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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겨야 산다' 홈쇼핑이 예능에 빠진 까닭

  • 2023.02.06(월) 06:50

홈쇼핑 일제히 '콘텐츠 커머스' 강화
늙어가는 연령층…젊은 고객 유치 사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홈쇼핑 업계가 예능형 콘텐츠 강화에 나서고 있다. 웹예능, 토크쇼 등의 콘텐츠를 상품 판매와 결합하는 이른바 '콘텐츠 커머스'다. 이젠 TV를 넘어 라이브커머스, 유튜브 등의 플랫폼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MZ세대의 문화코드에 맞춰 젊은 고객의 유입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홈쇼핑은 대표적인 올드 채널이다. 주 소비층이 40~60대다. 미래 생존을 위해선 변화가 절실하다. 

'예능'인가 '홈쇼핑'인가

6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이달 중 개그우먼 김민경이 출연하는 먹방 예능 콘텐츠 '맛나면 먹으리'를 론칭한다. 먹방, 토크,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방송 음식을 상품화해 롯데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지난해 4월엔 뷰티예능인 '랜선뷰티' 콘텐츠도 선보인 바 있다. 예능에서 소개한 내용을 주요 내용으로 온라인 기획전 등을 편성했는데 주문 금액만 50억원을 넘겼다.

맛나면 먹으리 촬영 현장 이미지 / 사진=롯데홈쇼핑

CJ온스타일은 지난해 11월 개그맨 박명수가 출연하는 신규 콘텐츠 커머스 '대쪽상담소:生LIVE'를 론칭했다. 박명수가 제품에 대한 소감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전달하는 예능 형식의 판매 방송이다. 성과도 나고 있다. CJ온스타일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론칭한 모바일 전용 라이브방송 '브티나는 생활'은 8개월 만에 시청자 수 200만명, 100억원의 누적 주문 금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말 브이로그(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와 먹방 등을 적용한 생방송을 확대 편성했다. 쇼호스트는 방송톡을 보며 시청자와 소통하고 다음 식사 메뉴를 정하는 실시간 투표를 하거나 목표 수량 달성 시 댄스 리액션 등을 한다. 이처럼 업계는 인플루언서, 셀럽과 콘텐츠 커머스를 선보이며 TV와 모바일 플랫폼, 유튜브를 잇는 '원플랫폼' 운영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예능 강화하는 이유 

현재 업계의 최대 과제는 젊은 신규 고객의 확보다. 주 고객 연령층이 40~60대로 점점 늙어가고 있다. 홈쇼핑은 과거 1990년대 커지는 TV의 영향력과 함께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모바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젊은 세대는 TV 대신 주로 유튜브 등 '뉴 미디어'를 시청한다. 이 때문에 홈쇼핑은 부랴부랴 라이브커머스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홈쇼핑 연령대별 주문 비중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예능형 콘텐츠 확보는 이 노력의 일환이다. MZ세대로 대표되는 2030 젊은 층은 노골적인 판매 방송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색다른 경험과 재미를 추구하는 특성 탓이다. 반복되는 판매 방송에 거부감마저 느낀다. 유명 인플루언서가 등장하고 새로운 트렌드가 담긴 이른바 '콘텐츠 커머스'를 선호한다. 홈쇼핑들이 예능 등 콘텐츠 커머스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예능을 비롯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제품 판매와 연계해 나감으로 4050대 주부 고객으로 한정됐던 TV 방송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인플루언서 등과의 협업으로 이들의 팬층까지 잠재 고객으로 삼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능' 늘리긴 하는데...

다만 경쟁력있는 콘텐츠 확보란 쉬운 것이 아니다. 현재 홈쇼핑 이외에도 다양한 쇼핑 플랫폼이 라이브커머스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여러 콘텐츠를 내놓으며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네이버 등 IT플랫폼 업체뿐만 아니라 이커머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특히 '1인 미디어 커머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평범한 사람도 재능과 끼를 통해 상품을 파는 것이 가능하다. 단 한 명의 인플루언서가 수백만의 구독자를 거느리며 수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효율성 면에서 홈쇼핑을 압도한다. 이들은 특히 예능 등 콘텐츠의 장르와 확장성에 있어서도 자유롭다. 반면 홈쇼핑은 인력이 많은 무거운 조직이다. 과대광고, 고객보호 등 규제도 따른다. 

현재 업계는 이들과 손을 잡는 방식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많은 부분을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에 의존한다. 물론 인플루언서도 자본·인프라를 갖춘 홈쇼핑 플랫폼에 대한 니즈가 존재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 관계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플루언서끼리 협업해 콘텐츠를 만들거나 따로 플랫폼을 만드는 사례도 늘고 있어서다. 이 점은 분명 업계의 잠재 리스크다. 

물론 인플루언서에 대한 대중들의 소비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큰 자본을 들인 전문적인 콘텐츠, 체계적인 고객관리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유효하다. 업계는 이를 십분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커머스가 쏟아지고 있지만 고객관리 등 체계를 갖춘 플랫폼은 많지 않다"며 "이 점이야말로 홈쇼핑 업계의 큰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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