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서 항공기 기체 결함이 우려되고 있죠. 기체 결함이 발생하면 언제 항공기가 이륙할 수 있을지 가늠이 안됩니다. 짧게는 1시간 길게는 하루를 날릴 수도 있는데요.
문제를 미리 알고 조치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전 조치만 해도 정시 출발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국내 최대 항공사가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해 '예지정비(豫知整備·Predictive Maintenance)'를 시작했습니다.
데이터로 미리 분석
예지정비는 말 그대로 입니다. 항공기 부품이나 시스템에 고장이 발생하기 전 선제적으로 조치하는 정비입니다. 핵심은 결함 전조 증상을 파악하는 거겠죠.
그럼 전조 증상은 어떻게 알아 차릴까요. 바로 데이터입니다. 데이터는 비행 중인 항공기에서 수집합니다. 운항 정보부터 항공기 부품 상태, 엔진 팬 회전 속도 등 비행과 관련한 모든 행위를 받아보는데, 대한항공이 하루에 모으는 데이터가 약 62GB라고 합니다. 전자책 한 권 크기를 1메가바이트(MB)라고 할 때, 하루에만 6만3000권이 넘는 양을 얻는거죠.
이걸 고성능 컴퓨터가 분석합니다. 예지정비팀에서는 이 데이터를 받아 현장 정비사들과 함께 정비를 수행합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예방정비라는 게 있는데요. 예방정비가 매년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수행하는 것이라면, 예지정비는 스마트워치로 실시간 건강 수치를 모니터해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병원에서 사전 치료받는 차원입니다.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죠.
대한항공이 예지정비팀을 정식 출범한 건 2023년 8월. 이후 항공기 지연 운항과 결항 횟수가 줄었습니다. 2024년 상반기에만 예지정비로 항공기 지연 운항을 54건 예방했습니다. 항공기 부품·시스템 결함으로 인한 결항은 1건, 회항은 4건 감소했고요. 지난해 세계 항공사 실적에서 대한항공은 99.17~99.84%의 정시 운항률을 나타내 세계 항공사 평균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합병되면 아시아나항공도 예지정비?
예지정비는 해외 항공사들도 활발히 도입하고 있습니다. 미국 델타항공, 일본 전일본공수(ANA)가 대표적입니다. 델타항공은 에어버스 및 제너럴일렉트로닉스(GE)와 동맹을 맺고 예지정비를 강화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예지정비는 대한항공이 유일한데요. 추후 아시아나항공과 합병 작업을 마치면 아시아나항공에도 예지정비가 도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항공 예지정비팀 관계자는 "항공기 결함을 줄이고 운용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팀의 목표"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