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가 김빠진 맥주 사업 되살리기에 나섰다. 올 하반기 유흥 시장을 겨냥한 클라우드 신제품을 출시해 내년에 반격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 '켈리'의 추격을 받고 있는 클라우드가 맥주 시장 3위를 지킬 수 있을지는 신제품의 성공 여부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가정 시장용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 △유흥 시장을 노린 신제품 △기존 클라우드 오리지널 등 3개 라인업으로 켈리의 도전을 막아내겠다는 계획이다.
클라우드의 '약점' 유흥시장
롯데칠성의 올 2분기 맥주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9.2% 감소한 219억원에 그쳤다. 지난 1분기 매출도 19.9% 감소한 193억원에 머물렀다. 상반기 전체 매출은 412억원으로, 1년 만에 50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작년 맥주 부문의 반등을 이끈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가 성장을 멈춘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0년 상반기 320억원대던 롯데칠성의 맥주 부문 매출은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 출시 후 46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1년 만에 40%가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엔 맥주 매출이 500억원을 돌파했다. 이 중 60%가 넘는 328억원이 생 드래프트의 몫이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상황에서 가정용 시장을 겨냥해 생맥주 타입의 제품을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되고 맥주 시장이 다시 유흥 시장 중심으로 돌아가며 클라우드의 매출은 급감하기 시작했다. 유흥 시장 장악력이 낮은 클라우드의 약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이다.
'넘버3' 수성전
올해 클라우드의 부진에 시선이 가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2014년 출시 이후 줄곧 지켜왔던 국산 맥주 시장 '3위' 브랜드라는 이름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는 오비맥주 카스와 하이트진로 테라에 이은 3위 브랜드지만 점유율은 5% 미만으로 1·2위와의 격차가 크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4월 출시한 '켈리'는 출시 99일 만에 1억병(330㎖)이 팔리며 4년 전 테라의 기록을 넘어섰다. 출고가와 주세 등을 고려하면 켈리의 3개월간 실제 매출은 3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클라우드를 누르고 3위 브랜드에 등극할 것이 유력하다.
롯데칠성 역시 맥주 부문의 반등을 위한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클라우드 신제품 출시다. 롯데칠성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맥주 신제품을 4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클라우드 오리지널과 생 드래프트에 이어 시원함과 청량함을 강조한 새 라인업을 내놓는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클라우드 신제품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최근 맥주 시장 트렌드가 질 좋은 '거품'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초창기부터 거품을 강조해 왔던 클라우드가 신제품 출시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클라우드 단일 브랜드로 3개 라인업을 운영하는 것이 소비자 혼동을 일으키고 잠식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가 2년 만에 매출을 320억대로 끌어올리는 사이 기존 클라우드 매출이 반토막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브랜드를 유지한 신제품이 나오면 결국 기존 클라우드 오리지널의 매출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