 규제 완화 훈풍을 한껏 맞고 있다. 업계가 예의주시하는 핀테크 육성 정책을 비롯해 정부의 고삐 풀기는 올해도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한쪽에서는 규제를 풀고 있지만 다른 쪽에서는 오히려 다시 조이고 있다는 평가가 상존한다. 업계가 그리는 청사진과 정부가 추구하는 실리 사이의 간극으로 인해 도입이 지연되거나 표류 중인 규제완화책도 부지기수다.

 

 

◇ NCR 등 규제 풀자…증시도 화답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증권업계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한가운데 있었다. 최근 몇 년간 불황에 갇힌 탓에 활력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이처럼 업계가 구조적인 정채상태에 빠진데는 이들을 옭아맸던 규제도 한 몫했다. 

 

업계는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성토했다. 시장의 바람이 통했는지 지난해부터 정부는 자본시장 활성화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결실도 맺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NCR 개편이 이뤄졌고, 올해 상반기 중에는 증시 가격제한폭 확대(±15%→±30%)도 이뤄질 예정이다. 올해 안에는 한국형 ISA도 도입될 예정으로 금융당국은 5월 중 정부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에 있다.

 

당국은 은행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외국환 업무에 대해서도 증권사들에 활짝 문을 열어줬다. 지난해부터 불고 있는 핀테크 열풍도 규제완화 바람과 맞물려 증권사들에게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지 주목받고 있다.

 

일련의 규제 완화는 증시에도 기폭제가 됐다.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돌파한데는 우호적인 대내외 환경도 작용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정부의 규제 완화와 시장 활성화 노력도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 레버리지비율?…반대급부 규제 ‘속앓이’ 

 

그러나 시장 갈증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한쪽에서는 규제가 술술 풀리는 모양새지만 그에 따른 반대급부로 또다른 규제가 생겨나고 있다. 정작 규제완화가 필요한 곳은 등한시하면서 업계는 마냥 웃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일례로 NCR 기준 완화에 따른 보완책으로 정부가 레버리지 비율 규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증권사들은 또다른 고민이 빠져 있다. 레버리지 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로 기업의 부채 의존도를 나타낸다. 당국은 2년 연속 순손실이 나고 레버리지 비율이 900% 이상이거나, 레버리지 비율이 1100%이상인 회사에 대해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하기로 했다.

 

문제는 레버리지 비율에서 부채에 해당되는 부분에 증권사들의 수익원으로 부상하며 발행이 급증하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일부 대형증권사들은 이미 레버리지 비율이 1000%에 육박해 내년 규제에 앞서 ELS 발행을 줄이거나 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업계에서는 NCR 변경으로 규제가 완화된듯 보이지만 레버리지 비율 규제가 또다른 족쇄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 대안으로 ELS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최근 흐름과도 역행하는 부분이다.

 

오랫동안 제기돼 온 파생상품 시장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옵션 승수 인상 등 이미 관련 규제가 강화된 후 국내 파생상품 시장은 고사 직전에 놓여있다. 규제 여파로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한때 세계 1위를 자랑했던 한국 파생상품 시장의 위상은 온데간데 없다.

 

이에 더해 금융당국은 투기와 위험거래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선물·옵션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기본예탁금을 높이고 개인 파생상품 투자자들에 대해 80시간에 달하는 사전 교육을 의무화해 시장 진입을 아예 차단해버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내년부터는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차익세가 도입되면서 추가적인 시장 위축이 우려된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파생상품 시장 규제는 공통적으로 지나치게 짧은 시간 안에, 사후 대책 성격으로 수립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의견 수렴과 피드백을 통해 시행과정을 거치고 시행 후에도 일정 시간이 경과된 규제 효과를 검증해 적절성을 재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장내 파생상품 연도별 일평균 거래 규모 추이(출처:한국거래소)

 

◇ 말로만?…ISA 도입 ‘만만디’

 

정작 가려운 데를 긁어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 더딘 진행 속도로 규제 완화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ISA 도입만 해도 본래 지난해 중 도입이 예상됐지만 정부와 금융당국, 금융투자업계 간의 이견으로 결국 해를 넘겨 추진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 3월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한 '한국형 ISA(IWA) 도입 필요성과 방향'을 주제로 주최한 정책 세미나에서는 도입목적을 두고 정부와 업계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것이 재확인됐다.

 

금융투자상품 방문판매는 도입 여부가 거론만 되면서 몇년째 표류 중이다. 발빠른 몇몇 증권사는 방문판매가 허용될 것이란 기대가 일자 일찌감치 선점을 노리고 준비에 나섰다가 김칫국만 마셨다. 지난해 4월 발의된 방판법은 아직까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연금저축 가입자의 연금저축 계좌 이체를 간소화해 증권업계의 환영을 받았지만 시행 일정이 늦어지면서 미리 관련 이벤트 준비한 증권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