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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밖에서 살 길 찾자"…홈쇼핑 '변신' 가능할까

  • 2022.06.22(수) 06:50

팬데믹 시대 '반짝 특수' 끝났다
TV 밖 신사업 통해 출구 모색
지속적인 투자 필요…관건은 '버티기'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엔데믹으로 홈쇼핑업계가 생존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그동안 업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집콕' 트렌드 덕분에 짧은 특수를 누렸다. 하지만 거리두기 완화에 오프라인 소비가 늘면서 상황을 타개할 '반전 전략'이 절실해졌다. 근본적으로 TV의 영향력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홈쇼핑은 TV에 기반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홈쇼핑업계는 신사업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TV 의존도를 낮추는 '탈(脫)TV'가 목표다. 라이브커머스와 콘텐츠커머스 등 모바일 기반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패션, 식품 등으로 사업 다각화가 한창이다. 대체불가토큰(NFT) 등 시장 개척에 나선 곳도 있다. 다만 신사업이 당장의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인데다 경쟁 상대도 많기 때문이다. 

엔데믹에 송출수수료 '발목'

홈쇼핑 업계의 영업이익은 하락세다. CJ ENM의 커머스 부문인 CJ온스타일은 지난 1분기 매출 3173억원, 영업이익 12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4.1%, 61.6% 감소했다. 같은 기간 GS샵의 매출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3021억원이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30% 감소했다.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도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10%, 7% 줄어들었다. NS홈쇼핑은 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엔데믹이 다가오며 홈쇼핑 업계의 실적이 악화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엔데믹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소비 특수가 오프라인으로 분산되고 있다. 호시절이 끝나면서 그동안 가려졌던 홈쇼핑 업계의 문제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주 고객이던 중장년층 여성이 이커머스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미래 잠재 소비자인 젊은 세대의 모바일 선호는 더욱 뚜렷해졌다. 실적 부진은 예견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반면 홈쇼핑 업계의 송출수수료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 업체가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내는 비용을 뜻한다. 일종의 '자릿세'다. 홈쇼핑 업계는 매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송출수수료로 지출하고 있다. 송출수수료는 최근 10년 간 연평균 15% 가량 인상됐다. 올해 역시 비슷한 규모의 인상이 예상된다. 엔데믹으로 시장이 위축된 상황을 고려하면 부담은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탈(脫) TV' 더 빨라진다

홈쇼핑업계는 TV 밖에서 신사업을 모색 중이다. CJ온스타일은 자체브랜드(PB) 강화에 나섰다. 오프라인, 모바일 분야까지 판매 채널을 다각화하겠다는 구상이다. CJ온스타일은 지난 4월 고급 골프웨어 브랜드 '바스키아 브루클린'을 선보였다. CJ온스타일은 '바스키아 브루클린'을 TV홈쇼핑에서 판매하지 않는다.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과 패션 플랫폼에서만 제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송출수수료 부담이 더 커지며 홈쇼핑 업계의 탈 TV 움직임이 더 빨리지고 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롯데홈쇼핑의 올해 목표도 '탈TV'다. 사내 벤처 기획 캐릭터인 '벨리곰'을 활용해 캐릭터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대체불가토큰(NFT) 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업계 최초로 대체불가토큰(NFT)를 판매하는 'NFT 샵'을 열기도 했다. 콘텐츠 커머스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연예·드라마 전문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와 뷰티 예능 '랜선 뷰티'를 선보였다. 앞으로 웹 드라마 등 콘텐츠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홈쇼핑은 라이브커머스(라방)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라방 전담팀 인력을 10여 명 늘리며 조직 규모를 키웠다.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특산물 판매 라방 등이 인기를 끌면서다. 현대홈쇼핑에 따르면 라방 사업 매출 규모는 2019년 50억원에서 지난해 1000억원을 돌파했다. NS홈쇼핑도 식품 PB 제품을 강화 중이다. 최근에는 자사 애플리케이션에 PB '엔쿡' 전용관을 열기도 했다.

홈쇼핑의 '변신' 가능할까

문제는 이런 신사업들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신사업으로 당장의 수익성을 개선하기는 어렵다. 사업 시작 단계인데다 경쟁자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 업계의 골프웨어·가정간편식 PB상품들은 기존 유통사들도 주력으로 밀고 있는 분야다. 해당 분야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쟁쟁한 플레이어 역시 많다는 의미다. 라이브커머스와 콘텐츠커머스도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뿐 아니라 이커머스 업계도 뛰어들고 있다. 

일각에선 '탈TV' 움직임이 홈쇼핑 경쟁력 하락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는 계속 투자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 본업 경쟁력을 살리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신사업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시간을 끌어줄 버팀목이 필요해서다. 홈쇼핑 업계의 역량은 충분하다. 시장이 하락세지만 여전히 강력한 구매 채널이다. 충성도가 높은 중장년 여성들이 주 고객층으로 뒤를 받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가는 길은 다르지만 TV 의존도를 줄여나가려는 방향성은 같다. '탈TV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것"이라며 "기존의 강점을 살려 콘텐츠로 승부를 볼 것인지 아니면 상품에 중점을 둘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급격한 변화는 기존 고객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연착륙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본업과 신사업 간의 시너지를 낼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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