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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벨' 생수 쑥쑥…브랜드 생수 생존 전략은

  • 2021.06.10(목) 07:15

라벨 통한 경쟁력 어필 사실상 불가능
가정시장 이미지↑·프리미엄시장 공략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 배출이 의무화되며 무라벨 생수 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다음달부터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이 의무화된다. 이에 따라 무라벨 생수 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라벨을 통해 브랜드를 어필하기 어려워진 브랜드 생수 제조사들은 제품 이미지 차별화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장차 생수 시장의 양극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라벨 없애니 'PB 생수'가 떴다

환경부는 다음달 1일부터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이 제도는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전국 1만7000여 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시범 시행됐다. 이번 달까지 계도 기간을 거쳤다.

생수는 이 제도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제품이다. 투명 페트병에 별도의 비닐 라벨지를 두르는 포장을 이용해서다. 생수 제조사들은 제도 시행에 앞서 발빠르게 움직였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주요 생수 제조사 중 최초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8.0 에코'를 내놨다. 농심은 '백산수' 2리터, 0.5리터 제품을 무라벨로 전환했다. 이들은 향후 절반 이상의 제품을 무라벨로 전환할 계획이다.

반면 제주삼다수는 주요 생수 브랜드 중 가장 늦은 이달 들어서야 무라벨 제품을 내놨다. 경쟁 제품에 비해 비싼 가격에도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을 만큼 강한 브랜드 경쟁력이 이유로 꼽힌다. 제주삼다수는 지난해 기준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 40.6%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브랜드를 어필할 수 있는 라벨을 최대한 오래 유지한 후 제도 시행 직전에서야 무라벨 제품을 출시했다는 분석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업계에서는 향후 생수 시장에서 브랜드의 영향력이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라벨 운용에 제한을 받아서다. 실제로 무라벨 생수가 보급된 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제품은 편의점 PB(자체브랜드) 제품들이었다.

CU가 출시한 '헤이루 무라벨 생수'는 출시 직후 한 달 동안 전년 대비 78.2%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GS25가 선보인 '유어스 DMZ 맑은샘물'은 출시 이후 지난 5월까지 매월 매출이 95%씩 성장했다. 대형마트가 선보인 무라벨 PB 생수 제품들도 빠르게 시장에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무라벨 PB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PB 생수는 과거 저렴한 가격만이 강점이었다. 브랜드가 핵심 경쟁력이었던 시장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라벨이 사라지면서 각 브랜드 생수와의 인지도 격차가 줄어들었다. 소비자가 여러 생수 제품을 살펴보기 시작하면서 기존 강점이었던 가성비가 더욱 부각됐다. 이에 힘입어 PB 생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브랜드 생수, '프리미엄 이미지’에 주력
 

최근 브랜드 생수 제조사들은 '가치 마케팅'을 통해 차별화에 힘쓰고 있다. 유통업체의 위탁을 받아 생산되는 PB 생수와 달리 브랜드 생수는 수원지와의 계약 관계, 유통과정 등으로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 가격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 만큼, 제품의 이미지를 끌어올려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주요 전략은 '친환경 메시지' 전달이다. 제주삼다수 제조사인 제주개발공사는 오는 2030년까지 재생 페트병, 바이오 페트병 등을 도입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50% 줄이겠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와 농심은 페트병 경량화를 앞세워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업계 3위 농심은 백산수의 새 광고 모델로 배우 전지현을 발탁해 브랜드 알리기에도 힘쓰고 있다. 무라벨 제품의 확산으로 브랜드의 영향력이 약해졌을 때 시장을 적극 확장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유통 과정에서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가정 보급용 제품은 빠르게 무라벨로 전환하되, 소매 시장에서는 당분간 일반 라벨 제품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방식이다. 소매 시장에서의 무라벨 제품 비중은 가정용 시장 안정화 이후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집으로 특정 생수를 꾸준히 주문하는 고객이라면 소매 시장에서도 같은 브랜드를 이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생수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브랜드 생수 제조사의 이런 전략은 향후 생수 시장의 양극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생수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닐슨리서치에 따르면 2015년 6408억원 규모였던 국내 생수 시장은 2019년 8800억원으로 5년만에 37.3%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프리미엄 생수 시장의 성장은 더욱 빠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프랑스·피지·이탈리아·영국 등 프리미엄 생수 생산 국가에서의 생수 수입액은 2015년 약 113억원에서 2019년 187억원으로 66.4% 성장했다. 절대적인 규모는 아직 작지만 프리미엄 생수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는 지표로 해석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브랜드 생수 제조사가 이를 겨냥해 이미지를 제고한 후 프리미엄 시장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저가 시장은 PB와 신규 브랜드 등 가성비를 내세운 제품들이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생수들은 PB 생수 이상의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어 무라벨 생수가 보급될수록 PB 생수와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것"이라며 "브랜드 생수 제조사들은 분리 배출에 불편을 겪는 가정용 시장을 적극 공략해 무라벨 시장에서 제품 인지도를 높인 후, 소매 시장에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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