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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는 왜 '아웃백'을 노리나

  • 2021.07.06(화) 16:55

치킨 시장 경쟁 격화…신사업 모색
'알짜' 아웃백 인수…상장 위한 포석

TGIF에 이어 아웃백도 새 주인을 조만간 찾게 된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bhc의 공격적인 M&A(인수·합병)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치킨을 넘어 한식 라인업을 갖춘 데 이어 아웃백스테이크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bhc의 행보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이 사양 산업이어서다. 반면 bhc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노린다면 아웃백만한 카드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탈치킨' 도전 이어가는 bhc

bhc는 최근 실시된 아웃백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다. 매각 대상은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보유한 아웃백 지분 100%다. bhc 외에는 대신PE-유안타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했다. 매각 가격으로는 2000억원대가 거론된다. 스카이레이크는 이달 중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bhc는 사업 외연 확장의 일환으로 아웃백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bhc는 수년 전부터 '탈치킨'을 위한 행보를 보여왔다. 2014년 한우 전문점 '창고43' 인수를 시작으로 쇠고기 전문점 '불소식당·그램그램'과 순댓국 전문점 '큰맘할매순대국' 등을 인수하며 한식 라인업을 완성했다. 이번에 아웃백까지 인수한다면 양식(洋食)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bhc가 아웃백 인수전에 참여한 것은 치킨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전체 시장 자체는 성장하고 있고 향후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지만 그에 비례해 경쟁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치킨 시장의 상위 브랜드 장악력은 타 외식 업종에 비해 낮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치킨 시장 규모는 7조5341억원이었다. 5년만에 54.1% 성장했다. 향후 성장 가능성도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국내 1인당 닭고기 연간 소비량은 14.2㎏이었다. 이는 1인당 연간 50㎏을 소비하는 미국, 30㎏을 소비하는 일본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추후 닭고기 소비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다만 경쟁강도가 높아지는 속도가 시장 성장보다 빠르다는 점이 문제다. 치킨 시장은 상위 브랜드의 시장 장악력이 약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교촌·BBQ·bhc 등 상위 5개 치킨 프랜차이즈의 매장 수 점유율은 25.7%였다. 이는 베이커리·카페 등 타 외식업의 상위 사업자 매장 수 점유율 대비 3분의 1수준이다. 상위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이 약한 만큼 진입 장벽도 낮다. 경쟁이 치열한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19로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자 신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39곳이 등장했다. 기존 중견급 브랜드들도 매장을 빠르게 늘리며 규모 확대에 주력했다. 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 대형 브랜드들도 할인 이벤트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서야 했다. 시장 상위 사업자라고 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bhc 입장에서는 미래에 대비할 신사업이 필요한 셈이다.

왜 아웃백인가

일각에서는 bhc가 사양산업인 패밀리 레스토랑 사업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가 전성기였다. 빕스·아웃백·베니건스·TGIF 등 1세대 브랜드가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패밀리 레스토랑은 외식 트렌드가 소규모 '맛집' 중심으로 바뀌면서 급속도로 침체됐다.

결국 베니건스·씨즐리·세븐스프링스 등은 사업을 접었다. 남아 있는 브랜드들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매장을 줄이고 주요 상권에 특화 매장을 내놓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을 예상하기도 어렵다. 이제 외식 시장은 배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반면 아웃백이 가진 차별성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는 시선도 있다. 아웃백은 '토마호크 스테이크', '투움바 파스타' 등 특화 메뉴를 시장에 안착시켰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비슷한 메뉴만 판매한다는 편견을 깨고 브랜드 가치를 지켜냈다. 상시 할인 서비스를 통해 가격 장벽도 낮췄다. 더불어 2019년 8월부터는 일찌감치 배달 서비스를 도입해 코로나19 후폭풍을 피했다.

아웃백은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 침체에도 경쟁력을 지켜 왔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현재 아웃백은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 침체와 무관하게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아웃백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7.2% 증가한 2978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1.9% 늘어난 23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 전망치는 3300억원이다. 매장 수도 80여 개를 유지하면서 순항중이다. 그만큼 내실이 탄탄하다는 이야기다. 신사업을 모색하는 bhc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분석이다.

시너지 창출도 가능하다. bhc와 아웃백 모두 사모펀드의 경영 시스템에 익숙하다. 적절한 매장 배치, 고부가가치 메뉴 개발 등 사업 전략도 유사하다. bhc가 아웃백을 인수하더라도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또 bhc는 다수 쇠고기 전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아웃백과 물류를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bhc의 기업공개(IPO)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bhc는 향후 기업 가치 상승이 유력하다는 이유로 IPO를 미루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에 사모펀드(MBK파트너스)가 포함돼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IPO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bhc가 아웃백을 인수한다면 한식·양식 영역에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bhc가 아웃백을 인수한다면 업계에서 드물게 한식·양식 모두를 운영할 줄 아는 외식 기업이 된다. 이는 기업 가치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며 "특히 아웃백은 패밀리 레스토랑 산업 위축에도 견실한 실적을 내 온 '알짜 기업'인 만큼 bhc 입장에서는 적정 가격에 인수할 수만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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