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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쿠팡 유니버스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 2022.08.19(금) 07:20

금융업 진출 '오픈마켓 생태 강화'
셀러 대상 로켓대출 판매 나설듯
직접 금융업 진출로 네이버와 차별화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쿠팡에게 코로나 팬데믹은 큰 기회였습니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쿠팡은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습니다. 로켓배송 등 서비스가 소비자의 일상에 스며들었습니다. 쿠팡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고객을 묶어두려는 '쿠팡 유니버스' 전략을 조용히 추진해 왔습니다. 모든 것을 쿠팡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아직 성과도 나쁘지 않습니다. 음식 배달 '쿠팡이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등 사업이 속속 시장에 안착했습니다. 

올해 쿠팡 유니버스의 '마지막 퍼즐' 맞추기가 시작됐습니다. 바로 금융업 진출입니다. 쿠팡은 최근 '쿠팡 파이낸셜'을 출범했습니다. 쿠팡 파이낸셜은 지난 5일 여신전문금융업법상 할부금융업에 등록했습니다. 쉽게 말해 입점 판매자(셀러)들에게 대출 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이커머스 업체가 금융업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쿠팡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대출은 시중은행, 저축은행, 캐피탈 등 전통 금융회사의 영역으로만 여겨져 왔습니다.

쿠팡은 왜 금융업에 진출했을까요. 쿠팡이 노리는 점은 명확합니다. 오픈마켓에서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입점 셀러에게 대출 등 서비스를 제공하면 '외형'을 크게 확대할 수 있습니다. 자금 유입이 원활해지기 때문입니다. 충성도도 높아집니다. 아울러 이를 통한 추가 수익원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쿠팡의 롤모델인 아마존과 유사한 행보입니다. 쿠팡은 이미 2019년 특허청에 '쿠팡 파이낸셜' 상표 등록을 출원한 바 있습니다. 약 3년 동안 이날을 준비해왔던 겁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셀러들은 항상 사업 자금이 필요합니다. 특히 오픈마켓 셀러들은 대부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로 영세합니다. 이들이 은행 등 제1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쿠팡 파이낸셜은 이들에게 '돈을 싸게 빌려줄 테니 우리 플랫폼에서 상품을 계속 팔아라'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겁니다. 쿠팡은 이를 통해 신규 셀러 유치뿐 아니라, 내부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전망은 나쁘지 않습니다. 쿠팡의 플랫폼 파워를 그대로 '이식'할 수 있습니다. 이미 확보하고 있는 셀러들을 고객으로 유치하면 높은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금융업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현재 쿠팡의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 진출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쿠팡에서 물건을 사고 '후불결제'를 선택하면 당장 쿠팡 파이낸셜에서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사용자는 다음 달 물건값을 내면 됩니다. 일반 소비자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금융 진출의 성공사례는 경쟁사인 네이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쿠팡보다 앞서 네이버 파이낸셜을 출범시켰습니다. 포털 플랫폼의 힘을 십분 활용했던 겁니다. '스마트스토어' 등 오픈마켓 셀러들에게 대출 상품을 간접 판매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파이낸셜이 지난해 말까지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들에 대출해 준 금액은 1200억원(누적 기준)에 이릅니다. 네이버는 소액 후불 결제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네이버 파이낸셜의 성공에서 충분히 가능성을 엿봤을 겁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다만 양사의 전략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쿠팡이 경기장에서 직접 뛰는 플레이어라면 네이버는 중개인입니다. 쿠팡 파이낸셜은 여신전문금융업을 등록해 직접 금융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반면 네이버는 판매대리∙중개업 등록으로 은행의 대출 상품을 중개하는 간접 방식입니다. 물론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쿠팡은 업체 특성에 맞게 다양한 대출상품을 출시할 수 있습니다. 대출 한도와 이자도 스스로 정할 수 있습니다. 반면 연체자 증가,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도 떠안아야 합니다.

누가 우위를 점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점은 쿠팡과 네이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쿠팡이 배송에 이어 대출까지 ‘무기’를 하나 더 들고 온 셈이니까요. 평소 자금 대출을 위해 스마트스토어만 쓰던 셀러들이 쿠팡까지 판매 채널을 늘릴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셀러 유치 경쟁에 더욱 불이 붙을 겁니다. 셀러 입장에서는 양사가 내놓는 당근을 따져 주력 채널을 정하면 됩니다. 이는 오픈마켓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선순환'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쇼핑, 금융 등 플랫폼 기반 사업자들은 이른바 '슈퍼앱'을 꿈꾸고 있습니다. 업종과 분야는 달라도 목표는 같습니다. '앱에서 절대 빠져나오지 못하도록'입니다. 소비자가 플랫폼 안에서 가급적 모든 것을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일례로 주문은 쿠팡으로 했는데 네이버로 결제한다면 쿠팡 입장에서 큰 손해일 겁니다. 누수를 막아 수익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쿠팡 파이낸셜은 쿠팡 유니버스의 마지막 퍼즐 조각인 셈입니다. 이커머스 사업의 확대를 위해선 필연적인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경쟁 상대가 네이버라면 말입니다. 쿠팡의 준비는 끝난 듯 보입니다. 쿠팡은 과거 로켓배송으로 시장의 큰 변화를 불러 왔습니다. 유통업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기업입니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여겨지기도 했죠. 쿠팡의 금융업 진출이 흥미진진한 이유입니다. 쿠팡 파이낸셜은 쿠팡의 DNA를 잘 이어받을 수 있을까요. 쿠팡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 함께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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