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4분기에도 외형 성장과 흑자를 동시에 이뤄냈다. 지난 3분기에 사상 첫 분기 흑자를 달성한 것이 일회성이 아님을 증명했다는 평가다. 올해에는 연간 흑자 달성과 함께 신세계와 롯데쇼핑 등 전통의 유통 강자들과 본격적인 '유통 패권'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이제 '적자기업' 아닙니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205억8261만달러(약 26조5917억원), 영업손실 1억1201만달러(약 1447억원)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6% 늘었고 영업손실은 1조7000억원대를 기록했던 2021년보다 92% 줄였다. 쿠팡이 1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건 지난 2014년(1215억원) 이후 처음이다.
4분기 실적만 보면 성장세가 더 분명하다. 매출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53억2677만달러(7조419억원), 영업이익은 8340만달러(1133억원)로 지난해 3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1000억원대 흑자를 기록했다. 3분기의 흑자 전환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한 것이다.
다른 지표들 역시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하고 있다. 쿠팡의 대표적인 충성 고객 지표인 와우 멤버십 가입자 수는 지난해 1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을 포함한 전체 활성 고객 수는 1800만명에 달한다.
이 중 쿠팡이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로켓프레시' 이용자는 600만명 수준이다. 전체 활성 고객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들이 로켓프레시로 유입된다면 안정적인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신사업 지표도 나쁘지 않다. 쿠팡이츠, 쿠팡페이, 쿠팡플레이, 해외 사업 등 쿠팡의 신사업 매출은 6억2802만달러(약 8300억원)로 25% 늘었다. 반면 조정 EBITDA 손실은 2000억원대 추가 투자에도 42% 줄어든 2976억원에 그쳤다.
유통 라이벌도 '회복세'
호실적을 받아든 게 쿠팡뿐만은 아니다. 코로나19 이슈가 사실상 종식되면서 국내 오프라인 유통 시장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 시장 규모는 4660억 달러(약 602조원)에 달했다. 오는 2026년에는 5470억 달러(약 718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대표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도 실적이 우상향하고 있다. 이마트를 포함한 신세계그룹의 경우 쿠팡이 영위하지 않고 있는 스타벅스와 스타필드(신세계프라퍼티) 등 비유통사업군을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쿠팡보다 많은 30조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은 만년 적자 사업부였던 롯데마트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롯데백화점도 영업이익이 40% 넘게 늘었다. 쿠팡이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만큼 이들을 앞섰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비대면 트렌드의 수혜를 누려 온 쿠팡의 매출 성장세가 리오프닝으로 인해 주춤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온라인 매출 증가율은 2020년 18.4%에서 지난해 9.5%로 하락한 반면, 오프라인은 2020년 -3.6%에서 지난해 8.9%로 빠른 회복에 성공했다. 실제 2021년까지 매년 50~80%대의 연간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던 쿠팡은 지난해엔 26%로 감소했다.
유통 패권, 자동화 물류에 달렸다
유통업계에서는 자동화 기술 기반의 풀필먼트 투자가 향후 국내 유통 시장의 패권을 가를 키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풀필먼트 투자는 주요 유통 그룹들이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는 부문이다.
쿠팡은 2020~2021년 자동화 물류에 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최근에는 1000대 이상의 로봇을 운영하는 대구 풀필먼트 센터를 공개하기도 했다. 오는 2024년까지 광주와 대전에도 추가 물류센터를 세울 예정이다.
SSG닷컴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 3곳과, 전국 100여 곳 PP센터의 물류 체계를 고도화해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롯데는 지난해 영국의 오카도와 손잡고 새벽배송 시장 경쟁력을 높였다. 2025년 신선식품 자동화 물류센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6개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변수는 대형마트 영업 제한 완화다. 정부는 꾸준히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경우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물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옮기기만 해도 수천억원대 매출과 수백억원대 영업이익 개선이 기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으로 새로운 유통 구조가 형성되면서 절대 강자가 없는 경쟁 상황"이라며 "각 사가 진행 중인 자동화 물류센터 구축이 마무리되는 2030년이 돼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