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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공개 질타한 정용진…내년엔 다를까

  • 2023.11.26(일) 13:00

[주간유통]신세계 경영전략실 첫 회의 주재
"고강도 쇄신·예측 가능한 경영환경" 요구
쿠팡에 역전된 실적, 내년 반등 여부 주목

그래픽=비즈워치

이번 주 들어 날씨가 제법 추워졌습니다. 이제 가을이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바람이 찬데요. 계절의 변화에 자연스레 창고에 있던 겨울 코트와 패딩을 옷장에 꺼내놨습니다. 저에게는 이게 겨울, 그리고 연말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리는 의식과 같습니다.

기업들도 '연말 모드'에 돌입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 소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옵니다. 인사 소식과 함께 자주 들리는 또 하나의 이야기는 역시 '내년 먹거리 준비'입니다. 올해를 한 달여 남겨둔 상황에서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내년 전략을 설정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한 해의 성패가 갈립니다. 

힘겨운 한 해를 보냈고, 누구보다 빠르게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마친 신세계가 대표적입니다. 신세계는 다른 기업들보다 2달여 빠른 9월 말에 임원인사를 마치고 이달 중순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전략실' 개편도 진행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나서 경영전략실 첫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정용진의 질책

정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상당히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룹이 배포한 자료에 쓰인 '질책'이라는 단어만으로도 그 분위기를 짐작케 합니다. '꾸짖어 나무라다'라는 의미의 질책은 상당히 강도 높은 표현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마트 실적은 쿠팡에 큰 차이로 앞섰습니다. 분기 매출 격차가 5000억원 이상에 달했죠. 그런데 올해 1분기, 쿠팡이 성장을 이어가며 7조4000억원대 매출을 올린 반면 이마트는 7조1000억원대로 매출이 줄면서 역전을 당합니다. 3분기까지 이 차이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마트 실적/그래픽=비즈워치

여기엔 최근 이마트가 진행한 사업들이 부진했던 영향이 큽니다. G마켓 인수,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온·오프라인 통합 등의 핵심 사업이 모두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정 부회장의 '질책' 역시 이런 환경을 바꿔보자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이날 정 부회장은 "경영전략실이 예측가능한 경영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룹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각 계열사가 갖고 있는 잠재적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최고경영진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경영전략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잘 해야 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전략 선회 '승부수' 

최근 신세계는 온라인에서 다시 오프라인으로의 뚜렷한 전략 선회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오프라인조차 잘하는 온라인 회사'를 만들자고 했던 것과 정반대 행보입니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를 새롭게 개편된 경영전략실 첫 수장으로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인데요. 임 대표는 7년간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로 국내 최대 규모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제대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가 '정용진의 남자'로 불렸던 강희석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은 후 신규 출점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것도 비슷한 흐름입니다. 올해 초 만해도 전임자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투자 규모를 전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그래픽=비즈워치

이처럼 지난 9월 이후 신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파고는 상당히 커 보입니다. 앞서 G마켓 인수, 신세계 유니버스클럽 등 온라인 중심의 확장에 주력했던 것처럼 결은 완전히 다르지만 결정적인 승부수를 던진 셈이죠.

결국 경영자는 실적으로 말합니다. 여러 우려 요인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이마트가 반등에 성공한다면 '정용진 리더십'이 다시 각광받을 겁니다. 부진을 면치 못한다면 '책임론'이 대두되겠죠. 내년 이맘때쯤 정 부회장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요. 1년 후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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