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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부동산서비스 판 바뀌는데 국토부 '강건너 불구경'

  • 2021.10.12(화) 16:45

프롭테크, 혁신이냐 골목상권 침해냐 중대 '기로'
'제2 타다' 안 되려면 곪기 전에 선제적 방안 마련

부동산 중개를 비롯한 부동산 산업(혹은 서비스) 판이 바뀌고 있다. 3~4년 전부터 부동산 업계에 본격적으로 명함을 내밀기 시작했던 프롭테크가 이제는 국정감사장에도 등장하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국정감사(한국토지주택공사‧국토안전관리원‧주택관리공단‧건설기술교육원 등)에는 안성우 직방 대표(프롭테크포럼 의장)도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받았다.

국내 대표적인 프롭테크 기업인 직방은 지난 6월 '온택트 파트너스'라는 이름의 신사업을 통해 부동산 중개시장에 진출했다. 직방은 직접 중개에 나선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공인중개사협회 등은 직방이 플랫폼을 앞세워 골목상권까지 진출했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의원들 질의도 이 부분에 집중됐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직방이 플랫폼 기업 장점을 살려 부동산 정보를 국민 편의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대가 있다"면서도 "직접 중개에 참여하면 중개법인을 통해 개업공인중개사를 종속시킬 수 있고, 골목상권 침해나 시장 독식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플랫폼인 프롭테크 업체를 규정하는 부동산 관련법이 없다"며 "법률적으로 규정이 돼야 법적 지위를 인정받아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책임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성우 대표는 "직방 서비스는 시작부터 중개사와의 상생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지적한 내용(골목상권 침해 등)에 대해선 고민해보겠다"며 "(프롭테크 등) 관련 법안이 만들어지면 전적으로 따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정감사에선 직방을 비롯한 기존 부동산 업계와 프롭테크 업계 간 갈등을 지적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프롭테크에 우호적이었다. 의원들은 우려 요인도 있지만 IT 기술을 활용한 혁신으로 부동산 서비스 품질 개선을 주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음 날(8일) 진행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골목상권 침해 문제로 혼쭐 난 것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분위기다. ▷관련기사: 김범수 '뼈 때린' 지적에…문구·완구·대출 사업 '백기'(10월8일)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한 카카오가 소상공인이 주를 이루는 작은 시장까지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한 것과 달리 직방 등 프롭테크 기업들은 아직은 사업 초기 단계로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부동산소비자들이 가장 기대를 거는 부분은 프롭테크를 활용한 중개보수요율 인하뿐 아니라 중개서비스 품질 개선 등이고 이 부분은 국토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만큼 국토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미 국토부는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기업인 타다와의 갈등을 제때 중재하지 못해 '타다금지법' 등의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공인중개사 등 기존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과 프롭테크가 협력‧상생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국정감사에서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위해 신산업은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며 "타다처럼 문제가 커지지는 않았지만 중개분야에서도 선제적 방안이 있을지 협의해 보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프롭테크 업계에서도 국토부가 기존 업계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적극 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만남 자체가 어려워 협의는커녕 오히려 서로에 대한 오해만 쌓이고 있다는 게 프롭테크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토부에서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안을 마련해 프롭테크와 기존 부동산 업계 간 협의를 위한 테이블을 만들 계획인 만큼 서둘러 테이블을 구성해 운영해달라고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업계는 자신들의 영역을 유지하면서 프롭테크를 받아들여 서비스를 개선해 나갈 것인지, 프롭테크는 구체적인 상생 방안과 점진적인 혁신을 통해 부동산 서비스 문화를 바꿔나가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프롭테크는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었던 모빌리티 기업과 달리 부동산 산업 내에서도 사업 분야가 다양하다. 중개서비스 뿐 아니라 감정평가, 주택관리와 금융 여러 분야에서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

국정감사에서 의원들도 국토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프롭테크 기업들이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창의적 사업 모델을 만들어 해외시장까지 진출하는 사례를 만들려면 민간 기업에 맡기는 게 아니라 국토부가 적극적으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동산 시장 불안 장기화로 불만이 극에 달한 국민들이 좀 더 합리적인 부동산 경제 활동을 영위하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산업 발전과 혁신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기존 종사자들의 경제 활동을 보장하면서 프롭테크 등 혁신기업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또 다시 실기할 경우 상처가 곪아 터져 '타다금지법'처럼 혁신이 묻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경우 부동산 서비스 발전도 요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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