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14년 묵은 소원
"우리의 소원"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게 있으신가요. 한국인이라면 조건반사적으로 "통일"이라는 답이 나올 겁니다. 실제로 통일을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와 관계 없이 말입니다. 통일이 돼야 이산가족들도 만나고 경제도 발전되고 전쟁 위협도 사라지고 대륙으로 가는 길도 열리고 아무튼 그렇다고 합니다. 최근엔 그런 경향이 덜 하지만, 제가 어릴 적만 해도 통일은 우리나라의 위기를 모두 해결할 만병통치약이었습니다.
대형마트 업계도 이런 소원이 하나 있습니다. 14년이나 묵은 소원입니다. 바로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형마트 규제'가 해제되는 겁니다. 이전까지 밤에도, 주말에도 쉼없이 영업을 하던 대형마트는 2011년 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격주 휴무와 오전 10시 오픈이 강제됐습니다. 사실 그 때는 누구도 이게 그렇게까지 큰 문제일 줄 몰랐습니다.
이 규제가 대형마트의 발목을 본격적으로 잡기 시작한 건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들이 당일배송과 주말배송, 새벽배송을 시작하면서입니다. 대형마트 역시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고 싶었지만 이 '영업 제한'이 문제가 됐습니다. 밤에는 문을 닫아야 하는데 새벽배송을 한다면 '영업 행위'가 되기 때문이었죠. 대형마트 업계는 수 년간 이 규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방향에서 문제가 해결될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이 모든 어려움을 불러 온 경쟁자 '쿠팡'입니다. 쿠팡이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로 연이어 정치권의 관심을 사면서 대형마트 규제가 쿠팡을 키운 주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 겁니다.
대형마트가 규제에 묶여 비워 둔 새벽 시간을 쿠팡이 활용해 지금의 매출 40조원 기업이 됐다는 거죠. 쿠팡이 한국 기업이 맞냐는 '국적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미국 기업을 살리느라 한국 기업을 규제한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대형마트 규제 해제로 쏠립니다.
통일이 끝은 아닌 것처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대형마트의 휴무일 배송과 새벽 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형마트는 월 2회인 휴무일과 영업이 종료된 밤 10시 이후에도 배송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쿠팡 '로켓배송'과 경쟁할 수 있는 토양이 생기는 겁니다.
대형마트 업계는 당연히 두 손 들고 환영입니다. 모든 규제가 해제되는 건 아니라 하더라도, 풀릴 기미가 없던 규제가 풀리는 단초가 될 수 있는 기대감이 큽니다. 대형마트는 이미 전국에 유통망이 뻗어 있기 때문에 규제가 풀리면 즉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형마트의 경쟁력이 날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반등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셈입니다.
물론 새벽배송이 가능해진다고 '대역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현재 대형마트의 배송 인프라는 영업시간 내 배송에 맞춰져 있습니다. 새벽배송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배송 기사, 더 큰 물류센터 등 또다른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인프라 구축 없이 우선 새벽배송부터 하고 보자는 식이 되면 결국 문제가 생깁니다. 규제가 풀린다고 대형마트가 내일부터 쿠팡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새벽배송이 기대만큼 큰 효과를 얻기는 어려울 거란 관측도 있습니다. 대형마트가 진짜 원하는 건 '월 2회 휴무일 해제'입니다. 대부분의 대형마트들은 매달 2, 4주 일요일을 휴무일로 하는데요. 월 2회를 쉰다면 연간 휴무일은 총 24회. 1년의 6.6%입니다. 특히 일요일은 대형마트 매출이 가장 많은 요일입니다. 대형마트는 연 매출의 7~8%를 휴무일 규제 때문에 날리고 있다는 계산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커머스로 기울어진 유통업계의 무게추를 되돌려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통일이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듯, 대형마트 규제 해제 역시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필살기'는 아닙니다. '조금 덜' 불리한 상황이 된 정도입니다. 대형마트가 10년 후, 20년 후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또다른 경쟁력이 필요합니다. 대형마트 3사의 수장들이 더 열심히 뛰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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