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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다가오는 '메타커머스' 시대, 신기루 안되려면

  • 2021.12.10(금) 06:55

유통업계 앞다퉈 '깃발 꽂기' 나서…실속은 '글쎄요'
현실적 벽 높아…단발성 유행 벗어나 '구체화' 필요

유통업계가 메타버스에 앞다퉈 깃발을 꽂고 있다. CU·이디야커피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가상 매장을 열었다. 독자적 메타버스 세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빅데이터 기업 바이브컴퍼니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바이브컴퍼니는 현실 공간을 가상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 기술을 활용해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유통업계가 메타버스에 기대하는 것은 마케팅 효과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향후 '메타커머스'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메타버스의 시장성을 증명하는 사례도 이미 있다. 가상현실 게임 '로블록스'에서 구찌의 가상 상품 '디오니소스'가 한화 4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다. 디오니소스의 원래 가격은 6000원이었지만, 공식 판매 중단 후 리셀가가 치솟았다. 가상 상품이라도 수요가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그럼에도 메타버스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일단 전망 자체는 밝다. 이머전리서치는 오는 2028년 글로벌 메타버스 관련 시장 규모가 1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금부터 연평균 43.3% 성장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페이스북은 사명까지 메타로 바꾸면서 메타버스에 집중하고 있다. 애플과 삼성 등 스마트 디바이스 업계 선두들도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데 주력한다. 이런 시도들이 메타버스의 영향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다만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메타버스가 마치 새로운 것처럼 각광받고 있지만, '세컨드 라이프' 등 과거 가상현실 게임과 다른 점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 해외 매체는 '메타버스는 헛소리'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메타의 자회사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했던 존 카맥도 메타버스 열풍을 비판했다. 사업화에 필요한 기술적 문제 해결보다 가상현실이라는 개념에만 열광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플랫폼 시장의 구조적 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 메타버스가 메타커머스로 나아가려면 현실과 비슷한 수준의 인구가 활동하는 무대가 마련돼야 한다. 이 정도 규모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 국내외 기업이 앞다퉈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향후 메타버스 플랫폼이 난립하는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메타커머스 사업의 효율성은 낮아진다. 다양한 플랫폼을 커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주목받았다. 오프라인 활동이 제한되고, 현실에서의 소비가 어려워졌다. 자연스럽게 사람과 돈이 온라인으로 향했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19 이후 바뀔 수 있다. 장기 운영도 보장되지 않는다. 신기술이 적용된 플랫폼이 얼마든지 기존 플랫폼을 대체할 수 있다. 이는 메타커머스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진다. 자신이 구매한 가상 상품의 가치가 낮아질 수 있어서다.

메타버스에 대한 접근 방법이 틀렸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은 개념을 잡아가는 단계다. 수익모델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없다. 반면 국내에서는 가상화폐·대체불가토큰(NFT) 등의 미래 가치에만 집중해 메타버스를 바라보고 있다. 메타버스의 활용 방법을 연구하기보다 돈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만 기대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도 마찬가지다. 메타커머스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경쟁과 마케팅 카드로 메타버스를 소모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의 전망은 밝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유통업계는 메타버스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메타버스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없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놓칠 수 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상품을 가상으로 구현하고, 가상 체험을 주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것을 현실과 연결시키기 위한 기술·콘텐츠가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이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각국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메타커머스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메타버스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정책적 기반을 갖춰줘야 한다. 나아가 메타버스 내 법적·윤리적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메타버스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높여야만 관련 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한 후에야 규제에 나섰던 과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물론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메타버스가 메타커머스로 진화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인터넷도 초기에는 쓸모 없는 것으로 치부됐다. 초기 컴퓨터 역시 단순 텍스트를 출력하는 기계에 불과했다. 이들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다양한 실험을 이어간 기업들이 오늘날 세계 주요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메타버스가 제2의 컴퓨터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국내 유통 기업이 대표 메타커머스 기업으로 인정받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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