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홈쇼핑업계가 지난해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주요 업체의 영업이익과 매출이 일제히 감소했다. 엔데믹 본격화에 급격히 증가한 TV 송출수수료의 영향이다. 새먹거리로 점찍은 라이브커머스, 패션 등 신사업 진출 움직임도 부진을 만회하지는 못했다. 전망도 어둡다. 이커머스 등 주요 유통 채널에 치이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단기 실적 개선은 어려운 상황이다.
우울했던 2022년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홈쇼핑 4사(CJ·GS·롯데·현대) 등이 전년 대비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매출 1조780억원, 영업이익 78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3% 줄었고 영업이익은 2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홈쇼핑(별도 기준)의 매출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1조1016억원이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15.8% 감소한 1127억원에 그쳤다.
특히 CJ온스타일의 타격이 가장 컸다. CJ ENM 커머스 부문인 CJ온스타일은 지난해 매출액 1조3553억원, 영업이익 724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1.7%, 39.7% 줄어든 수치다. 4분기부터 고수익 상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하며 '뒷심'을 기대했지만 영업이익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이외에도 송출 수수료 증가, CJ대한통운의 택배파업도 악재로 작용했다.
GS홈쇼핑(GS샵)은 지난해 매출 1조2393억원, 영업이익 1426억원을 기록했다. GS샵은 2021년 GS리테일에 흡수합병됐다. 이 때문에 전년과 직접 비교가 어렵다. 업계에선 GS샵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GS리테일 측은 "엔데믹 영향에 온라인 매출이 감소했다"면서도 "판관비 절감, 일회성 세금 환급으로 영업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탈TV 노력했던 업계
업계 부진의 주요 원인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엔데믹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업계는 재택근무 등 '집콕' 특수를 톡톡히 봤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잠시나마 호실적을 맛봤다. 하지만 팬데믹 특수가 끝나면서 '기저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늘어나 TV 시청 시간이 줄어들었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도 업계의 악재였다.
물론 업계가 그동안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다. 라이브커머스와 신사업 등 저마다 돌파구를 모색해왔다. 관건은 갈수록 영향력이 줄어드는 TV홈쇼핑의 매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었다. CJ온스타일은 지난해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에 투자를 단행했다. 머스트잇과 손잡고 라이브커머스 '머스트잇 LIVE'를 론칭하기도 했다. 자체브랜드(PB) 골프웨어 브랜드인 '바스키아'도 선보였다.
현대홈쇼핑과 GS홈쇼핑도 게릴라성이던 자사 라이브 커머스 방송횟수를 대폭 늘렸다. MZ세대에 맞는 콘텐츠 개발에도 나섰다. 롯데홈쇼핑은 아예 지적재산권(IP)과 대체불가토큰(NFT) 시장 개척에 돌입했다. 업계의 방송 포트폴리오 변화 노력도 있었다. 명품과 패션, 골프 등 마진이 높은 상품을 전진 배치했다. 해외여행 수요가 높아질 것을 예상해 여행 상품의 편성도 늘렸다.
가장 뼈 아픈점은
문제는 이 같은 노력이 단기 실적 개선을 이끌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실제로 업계는 지난해 앞다퉈 라이브커머스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큰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머커스와 IT 플랫들은 미리부터 라이브커머스를 키워왔다. 홈쇼핑이 이들을 능가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인플루언서 중심의 ‘1인 미디어 커머스’ 시장 확대는 업계의 전망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
신사업 등 새먹거리도 창출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현재 업계는 패션, 식품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다만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 인데다 경쟁 상대도 많아 당장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대표적으로 업계가 밀고 있는 골프웨어·가정간편식 PB상품들은 기존 유통사들도 주력으로 밀고 있는 분야다.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것도 리스크다.
이런 상황에서도 업계의 송출수수료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 업체가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내는 비용이다. 일종의 '자릿세'다. 홈쇼핑 업계는 매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송출수수료로 지출하고 있다. 송출수수료는 최근 10년 간 연평균 15% 가량 인상됐다. 2019년 49.6%, 2020년 53.1%, 2021년 58.9% 등이다. 이 모든 것들이 홈쇼핑 비관론을 키우는 이유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업계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하며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여기에 팬데믹에 따른 기저효과까지 겹치며 업계의 실적 타격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는 고물가에 소비침체까지 예상되면서 더욱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