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악화했다. 면세점 사업은 적자가 확대됐고 그나마 버텨주던 호텔·레저 사업도 영업이익이 줄었다. 방한 외국인 수가 늘었음에도 면세점 이용률이 회복되지 않은 탓이다.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섣불리 신사업에 뛰어들기도 모호한 상황이다. 이에 호텔신라는 일단 시장 변화에 맞춰 수익성 회복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면세점 적자 커졌다
호텔신라는 올해 3분기 영업손실 13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16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0.4% 증가했다. 호텔신라의 실적이 악화한 것은 면세점 부문이 큰 폭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호텔&레저 부문의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한 점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호텔신라의 3분기 면세점 부문 영업손실은 387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44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1% 감소했다. 공항점 매출이 줄어든 탓이 컸다. 국내 시내점 매출은 370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2% 늘었지만, 공항점 매출은 4741억원으로 전년보다 5.7% 줄었다.
일부 브랜드 상품의 경우 면세점에 발주할 당시보다 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판매한 것도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호텔신라도 수익성 확보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프로모션을 늘리는 등 모객 활동에 집중했다. 하지만 매출이 부진하면서 고정비 부담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다이공(중국 보따리상) 송객수수료 할인율이 지난 2분기보다 약 15% 증가한데다, 인천공항 영업장이 정규매장으로 전환하면서 임대료가 증가한 것도 영향도 있었다.
호텔&레저 부문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714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217억원으로 전년 대비 9.6% 감소했다. 4성급의 비즈니스 호텔인 신라스테이와 레저 매출은 늘었지만 5성급인 서울신라호텔과 제주신라호텔 매출이 줄어든 탓이다. 이에 따라 호텔신라의 5성급 호텔 매출이 호텔&레저 부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분기 47.8%에서 이번 3분기엔 44.6%로 줄었다.
호텔신라 측은 "(4분기에는)면세점 부문의 경우 대내외적인 환경과 면세시장 변화에 대응해 수익성 회복에 집중하고 호텔&레저 부문은 고객 수요 대응을 통해 실적 호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제쯤 나아질까
증권가에선 면세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탓에 올해 4분기와 내년 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증가가 면세점 업체들에 실적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어서다. 면세업의 수익성 악화는 비단 호텔신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업계에서는 아직 실적이 발표되지 않은 롯데·신세계·현대면세점도 올 3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면세점들의 실적이 부진한 것은 중국 경기 부진 탓에 큰 손으로 불리던 중국인 관광객 및 다이공의 소비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행태가 변화한 점도 면세점 이용률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중국 소비자들은 단체 관광 대신 개인 관광이 늘면서 기존의 면세점이 아닌 유명 H&B(헬스앤뷰티) 스토어 등 다른 채널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면세점 사업 규모가 큰 만큼 구체적인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외국인들의 소비행태 변화와 중국인 인바운드(국내 여행)의 더딘 회복으로 수익성 개선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며 "주가 재평가를 위해서는 전향적인 주주환원 확대 의지 표명과 함께 적극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실적 부진이 장기화됨에 따라 면세점 산업 경쟁력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기업가치 반등을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성장 전략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한·중 교류 확대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내년 말까지 한국인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한중 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중국 내 온라인 면세 채널의 성장과 국내 면세사업자들의 협상력이 증대될 것이란 점을 기대하는 시각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면세점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신사업을 도모하기보단 수익성 회복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