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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만 비싼 캔워터' 이그니스의 대담한 도전 먹힐까

  • 2022.05.19(목) 18:11

'랩노쉬' 만든 1세대 기능성 푸드테크 업체
국내 최초 '개폐형' 알루미늄 캔워터 출시
"미래형 식문화 패러다임 위해 힘쓸 것"

"현재 식품 업체가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은 포장재를 바꾸는 것입니다. 물은 가장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소비가 일어나는 제품이죠. 이그니스는 식품 패키지를 바꾸는 거대한 도전의 첫걸음으로 물 시장에 도전합니다"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는 생수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19일 '이그니스 2.0 RE:PACKAGE 기자간담회'에서 열고 닫을 수 있는(개폐형) 알루미늄 캔워터 '클룹(CLOOP)'을 선보이고 미래형 식문화 패러다임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페트병 대신 '캔'에 생수 담은 까닭

2015년 설립한 이그니스는 국내 최초 기능성 푸드테크 스타트업이다. 맛과 영양을 충족한 기능적 식사를 제공하겠다는 데서 출발했다. 기능성 간편식 브랜드 '랩노쉬', '그로서리서울', '한끼통살' 등이 이그니스가 만든 브랜드다. 웰빙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지난 2016년 15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46억원까지 늘었다. 현재까지 시리즈A로 총 154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올 하반기 시리즈B 투자도 계획 중이다.

나아가 친환경 기술을 적용한 식품과 소재 개발로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번에 개폐형 캔음료를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대표는 "식품은 그 어떤 소비재보다 소비 빈도가 앞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소비 패턴에 조금만 변화를 줘도 파급력이 크다"며 "어떻게, 어떤 소재로 식품과 포장재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해 깊게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이그니스가 19일 '이그니스 2.0 RE:PACKAGE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차지현 기자 chaji@

이그니스는 소비재 중에서도 일상과 가장 밀접한 식품, 그중에서도 매일 마시는 생수에 주목했다. 그린피스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한 명은 일 년 동안 평균 96병의 생수 페트병을 사용한다. 국내에서 연간 49억개, 7만1400여t에 이르는 생수 페트병이 소비되는 셈이다. 문제는 페트병의 재활용률은 7% 이하로, 자원 순환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이다.

반면 알루미늄 캔의 재활용률이 75%에 이른다. 페트병과 달리 라벨을 제거할 필요가 없어 분리수거도 더욱 쉽다. 다만 알루미늄 캔은 한번 개봉하면 다시 닫을 수 없어 생수의 용기로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는 "매일 마시는 물에 알루미늄 캔을 도입하면 플라스틱 감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면서 "알루미늄 캔이 페트병을 완벽하게 대체하기 위해선 반드시 재밀봉이 가능해야 했고, 독일 엑솔루션(XOLUTION)사가 보유한 국제 특허 개폐형 마개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열고 닫는 '캔'음료…다시 열어도 '펑'

이번에 출시한 클룹은 사과·복숭아향의 플레이버 워터 2종과 레몬·포도향의 탄산수인 스파클링 워터 2종이다. 회사는 개폐형 캔워터의 장점으로 △밀봉력과 △보존력을 내세웠다. 개폐형 캔마개의 경우 기존 페트형 마개보다 2.5배 이상 밀봉력이 높은 데다 세균 번식이 덜해 보존 기간도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열고 닫을 수 있는 알루미늄 캔워터 '클룹(CLOOP)' 제품. /사진=차지현 기자 chaji@

현장에서 실제로 클룹을 시음해보니 열고 닫을 수 있는 캔음료라는 점이 혁신적으로 느껴졌다. 한번 딴 뒤 다시 열어도 처음 캔을 딸 때와 같이 큰 탄산 소리가 난다는 점이 신기했다. 반복적으로 여닫아도 내용물 본연의 성질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회사의 설명이 와닿았다.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라면 충분히 페트병 대신 개폐형 캔음료를 선택할 만했다.

맛과 영양 밸런스를 강조한 업체답게 칼로리는 '제로(0)'였다. 다만 생수의 특성상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탄산수와 큰 차이는 없었다. 일반 생수와 탄산수에 과일향이 조금 첨가된 느낌이었다. 인공적인 단맛이 느껴지지 않아 깔끔했다. 대신 과일향이나 맛이 강렬하진 않았다.

'개폐형' 캔워터, 생수 시장 '돌풍'될까

개폐형 캔워터가 생수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생수를 선택하는 기준은 가격과 브랜드 인지도다. 특히 최근엔 '무라벨' 생수가 떠오르면서 브랜드보단 가성비가 더욱 부각되는 추세다. 탄산수 역시 비싼 제품보다 '1+1' 등 편의점 행사 제품이 더욱 잘 팔린다.

클룹의 가격은 2000원(500㎖)으로, 경쟁 제품 대비 비싼 편에 속한다. 19일 편의점 기준 국내 주요 생수 가격(500㎖)은 제주삼다수 950원, 아이시스 950원, 자체브랜(PB) 제품 600원대다. 탄산수의 경우 트레비 1800원, 씨그램 1400원이다.

'랩노쉬', '그로서리서울' 등 이그니스의 기능성 간편식 제품. /사진=차지현 기자 chaji@

관건은 '마케팅'이다. 맛과 가격 경쟁에서 승부를 보기 어려운 만큼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이끌겠다는 브랜드 이미지로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회사 측은 "여닫는 캔이라는 제품 자체가 낯설기 때문에 소비자가 많이 체험하고 먹어봐야 제품에 대해 알 수 있다"며 "고객 경험을 늘리기 위해 편의점이나 유통 채널과 협업하고, 샘플링이나 1+1 마케팅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그니스는 올해 클룹 매출을 약 100억원으로 예상한다. 이번 개폐형 캔워터를 시작으로 제로소다, 에너지 드링크, 크래프트 맥주 등으로도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예정이다. 또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진출과 기업공개(IPO) 계획도 발표했다.

박 대표는 "이번 클룹 론칭을 시작으로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식품과 포장재 개발 등에 나서고, 건강과 취향을 챙기는 새로운 유형의 식품을 제시해 미래형 식문화 패러다임을 정착시킬 것"이라면서 "오는 2024년 상반기 IPO를 계획하고 있고, IPO에 성공한다면 밸류체인에 맞는 물류 및 제조시설 연구개발(R&D) 내재화가 목표"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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