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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내 승부 갈린다"…금융권 DX는 속도전

  • 2023.06.21(수) 10:45

창간10주년기획 [DX인사이트]
"디지털이 곧 금융 경쟁력이자 지속성장 기반"
"자금중개 넓어지고 초개인화 서비스도 대중화"

요즘 금융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 중 하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DT)입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 고객 경험, 프로세스, 조직 문화 등을 최적화해 나가는 과정을 의미하죠. 다양한 산업들이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서도 특히 금융권은 디지털 전환을 '절박한 숙제'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용자들과의 접점이 대면 창구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입니다. 실제 은행 점포는 2018년 6766개에서 지난해 5800개로 4년 새 966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인터넷뱅킹 비중(입출금·이체 거래 건수 기준)은 53.2%에서 77.7%로 24.5% 늘었습니다.

휴대전화 앱을 통해 대출, 예적금 가입, 보험금 청구, 주식 거래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딥러닝과 같은 디지털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 상상만 하던 금융비즈니스가 현실화하고 있죠.

예전엔 없던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전달업), 종합지급결제업이 등장하는 것처럼 금융산업의 규제 방향도 혁신을 촉진하는 추세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빅테크 등은 기존 금융사들이 독식하던 판에서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죠. 이제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됐다는 얘깁니다.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윤진수 KB국민은행 테크그룹 부행장은 "체질을 바꿔야 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사회와 고객에 변화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에 따라 금융사의 미래 가치가 달라진다"고 단언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잘 소화해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기반을 만드는 게 바로 디지털 전환이란 거죠.

디지털 전환은 우리 생활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요.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돈의 융통, 즉 자금중개라는 금융의 본질이 더 정교하고, 효율적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더 맞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해 경제력을 키울 수 있고요. 다양한 데이터에서 '신용'을 추출해 내 전에는 대출을 받지 못했던 개인이나 기업도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거죠.

옥일진 우리금융지주 디지털IT부문 전무는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변화로 '초개인화된 맞춤 서비스'를 꼽습니다. 부자들만 누릴 수 있었던 프라이빗뱅킹(PB), 자산관리(WM) 상담이나 자문 같은 수준 높은 금융 서비스가 대중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것은 로보 어드바이저 같은 디지털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하지만 금융권 디지털 전환에는 풀어야 할 난제도 산적합니다. 권 연구위원은 "(디지털 전환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종합적인 방안을 아직 찾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채찍질만 할 게 아니라 디지털 전환에 대한 거대 담론과 비전부터 제대로 얘기해야 한다는 거죠.

업무 일선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합니다. 은행권 투자일임업 규제에 대한 아쉬움이 특히 많이 보입니다. 투자일임업은 주식, 채권, 펀드 등에 대한 투자 판단을 고객으로부터 위임받아 대신 자산을 운용해주는 것인데요. 현재 은행은 개인종합저축계좌(ISA)에 한해서만 가능한 탓에 기술적으로 가능해진 '원스톱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죠.

그렇다면 앞으로 금융권 디지털 전환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요? 윤 부행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접목해 고객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금융사들이 IT회사 이상의 디지털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옥 전무는 "1~2년 내에 초개인화 서비스에서 실력 격차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금융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지금은 규모가 큰 금융사라도 디지털 경쟁력을 갖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데 이의가 없습니다. 신선한 경험과 편의성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에게 외면당한다면 서서히 죽어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금융사들의 디지털 전환 고민과 방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금융권은 더 넓은 운동장을 향해 절박함 속에서도 자신감 넘치는 도전을 펼쳐가고 있습니다. 금융 소비자들이 누릴 더 편리한 미래도 기대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