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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건 '연금' 뿐이야…은행들 올해 연금영업 강화

  • 2024.02.26(월) 07:30

디폴트 제도 도입 후 은행 퇴직연금 적립금 '쑥'
수수료 수익에 기업금융 강화까지…'일석이조'

은행들이 올해에도 퇴직연금을 핵심 영업 분야로 꼽는 분위기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원금 대규모 손실 우려로 인해 금융투자상품 판매 등이 제한되자 수수료 수익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수수료 수익극대화 뿐만 아니라 최근 몰두하고 있는 기업금융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은행들이 퇴직연금 영업에 집중하는 이유로 꼽힌다. '도랑치고 가재까지 잡을 수 있는' 분야라는 얘기다.

디폴트제도 효과?…연금시장 쑥쑥

26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있는 10개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89조4407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 162조6674억원과 비교해 16% 늘어난 수준이다. 

은행들의 퇴직연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해 7월부터 도입된 '디폴트옵션'(사전운용지정제도)의 효과가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부터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사전에 지정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은행이 알아서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퇴직연금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되는데 가입자의 회사가 운용하되 투자수익은 회사로 귀속되는 확정급여형(DB형), 근로자가 직접관리하며 투자수익이 근로자에 귀속되는 확정기여형(DC형), 그리고 개인형 퇴직연금(IRP)등으로 나뉜다. 

이중 은행이 운용하던 퇴직연금은 대부분 DB형에 몰렸지만 수익률은 예금보다 낮은 수준이 대부분이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 이후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다보니 적립된 퇴직금을 대부분 예금과 같은 안전한 투자처로 예치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용자의 동의를 얻으면 더 수익률이 높은 시장에 금융회사가 알아서 투자해주는 디폴트 옵션이 DC형과 개인형IRP에 도입되자 적립금액이 점차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금융소비자들이 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금융회사가 알아서 투자해주는 만큼 편리한 제도가 도입되자 DB형에 묶어두던 퇴직연금을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DB형에 적립된 퇴직연금은 2022년 말과 비교해 10% 늘어났지만 DC형은 16%, 개인형IRP는 2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지난해 7월 디폴트 제도가 도입된 이후 더욱 빠르게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금융소비자의 니즈도 있었지만 은행들 역시 관련 영업을 강화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일석이조 퇴직연금…올해도 영업 박차

퇴직연금 디폴트제도 도입은 은행들 입장에서도 수익원을 다각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올해에도 연금영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IRP 퇴직연금 가입자가 디폴트 옵션을 통해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할 경우 은행은 추가 수익원을 기대할 수 있다. 예금 등에 예치되는 경우와 달리 금융투자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한다면 운용 보수 등 추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서다. 게다가 퇴직연금은 대부분 가입자가 장기간 가입하기 때문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기도 하다.

특히 최근 ELS사태 등으로 인해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통한 비이자이익원을 늘리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퇴직연금 판매는 몇 안 남은 핵심 수수료 수익원이기도 하다.

은행 관계자는 "DLF, ELS 등 최근 몇년 사이 금융투자상품 판매와 관련해 은행에는 악재가 연이어 겹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금융투자상품 판매 등이 어려워지고 각종 수수료는 무료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어 퇴직연금이 은행의 비이자수익원을 보전해줄 수 있는 몇 안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퇴직연금은 단순 수수료 수익 뿐만 아니라 은행이 최근 몰두하고 있는 기업영업과도 시너지가 난다는 점도 은행들이 퇴직연금에 집중하는 이유다. 

개인형IRP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퇴직연금 가입은 여전히 DB형과 DC형 등 근로자가 속한 기업을 통해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상 기업영업은 대출 유치 등이 주가된다고는 하지만 이와 동시에 주거래 은행으로 가입을 유도, 퇴직연금 가입까지 유도한다면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근로자의 연금 운용수수료 등을 한번에 기대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은행 한 기업금융 관계자는 "기업과의 거래를 할 때에는 대출영업 뿐만 아니라 수신 유치, 연금 유치 등 다양한 방면으로 영업을 진행한다"라며 "퇴직연금은 은행의 수익원을 다각화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금융에서도 핵심 영업 영역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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