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0주년기획 [DX인사이트]
"디지털 균형감·질문능력 키워야"
강원도 춘천 남산면에 위치한 더존비즈온의 강촌캠퍼스. 대학 캠퍼스를 연상시키는 이곳의 지하 1층에는 총면적 3300㎡ 규모의 데이터센터 'D-클라우드센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D-클라우드센터가 구축된 건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은 인터넷강국으로 꼽히지만 당시만해도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중 독자적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운영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막대한 투자와 고도의 유지관리 능력 등이 필요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싶어도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더존은 다양한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제공하면 더 빠르고 유연하게 서비스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마련한 게 이곳 강촌캠퍼스입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문을 연 1호 토종기업이 탄생한 겁니다.
클라우드란?
인터넷상에 '구름'처럼 떠있는 컴퓨팅 자원.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2006년 아마존이 아마존웹서비스를 출시했고 2010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애저를 내놓았다. 한국에서도 2011년 클라우드 시대가 열렸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운영되는 데다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방이 필요해 엄청난 전력을 소모합니다. 그래서 '전기 먹는 하마'로도 불립니다. 더존이 데이터센터 부지로 춘천을 택한 것도 이와 관련있습니다.
춘천은 연평균 기온이 수도권 평균보다 2~3도가량 낮고 산바람으로 서버를 냉각할 수 있는 위치라 전력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네이버, 삼성SDS 등 다른 IT업체들도 더존의 뒤를 이어 춘천에 데이터센터를 열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서버실를 둘러봤습니다. 500개의 서버랙으로 구성돼있는데요. 항온항습, 내진, 화재예방, 무정전 전원장치 등 첨단설비가 서버를 지키기 위해 가동 중입니다.
개념조차 생소했던 클라우드에 눈을 돌려 새로운 시장을 연 더존의 성적은 어땠을까요?
2020년 매출이 3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중 최초의 기록입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사람과 사람간 대면활동이 극단적으로 줄어든 시기, 더존은 존재감은 더욱 빛났습니다.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비즈니스는 계속 이뤄져야합니다. 비대면 업무처리시스템이 필요한 기업들이 더존을 찾은 거죠.
더존의 다음 행보는 어떤 것일까요? 그 힌트를 얻기 위해 지용구 더존 솔루션사업부문 대표를 만났습니다. 지 대표는 더존의 청사진을 그리는 미래성장전략실을 맡고 있습니다. 디지털전환의 첨병이자 일타강사 역할을 하고 있는 분이죠. 인터뷰는 더존을지타워에서 이뤄졌습니다.
-디지털전환(DX)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저희 직원들은 이렇게 표현하더라구요. 'END'가 아니라 'AND'라고. 디지털전환은 끝없이 업데이트되는 것이다라는 표현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전환(DX)이란?
클라우드·빅데이터·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기업의 전략·조직·프로세스·사업모델 등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경영전략.
DX 1.0 = 스마트폰의 출현
DX 2.0 = 모바일+클라우드+5G
DX 3.0 = 넥스트 ERP(융합·연결·공유)
DX 4.0 = 초거대 AI 시대
-지금을 DX 3.0 단계라고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인사관리(HR)나 세무·회계시스템을 네이버나 구글처럼 쓰면돼요. 챗GPT나 구글링처럼 질문해서 쓰는 겁니다. 그렇게 바꾸겠다는 개념이 DX 3.0입니다. 챗GPT가 거대 인공지능인데 챗GPT의 연료는 데이터잖아요. DX 3.0 시대는 데이터를 한곳에 모은다, 데이터를 갖고 비즈니스하는 시대로 넘어가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DX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균형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균형감, 접속과 접촉의 균형감, 검색과 사색의 균형감입니다. 기술을 이해하고 검증하는 건 경험에서 나오는 것들이잖아요. 그런 것들은 검색만 하지 말고 사색을 해야 나오는 것이고, 접속만 하지 말고 접촉을 해봐야합니다. 저는 그걸 디지털 균형감이라고 표현합니다."
-CEO는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요?
"디지털 균형감을 가지려면 CEO(Chief Executive Officer)의 포지션을 가진 사람들은 CXO(Chief eXperience Officer)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운데 'X'는 '경험(eXperience)'입니다. CXO가 의사결정에 얼마나 균형있게 잘 관여하느냐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기술이 빨리 진화하고 발전하는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CTO, CIO를 두고 맡겼잖아요. 이제는 관여해야 합니다."
-DX를 추진하면서 AI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나옵니다.
"컴퓨터가 정보처리를 할 때 격언이 있습니다. 'Garbage-in, Garbage-out'이라고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개념은 챗GPT 등장 이후 바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쓰레기를 넣어도 그럴듯하게 나오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챗GPT 출현에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기대를 하지만 조직의 장으로서는 우려도 반 이상은 됩니다. 가짜를 진짜라고 믿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챗GPT는 나를 돕는 과정일 뿐이고 결과는 인간의 몫입니다. 귀차니즘이나 게으른 사람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 위험을 헤지(Hedge)할 수 있는 도구나 기술, 즉 '가짜일 수 있습니다', '진짜인지 확인은 당신의 몫입니다'라고 알려주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DX시대에는 더존도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데요.
"얼마전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가 쓴 책을 읽고 굉장히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챗GPT와 대화하는 과정을 책으로 썼습니다. 다 읽고 나서 다시 보니 저자가 '김대식·챗GPT 지음'이라고 돼있었습니다. 질문이 3분의 1이고 3분의 2가 챗GPT의 대답이었어요.
이 책을 읽는 재미는 김대식 교수의 질문에 있더라구요. 그 질문을 전문적인 용어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이라고 합니다. 기업이 어떤 경영전략을 취해야하는가 등 이런 질문이 챗GPT가 처리하는 능력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를 처리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와 '파인튜닝(Fine-Tuning)'이라는 경험치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 부분은 (빅테크에 비해) 저희가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해석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을 훨씬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