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등 복합 리조트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그룹이 재도약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 엔데믹으로 관광업계가 활기를 띨 조짐이 보이면서다. 분위기를 탄 파라다이스는 숙원 사업이었던 '장충동 호텔' 개발 사업을 오는 9월 본격 추진한다. 중국과 일본 등 카지노 VIP 고객 맞이 준비에도 돌입했다. 파라다이스는 올해를 흑자 전환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전망은 밝다. 세계 각국의 해외여행 빗장이 풀리고 있어서다. 면세점·호텔 등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늘고 있다. 눌려있던 여행 수요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면 그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름휴가 시즌이 다가오는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본격적인 회복세가 언제쯤 나타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 전까지 적자를 감내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먹구름' 갤 날 기다리며
파라다이스는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 확산에 해외 관광객이 끊겨 주요 사업인 카지노와 리조트·호텔 부문이 직격탄을 맞았다. 파라다이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4145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도 각각 553억원, 708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255억원의 영업손실과 3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다만 코로나19 피해가 절정이던 2년 전과 비교해 적자폭이 줄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파라다이스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매출액 4538억원, 영업손실 861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위드 코로나 등 영향으로 영업적자가 크게 줄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반등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파라다이스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55.7% 증가한 6453억원으로 전망됐다. 영업이익 역시 20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데믹이 다가오면서 하늘길이 서서히 열린 덕분이다. 업계에 따르면 파라다이스 시티 등의 객실 점유율은 최근 코로나19 이전의 절반 이상으로 회복했다. 카지노 부문 역시 회복세가 기대된다. 한국관광공사의 카지노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지난 5월 드롭액(고객이 칩으로 바꾼 금액)이 1386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제주 드림타워 카지노에도 이달 100여 명의 싱가포르 관광객이 방문하는 등 단체 관광객이 늘고 있다.
본사도 옮기며 '엔데믹' 준비
파라다이스는 엔데믹을 계기로 올해 반전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먼저 오는 9월 파라다이스 그룹의 숙원 사업이었던 장충동 호텔 사업을 본격화한다. 기존 장충동 본사 부지를 5성급 레지던스 호텔로 재개발한다. 본사는 오는 8월 동대문역사공원역 인근의 '청화빌딩'으로 이전한다. 파라다이스는 2016년부터 본사 부지를 호텔로 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드 갈등과 코로나19 등 악재로 사업은 탄력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젠 엔데믹으로 때가 무르익었다는 판단이다.
카지노 고객 모객에도 적극 나서는 중이다. 파라다이스는 지난 4월부터 일본 현지에 마케터를 파견해 VIP 모객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카지노는 파라다이스 매출 비중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매출의 과반 이상이 일본과 중국 방문객에서 발생한다. 최근 일본이 출입국 완화 정책을 펴고 있는 만큼 카지노 부문의 호재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중국의 '큰손'이 몰려올 가능성도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반부패'를 명목으로 '마카오 카지노법' 개정안을 내놨다. 카지노에 대한 공산당의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중국의 '큰손'들은 마카오의 대체재를 찾고 있다. 한국의 파라다이스 시티 카지노, 롯데관광개발의 제주 드림타워 카지노 등이 꼽힌다. 파라다이스는 중국 VIP의 방문을 이끌만한 인프라와 콘텐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엔데믹이 본격화한다면 수혜는 더 커질 수 있다.
전망 맑지만…'변수'도 여전
하반기 전망 또한 맑다. 여객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면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여객 수는 총 93만9709명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이용자 수도 3만명대로 집계됐다. 2019년 5월 여객 실적 582만380명의 16% 수준까지 회복했다. 공사가 자체 예측한 수요를 넘어선 수치다. 업계는 이달 월별 공항 여객이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도 파라다이스의 실적 개선을 점친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까지 로컬 VIP에 의한 카지노 매출과 호텔부분의 리오프닝 효과가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부터는 여름휴가와 연말 성수기 효과로 카지노 방문객이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인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카지노 산업이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면서 "카지노 방문객과 드롭액의 동시 개선으로 실적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파라다이스의 주 고객층인 중국, 일본 관광객의 방문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 중국은 아직까지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펴고 있다. 이 탓에 해외 출국은 여전히 여의치 않다. 일본 역시 입국 절차만 간소화했을 뿐 출국은 여전히 빗장을 풀지 않고 있다. 사드 갈등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정치적 변수도 남아 있다. 시장이 정상화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관건은 이 기간을 얼마나 버텨내는가에 달렸다.
업계 관계자는 "카지노와 리조트, 호텔뿐 아니라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에서도 관련 수요가 크게 회복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의 카지노 VIP가 입국하기 시작하면 실적 회복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이 시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잘 버텨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