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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빛 좋은 개살구' 첨단바이오의약품

  • 2021.11.01(월) 06:30

세포‧유전자 등 총 18개 품목 허가
신속 허가 불구 급여 심사 2년 여 소요
수 억원대 비용에 신속 급여 등재 절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새콤달콤한 맛의 과일 살구는 영롱한 주황빛을 뽐낸다. 살구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개살구도 먹음직스러운 주홍 빛깔을 띠고 있다. 그러나 개살구는 보기와 달리 떫고 신 맛이 강하다. 겉보기에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실속이 없는 것을 비유해 '빛 좋은 개살구'라고 한다.

의약품 중에도 이런 '빛 좋은 개살구'가 있다. 바로 첨단바이오의약품이 그렇다. 시대를 앞서간다는 의미의 '첨단'까지 붙었지만 정작 실속은 없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조직공학제제 △첨단바이오 융복합제제 등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 허가 받은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총 18개 품목이다. 대부분 '세포치료제'로, 총 16개 품목이 등록돼 있다. 녹십자셀, 파미셀, 코아스템, 메디포스트, 안트로젠 등 15개 품목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개발한 제품이다. 나머지 한 개는 글로벌 제약기업 노바티스의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T)세포 항암 치료제 '킴리아'다.

유전자치료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2017년 7월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를 허가받은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임상3상 과정에서 주세포 성분을 오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2019년 국내 허가가 취소됐다. 현재는 지난 5월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와 지난 9월 유전성 망막 질환 치료제 '럭스터나' 두 개 품목이 국내에서 허가받았다. 모두 노바티스 제품이다.

화합물을 합성한 합성의약품은 약사법에 따라 허가‧제조‧관리 등이 이뤄진다.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나 조직 등이 원료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은 바이오의약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첨단재생의료기술을 사용한 바이오의약품을 의미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바이오시밀러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이 아닌 그냥 바이오의약품이다. 

기존에는 바이오의약품과 첨단바이오의약품 모두 약사법에 따라 관리됐다. 하지만 이제는 지난해 9월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첨단재생바이오법'(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리된다. 세계적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허가에 속도가 붙으면서 약사법에서 분리해 별도 법률을 제정하면서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종류와 정의.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과거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허가‧심사는 첨단 기술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 정부는 첨단재생바이오법 제정으로 허가‧심사 전문성을 강화하고 임상시험 규제 개선, 신속 허가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식약처는 이달까지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특성을 적극 반영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첨단바이오의약품 허가‧심사 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첨단바이오의약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현재 치료법이 없는 희귀질환 분야에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자가세포‧조직 등을 이용해 합성의약품보다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치료비용은 천문학적 수준이다. 제조‧품질관리 등이 매우 까다로워 원가도 높다. 

국내에서 가장 최근 허가 받은 '졸겐스마'의 1회 투여비용은 미국, 일본 등 국가별로 18억~2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회 치료비용이 강남권 아파트 한 채 가격과 맞먹는다. 졸겐스마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치료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 영국 등 9개국은 졸겐스마의 건강보험 급여를 결정했다. 정부에서 급여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급여 협상 단계에 있다. 업계 등에서는 향후 해외와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인 노바티스의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T) 항암 치료제 '킴리아'도 지난 3월 국내 허가 이후 급여평가 및 심의가 진행 중이다. 킴리아의 치료비용은 약 5억원에 달한다. 최근 급여 기준이 설정되긴 했지만 아직 급여등재 결정을 위한 후속절차가 남아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 후 제약바이오 기업과 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을 거쳐야한다. 이후 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와 고시절차까지 완료돼야 본격적으로 급여가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허가뿐만 아니라 신속한 급여등재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원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열린 한 세미나에서 "우리나라의 첨단바이오의약품 허가는 상당히 빠른 편이지만 보험급여는 한참 이후에 결정된다"며 "초고가 약제는 허가와 비슷한 시기에 급여를 적용해서 환자들이 빠르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약 허가 이후 급여등재가 이뤄지기까지 평균 28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2년 이상 소요되는 셈이다. 환자들에게는 시간이 생명이다. 희귀암 등 환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3~6개월에 불과하다. 기업들은 급여등재를 기다리다 경쟁 약물이 개발되는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신속한 급여등재가 이뤄져야 첨단바이오의약품이 '개살구'가 아닌 '살구'로 빛을 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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