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지연 사태 수습과 동시에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회사의 건전성 악화 등을 이유로 환불을 한때 거부했던 PG(전자결제지급대행업체)사들에게도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상품권과 포인트 등 선불충전수단에 대한 관리·감독도 한결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난 1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티몬·위매프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범 정부 차원에서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서는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관련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위기 노출된 PG…규제로 '안전장치' 만드나
PG 업계는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지연 사태가 본격화하자 소비자의 결제 및 환불 요청을 모두 불허한 바 있다. 당시 PG 업계는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결제 관련 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환불을 모두 받아줬다가는 PG사들의 건전성이 악화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정상적으로 PG업계를 중간 결제대행사를 두고 거래를 해왔던 다른 상거래 기업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도 했다.
이후 금융당국이 PG사들이 일방적으로 소비자들의 환불을 거절하는 것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자 점진적으로 환불 절차를 개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PG사들의 이같은 행보가 그동안 리스크 관리를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당장은 티몬과 위메프 등과 같은 자금 흐름의 꼭대기에 있는 플랫폼 기업들에 에스크로(제3자 결제대금예치) 가입 의무 대상 확대, 보증보험 가입 의무 부여 등이 논의되고 있는데 중간 단계인 PG사들에게도 이와 같은 안전장치 마련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티메프 사태에서 PG사가 피해를 나홀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는데 이를 막기 위한 제도 도입도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와 같은 문제 발생 시 관련 법령 상 PG사가 책임을 온전히 뒤집어 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규정을 손봐 리스크를 계약사(e커머스 등 가맹점·신용카드사 등)들에게 분산시키는 다중 안전장치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PG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은행 등 금융회사 등과 마찬가지로 미래 발생 손실 가능성을 예상해 충당금 적립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현재 은행법, 보험업법 등 금융회사에 관한 법률에는 불건전한 자산에 대한 적립금을 보유할 것을 명시함과 동시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이를 감독하도록 돼 있다. 보유한 자산의 부실 가능성을 미리 살펴보고 이러한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회사 경영에 문제가 없도록 충당금을 적립해 두라는 얘기다.
실제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매 분기 마다 보유 자산의 부실 가능성을 살펴 일정 규모를 부채(충당부채)로 쌓는다. 이를 대손충당금이라고 한다.
이 경우 PG업계는 수많은 가맹자들의 리스크 평가가 가능한 인프라 신설, 충당금 적립 등으로 인한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현금성 결제수단, 규제 강화 될까
티몬·위메프 사태로 해피머니 등 상품권 업체들까지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선불충전의 형태를 보이는 상품권 등에 대해서도 다시금 점검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현재 상품권은 비금융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결제 수단 중 하나다. 금융권에서는 '포인트'라는 이름으로 활용되는 상품권과 비슷한 성격의 선불충전금도 최근 각광받는 결제 수단 중 하나다.
상품권이나 선불충전금 모두 기업이 소비자로부터 직접 현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운영되는 추세다. 상품권 판매금이나 선불충전금은 회계상으로는 '부채'로 인식되긴 하지만, 팔린만큼 기업의 현금 흐름이 좋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관련 규제가 촘촘하지 않다는 점이다. 티몬·위메프 사태로 '문화상품권'으로 널리 알려진 해피머니 역시 관련 규제가 미비했기 때문에 도산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피머니는 자본잠식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돼 왔기 때문에 티몬·위메프 사태가 터지자 현금흐름이 막히면서 발행했던 상품권의 가치를 보전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라며 "과거에 있었던 상품권법 등이 폐지된 이후 상품권 발행에 대한 마땅한 규제가 없었던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상품권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돈'을 미리 받아 사용하는 선불충전금 서비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일단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간편결제 기업 등에 대해서는 선불충전금의 발행액 규모에 따라 이를 별도로 관리하는 방안이 담긴 전자금융법 시행령을 마련해 오는 9월 도입하기로 했다.
상품권은 여전히 사각지대다. 과거에는 '상품권법'등 관련 법이 있었지만, 해당 법안이 폐지된 이후에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게다가 발행이 지나치게 쉬웠기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상품권을 발행, 주무부처를 확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관련 규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최근 국회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을 포함한 유관기관들이 규제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상품권에 대해서도 보증보험 의무 가입과 선불충전금에 적용할 전자금융법 시행령과 마찬가지로 발행 규모에 따른 판매액 관리 의무 등이 부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는 물론 관련 부처 수장들도 규제를 통한 안전장치 마련에는 동의한 상황인 만큼 관련 규제 도입의 틀만 정해지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