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은 모두에게 고통이다. 하지만 수혜를 보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 쇼핑업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자들은 외출을 삼갔다. 이 탓에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고전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지난 1분기 실적이 급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의 후폭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잇따라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다.
하지만 오프라인 업체들이 모두 고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전체 오프라인 업체 매출은 6.1% 감소했다. 대형마트(-9.7%), 백화점(-7.4%), SSM(기업형 슈퍼마켓)(-12.4%) 모두 부진했다. 반면 편의점은 달랐다. 편의점 매출은 전년 대비 0.8% 증가했다. 비록 소폭이지만 오프라인 업체 모두가 고전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선전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편의점 매출이 늘어난 것은 주거지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물품을 구입했다. 하지만 온라인만으로는 물품 구매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을 찾았다. 이것이 편의점 매출 증가의 이유로 꼽힌다. 코로나19 확산이 편의점에 오히려 호재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모든 편의점 업체들의 실적이 좋았을까. 아니다. 지난 1분기 편의점 업체의 실적을 살펴보면 희비가 극명하게 갈린다. 분명 코로나19 확산이라는 같은 조건이었음에도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울었다. 이유가 뭘까. 일각에서는 업체별로 점포가 위치한 장소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업계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업계에서는 점포 위치뿐만 아니라 각 업체별로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분기 편의점 업계에서 유일하게 웃은 곳은 GS25다. GS25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1.5% 증가한 406억 원을 기록했다. GS25는 작년 말 편의점 점포 수 기준으로 CU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 GS25는 이 여세를 몰아 지난 1분기 실적에서도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GS25의 경우 뛰어난 상품 구성력과 차별화된 서비스가 통했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객단가를 높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 2000년부터 줄곧 편의점 업계 1위를 달리다가 작년 말 GS25에 추월당한 CU와 '만년 3위' 세븐일레븐은 고전했다. 특히 세븐일레븐의 경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하며 바이더웨이 합병을 완료한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CU도 마찬가지다. CU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9% 감소한 232억 원을 기록했다.
CU는 관광지·대학가·공항 등에 점포가 집중돼있어 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제대로 맞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식품 부문에 대한 수직 계열화를 진행하면서 단기 고정비용이 늘어난 것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CU에 PB식품을 납품하는 BGF푸드의 경우 1분기 38억 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BGF푸드는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100% 자회사다.
세븐일레븐은 가장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1분기 8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갈 길이 바쁜 상황에 실적마저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세븐일레븐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세븐일레븐의 실적 부진 원인은 복잡하다. 내부적으로 다양한 이유가 겹치면서 전반적으로 실적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세븐일레븐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불안한 이유다.
우선 세븐일레븐은 다른 경쟁사와 달리 물류를 비용으로 처리한다. 경쟁사들은 자체 물류 시스템을 활용한다. 여기에 세븐일레븐의 현재 당면 과제는 외형 확장이다. 점포 수 확대를 통해 GS25와 CU를 따라잡아야 한다. 바이더웨이 흡수합병 완료로 점포 수 1만개 시대를 열었지만 여전히 1, 2위 업체와의 격차는 크다. 점포수 확대를 위해서는 점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올해는 편의점 업계에 무척 중요한 한 해다. 지난 2015년 계약한 점포들이 5년 만에 재계약하는 시즌이다. 스포츠로 치면 FA들이 대거 시장에 풀리는 시즌이다. 이 FA들을 세븐일레븐으로 데려와야 한다. 현재 편의점 신규 출점은 편의점 근접 출점 자율규약에 묶여있다. 따라서 FA로 나오는 다른 브랜드의 점포를 영입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점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많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이는 곧 세븐일레븐의 투자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규 출점을 위한 투자 부담은 지속되는 반면 생각 외로 점포들의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전체 실적이 악화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세븐일레븐의 지난 1분기 판매관리비는 CU보다 많은 2154억 원이었다. 한국기업평가는 “경쟁사 대비 낮은 브랜드 선호도로 장려금 규모가 축소되지 않아 수익성이 낮은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업계에 올해는 무척 중요한 시기"라며 "독주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GS25와 1위를 탈환하려는 CU 간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세븐일레븐인데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GS25와 CU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