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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푸라기]"숨은 보험금 찾아가세요! 제발~"

  • 2021.10.30(토) 08:20

숨은 보험금 '12조3971억원' 달해
은행금리보다 높은 지연이자 부담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연말 보험업계 단골손님이 또 찾아왔습니다. 이른바 '숨은 보험금 찾아주기' 캠페인인데요. 최근 NH농협생명이 이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죠. 농협생명에 쌓인 숨은 보험금만 올해 9월 말 기준 약 34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업계 3위사 교보생명의 작년 당기순이익이 38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수치죠.

숨은 보험금은 청구 또는 지급되지 않은 보험금을 의미합니다. 보험계약 기간 중 특정 시기나 조건을 만족하면 지급되는 중도(분할)보험금, 보험계약 만기 이후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이전인 만기보험금, 보험금 소멸시효가 완성됐지만 계약자 등이 찾아가지 않은 휴면보험금 등을 모두 아우르는 말입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현재 숨은 보험금 규모는 총 12조3971억원이라고 하는데요. 중도보험금이 총 8조730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만기보험금 3조430억원, 휴면보험금 6238억원 등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험업계는 2017년 말부터 금융당국과 보험 가입내역과 숨은 보험금을 통합조회할 수 있는 '내보험찾아줌' 홈페이지를 열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찾아주는 보험금만큼 찾아줘야 할 보험금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인데요. 업계가 3년 반동안 11조3209억원을 찾아주는 동안 찾아줘야 하는 보험금은 2017년 말 9조1669억원에서 올해 8월 12조3971억원으로 35.2% 증가했다고 합니다.

얼핏 '보험사에 보험금이 남으면 다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좋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업계는 "제발 좀 찾아가 달라"고 입을 모읍니다. 고객에게 숨은 보험금을 찾아가라는 안내밖에 할 수 없는데 매년 국정감사 시즌에 '일부러 찾아주지 않은 것 아니냐'고 질타가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또 있습니다. 보험사 자산운용에도 문제인데요.

보험업계는 전체의 95%를 차지하는 중도보험금과 만기보험금은 숨은 보험금 계산에서 제외해야한다고 강조합니다. 두 보험금은 소비자가 몰라서 청구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그대로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입니다. 자발적 미청구 보험 성격이 강하다는 건데, 일부 고이율 고정금리 보험상품에 가입한 사람들은 '재태크' 수단으로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규정상 보험사들은 숨은 보험금에 대한 지연이자를 계산할 때 1년 이내는 평균 공시·예정이율의 50%를, 1년을 초과한 기간은 고정금리 1%를 더해줍니다. 은행 예금금리가 0.1%, 적금금리가 1.5%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금을 청구할 유인이 부족한 것이죠. 숨은 보험금이 보험사 부채(지급 준비금)로 잡히는 것도 부담입니다. 부채가 쌓이면 자산건전성의 위협을 받기도 하죠.

이런 상황에서 내보험찾아줌 홈페이지 이용 건수는 2018년 455만건에서 2019년 309만건 지난해 294만건으로 점점 더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더 손쉽게 보험금을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금융당국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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