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다시 미래를 설계한다>②-2
스마일게이트 스타트업 지원센터 '오렌지팜'
3년간 115개사 원스톱 지원…멘탈·경청 강조
고용 대란으로 불릴 만큼 심각한 취업 한파가 이어지면서 스타트업 창업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창업은 쉬운 일이 아니고 실패할 확률도 높다. 그러나 길게 보면 취업 못지않은 선택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비즈니스워치는 2018년 연중기획의 일환으로 스타트업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팁을 마련했다. 성공한 스타트업과 주요 기업의 창업 지원센터를 탐방해 실전 노하우를 알아본다. [편집자]
서울 남부순환로를 타고 예술의전당 방면을 지나다 보면 4층 높이의 밝은색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엔 총싸움게임(FPS) '크로스파이어' 개발사로 잘 알려진 스마일게이트의 청년창업 지원센터인 '오렌지팜'이 자리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2008년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급성장했다. 창업자인 권혁빈 회장은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와 포브스가 선정한 억만장자 순위에서 자주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주식 부호로 유명하다.
오렌지팜은 권 회장이 공들여 운영하는 민간 최대 규모 창업 지원센터다. 2014년 4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영빌딩에서 처음 문을 연 후 지금은 신촌과 부산, 중국 베이징 등으로 넓혀가고 있다. 권 회장은 분기마다 한 번씩 이곳을 찾아 예비 창업가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센터가 입주한 삼영빌딩은 한때 스마일게이트가 본사로 사용하기도 했다. 스마일게이트는 물론 휠라코리아 등 이 빌딩에 입주했던 상당수 기업이 모두 사세 확장과 함께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대박빌딩으로 불리기도 한다.
▲ 오렌지팜 서초센터 1층 전경 [사진=스마일게이트] |
◇ 창업 및 경영 노하우 원스톱 지원
지난달 31일 오렌지팜을 찾았다. 말 그대로 활기가 넘쳤다. 16개 스타트업 입주사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일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다. 사무실마다 10여 명이 사용할만한 공간이 있는데 삼삼오오 회의를 하는가 하면 큰 화이트보드에 복잡한 계산식을 써놓고 곰곰이 생각에 빠진 이도 보였다.
오렌지팜은 2014년 문을 연 후 최근까지 모두 115개의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입주 기업으로 선정되면 최장 2년간 사무실 공간을 빌릴 수 있다. 전문가 멘토링이나 투자를 받을 수도 있다. 해외 시장을 노리는 스타트업은 노하우도 전수받을 수 있다.
창업은 물론 그 후 경영과 투자 노하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보니 입주 경쟁도 치열하다. 평균 입주 경쟁률은 9대 1에 달한다. 지난해 말까지 입주한 스타트업의 누적 투자금은 42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 스타트업 첫 번째 성공 요소는 멘탈
서상봉 오렌지팜 센터장은 스타트업의 첫 번째 성공 요소로 창업자의 멘탈을 꼽았다. 서 센터장은 LG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인 LG CNS 출신으로 지난 2010년 스마일게이트에 합류했다. 권 회장과 함께 오렌지팜 설립을 주도했고 초대 센터장을 맡아 지금까지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서 센터장은 "막상 창업을 시작하면 밑천이 떨어진다거나 주위 사람들과 갈등이 생기는 등 계획대로 일이 되지 않는다"면서 "그러면 멘탈이 쉽게 무너지는데 이를 잘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를 능동적으로 해결해야 성공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고, 그러려면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서 센터장은 이를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훈련'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마냥 꽃길만 걷는 스타트업은 있을 수 없다"라며 "실패 과정에서 본인이 왜 창업을 했는지 되물으면서 사업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듣는 능력'과 다양한 경험도 중요
독선과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서 센터장은 "초보 창업자들은 본인의 아이디어를 방어하면서 끝까지 밀고 나가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다른 사람의 평가를 비판적으로 수용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듣는 능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듣는 능력'은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하다. 서 센터장은 '생수를 구하는 것과 생수를 파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결국 투자자를 잘 아는 경영자가 투자를 받는다"며 "실험과 가설을 끊임없이 검증하면서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시각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 경험은 그가 강조하는 요소 중 하나다. 더 큰 시장에서 경쟁자들을 제치고 성공한 스타트업을 지켜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공부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꼼꼼한 성격도 필수요소로 꼽았다. 성공한 창업자는 공통적으로 치밀하고 차분한 성격을 갖췄다는 게 서 센터장의 평가다. 치열하게 고민할 줄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창업 과정에서 부딪히는 여러 난관도 이겨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서상봉 오렌지팜 센터장(사진)은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창업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 사람을 끄는 매력까지 더하면 금상첨화
여기에다 사람을 끄는 매력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서 센터장은 "창업자의 열정이나 인품이 형편없다면 구성원을 이끌어갈 수 없다"면서 "투자자들도 창업자에게 좋은 인상을 받아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신용카드 추천서비스 스타트업인 레이니스트의 김대훈 대표와의 만남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레이니스트는 2015년 오렌지팜을 졸업했다.
"오렌지팜 설립 전 대학생 창업 경진대회에 심사역으로 참가했는데 그곳에서 김 대표를 만났어요. 프리젠테이션을 하는데 사업 방향성이 뚜렷하고 고민의 흔적이 묻어났습니다. 그 모습에 반해 행사 뒤 김 대표를 찾아가 오렌지팜이란 걸 만들 텐데 괜찮다면 함께하자고 했죠. 센터장이 그래선 안 되는데…"(웃음)
서 센터장은 "20~30대 창업자들의 경우 어려움을 겪을 때 기성세대들에게 의견을 구해보는 것도 팁 중의 하나"라며 "세대 간 맞닥뜨린 환경은 다르지만 힘든 시간을 겪어내는 과정은 모두가 비슷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