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호실적을 냈던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순이익 규모를 2분기에도 유지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쓰기도 했다.
하지만 2분기만 따져봤을 때는 순익 증가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순익 추이로나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서나 아쉬운 이유다.
순익규모는 수성…성장성은 과제
하나금융지주는 26일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2분기 1조3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분기 1조340억원과 비교해 0.1% 늘어난 수준이다. 순익 규모가 지난 1분기와 비교해 비슷하기는 했지만 순익 증가세를 이어주지는 못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1분기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보상을 위한 충당부채와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 등 일회성 요인이 사라졌음에도 이익을 늘리지 못해서다.
비슷한 요인으로 1분기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던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는 모두 전분기 대비 순익을 크게 늘리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게다가 이번 2분기에는 종전 충당금으로 전입했던 금액 중 1457억원이 환입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먼저 치고나간 하나금융의 수익성 확대 전략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핵심 수익지표를 살펴보면 이자이익은 2조1610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2조2206억원과 비교해 2.7% 줄었다. 이자 수익성 지표가 악화한 영향이 크다. 하나금융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 1분기 1.77%에서 올해 2분기에는 1.69%로 0.08%포인트나 빠졌다. 대출자산이 400조3630억원으로 1분기말보다 5.4% 증가했음에도 이익이 줄어든 이유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상반기 우량자산 선점을 위해 금리 경쟁력이 높은 상품들을 제시했고 이에 따라 예대 프라이싱이 악화하며 순이자마진이 하락했다"며 "다만 하반기에는 자산 리밸런싱(재분배) 되면서 순이자마진 등의 수익지표가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수수료이익이 1분기 5128억원에서 5200억원으로 1.4% 늘어나면서 이자이익 감소분을 만회했다.
아쉬웠던 핵심 계열사들
핵심 계열사 하나은행은 1분기보다 순익을 끌어올리면서 맏형 노릇을 했다. 올해 2분기 하나은행의 순익은 9077억원으로 1분기 8432억원 대비 7.7% 늘었다. 은행 전체 원화대출 잔액은 308조1480억원으로 2분기 석달 새 3.9% 늘었다.
순익이 늘어나긴 했지만 아쉬움을 지우기는 어렵다. 2022년과 2023년 '리딩뱅크'(국내 은행 중 최다 순익)에 올랐었던 과거가 무색하다. 올해에는 이 타이틀을 다른 은행에 내줄 분위기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2분기 1조원이 넘는 순익을 냈고, 우리은행도 하나은행과의 순익 격차를 300억원대로 좁혔다.
핵심 비은행 계열사인 하나증권의 순익 감소가 가장 뼈아픈 대목으로 꼽힌다. 하나증권의 올해 2분기 순익은 413억원으로 지난 1분기 899억원과 비교해 54.1% 줄었다.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손실 우려가 커짐에 따라 충당금 적립 규모를 늘린 영향이라는 게 하나금융 측의 설명이다.
하나캐피탈은 올해 2분기 509억원의 순익을 냈다. 1분기와 비교해 15.4% 감소하며 아쉬운 2분기를 보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충당금을 지난 분기보다 많이 쌓은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나캐피탈은 지난 1분기 43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는데, 2분기에는 610억원으로 41%나 늘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은 하나저축은행은 적자로 전환했다. 하나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18억원의 순익을 냈지만, 2분기에는 54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하나카드가 순익을 끌어올린 점은 위안거리였다. 하나카드는 지난 1분기 535억원의 순익이 2분기에는 631억원으로 9.91% 늘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골고루 늘어나면서 하나금융의 계열사 중에서는 가장 균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M&A보다는 '자체 경쟁력'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2분기 핵심 비은행 계열사가 주춤하면서 비은행 계열사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금 강조되는 모습이다.
다만 하나금융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덩치 키우기보다는 내실 중심의 경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을 견지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포스증권 인수를 통한 증권사 출범, 생명보험사 인수 등을 추진하는 것과 비교된다.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박종무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비은행 계열사가 약한 것은 사실"이라며 "보험과 증권사의 자체 경쟁력을 키우고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M&A나 투자 제휴도 필요는 하다"라면서도 "자생력과 그룹 시너지, 본업 경쟁력 강화 등의 측면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