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대출금리 인하 요구에 속속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다. 이런 대출 금리 인하 행렬에 카드사들도 동참하면서 카드론 금리도 소폭 인하됐다.
반면 저신용자의 급전 창구인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은 물론 카드사의 대출 금리는 낮아지고 있는데 저축은행 대출 금리만 나날이 고공행진 중인 것이다.
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저축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자금 대출 금리는 연 14.82%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4.75% 대비 0.07%포인트 올랐다.
저축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달에도 계속 상승했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SBI저축은행 '직장인대출' 평균 금리는 19.47%로, 전달(19.02%)보다 상승했다. 페퍼저축은행의 '페퍼스 비상금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 2월 말 기준 18.15%로 전달(17.12%) 대비 1.03%포인트 올랐다.
반면 시중은행과 카드사의 대출 금리는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월 신용 대출금리는 6.12%로 전달 6.61% 대비 0.49%포인트 내려갔다. 이는 은행들이 지난해 12월부터 가산금리 계속해서 인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12월 이후 계속해서 가산금리를 내린 것이 1월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장기카드대출(카드론) 평균 금리는 15%로 지난달 대비 0.06%포인트 소폭 하락했다.
특히 우리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지난 1월말 기준 14.70%로 전월(16.36%) 대비 1.66%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12월 16%대를 기록했던 우리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가 14%대로 하락한 것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는 한시적으로 금리 인하 마케팅을 중단했었는데 다시 시작했다"며 "카드론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시중은행처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와 신한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도 각각 15.13%, 14.67%로 전월 대비 0.53%포인트, 0.36%포인트 하락했다.
시중은행과 카드사와 반대로 저축은행 대출 금리가 상승세인 이유는 조달금리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은행채 발행과 예·적금 두가지 방법으로 대출자금을 조달한다. 최근 채권 금리가 내리면서 시중은행들은 이에 따라 대출금리를 떨어뜨릴 여력이 생겼지만, 저축은행은 그렇지 않다.
저축은행의 경우 시중은행과 달리 자금 조달 방법이 예·적금뿐이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2%대에서 6%대로 약 3배 가까이 뛰었다. 이에 따라 조달 금리도 급격하게 상승했다. 이런 이유로 대출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높아지는 것도 금리 인하의 걸림돌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3.0%였다. 전 분기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고객군이 중저신용자로 신용점수가 높은 시중은행과 고객군이 다르기 때문에 연체율 등 리스크 관리 비용을 가산 금리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월부터 예금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에 대출금리는 3월부터 낮아진 금리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