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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네이버와 카카오엔 인재상이 없다

  • 2018.04.02(월) 13:48

<청년 일자리, 다시 미래를 설계한다>
네이버, 신입보다 경력 위주 채용…"덕후 뽑는다"
작년 첫 공채 카카오, 스펙 안보고 실력으로 채용

 

네이버와 카카오는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회사 중 하나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설문조사 결과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대학생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는 카카오, 5위는 네이버였다. 두 회사는 삼성전자(5위)와 한국전력(8위), KT(9위)보다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로 향하는 취업 문은 좁다. 신입보다는 경력을 선호하고, 공채보다 수시로 채용하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채용의 가장 큰 특징은 필요한 인력을 필요할 때 뽑는 수시채용이다. 네이버 채용사이트(http://recruit.navercorp.com/naver/recruitMain)를 보면 현재 개발 21건, 디자인 2건, 콘텐츠&서비스 11건, 경영지원 1건 등 총 35건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1~10년의 경력을 요구한다. 취준생이 지원할 수 있는 분야는 '2018년 네이버 글로벌 인턴십' 정도다.

네이버 관계자는 "대기업은 일 년에 한두 번 대규모 공채를 진행해 한꺼번에 인력을 뽑아 부서에 나눠주지만 네이버는 각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필요한 인력을 수시 채용한다"며 "조직별로 채용 절차도 다르고 연봉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 [사진 = 네이버 채용 홈페이지]


네이버는 2015년 책임예산제를 도입하면서 각 조직이 독립적으로 채용과 예산을 운영하는 틀을 마련했다. 당시 인사팀을 'Better Workplace Support(BWS)'로 바꾸며 각 조직이 맞춤형 인재를 뽑을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네이버 채용 사이트를 보면 특별한 '인재상'이 없다. 틀에 짜인 인재로는 급변하는 IT환경과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네이버에 경력으로 입사한 한 직원은 "네이버 자기소개서는 '복붙(복사 후 붙여넣기)'이 불가능해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라며 "자기소개서에선 지원분야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이어 "면접 때도 지원자가 '덕후(전문가 수준의 골수팬)'인지를 중요시한다"며 "신상은 거의 묻지 않고, 지원분야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과 네이버의 개선점 등을 집중적으로 묻는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카카오 채용사이트(https://careers.kakao.com/index)를 보면 현재 기술 148건, 서비스사업 53건, 디자인 19건 등 총 251건의 채용 공고가 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직군 관련 경력이나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회사가 스타트업으로 시작하다 보니 채용도 거의 경력 위주로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인재상은 따로 두지 않는다"며 "다만 공유와 신뢰, 충돌, 헌신 등 카카오 철학에 부합하는 인물인지는 영입과정 중에 자세히 관찰한다"고 설명했다.

 

▲ 라인플러스 채용 공고[사진= 회사 홈페이지]


네이버와 카카오의 신입 채용이 '좁은 문'이지만 닫혀있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가 일본에서 운영 중인 모바일메신저 '라인'의 국내 법인 라인플러스는 현재 '2018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 중이다. 모집분야는 SW개발과 디자인, 기획 등이다. 올해 8월 졸업 예정자나 경력 2년 미만의 기졸업자면 지원할 수 있다. 카카오플러스는 '2018 LINE 온라인 채용 설명회' 동영상을 통해 '꿀팁'을 주고 있다.


라인플러스 채용팀 이동준 씨는 "자기소개서 글자 수가 무제한"이라며 "막막할 수 있지만 글자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말고 진정성 있게 자기 스타일대로 쓰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입사한 HR부서 이시은 씨는 "라인의 특별한 점은 인·적성시험 대신 과제를 주는 것"이라며 "단순히 데이터를 나열하기보다는 어떻게 실무에 활용할지 근거를 대고, 발표 땐 학교 프로젝트 등 과거 경험을 녹이라"고 조언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2014년 합병 후 첫 공채를 진행해 신입 개발자를 뽑았다. 전형절차는 코딩테스트 1~3차, 면접 1~2차 등 총 5개 관문으로 이뤄졌다. 모든 과정은 철저히 블라인드 전형으로 진행했다. 지원자는 이름과 이메일, 전화번호 등 3가지 정보만 제공하고 오직 실력만으로 코딩 문제를 풀었다. 시험시간은 1~2차 온라인 테스트 13시간, 3차 오프라인 테스트 4시간 등 총 17시간에 이르렀다.

시험 시간이 보여주듯 문제는 코딩을 공부하지 않으면 풀기 어렵다. 카카오 관계자는 "알고리즘 등 전산학 기초를 충분히 학습했다면 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1차 코딩테스트에 나온 문제 중 하나다. 이 문제의 답과 다른 문제는 카카오 기술 블로그(http://tech.kakao.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콘은 판교역에서 카카오 사무실까지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셔틀 규칙은 다음과 같다.

셔틀은 09:00부터 총 n회 t분 간격으로 역에 도착하며, 하나의 셔틀엔 최대 m명이 탈 수 있다. 셔틀은 도착한 순간에 대기열에 선 크루(직원)까지 포함해 순서대로 태우고 출발한다.

콘은 관찰 끝에 어떤 크루가 몇 시에 대기열에 도착하는지 알아냈다. 콘이 셔틀을 타고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각 중 제일 늦은 시각을 구하여라. 단 게으른 콘은 같은 시각에 도착한 크루 중 제일 뒤에 선다. 모든 크루는 23:59에 집에 돌아간다.

 

 

지난해 카카오 첫 공채에선 1만100명이 이 문제를 풀었고, 44명이 최종 합격했다. 회사는 최종합격자 발표 후에야 지원자들로부터 출신학교와 학점 등 이른바 '스펙'을 받았다. 블라인드 전형 결과 서울지역 대학출신 24명, 비서울 대학 출신 18명, 해외대학 2명이 합격했다. 이 중 36명이 입사해 현재 근무 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공채 전형은 실력을 필터링하기 위해 설계됐다"며 "합격자 중 외국 대학 졸업 후 인턴 경력이 전부였던 32살 직원도 합격했는데 통상적인 기준이라면 합격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조건 실력 위주로 뽑았다"며 "올해 신입 공채 계획은 미정이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카카오 판교 오피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