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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무한대' 증가하는 한국…재계·학계, "입법 개혁" 한목소리

  • 2024.09.02(월) 07:30

과잉 입법으로 기업 옥죄는 규제 '홍수'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폐지 등 촉구

재계가 국회의 법안 발의에 따른 규제 양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2대 국회는 지난 5월 30일 출범 이후 3개월 동안 약 300건 이상의 규제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하루에 한 건 이상의 규제 법안이 발의된 셈으로 세간에서는 국회가 1일 1규제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와 혁신이 지속적으로 발목 잡히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규제 입법, 산업 경쟁력 저하와 경제 부담 초래

​ 연도별 규제 입법 변화 추이./그래픽=비즈워치. ​

2일 재계에 따르면 국회의 과잉 입법과 부실 입법이 기업 경영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규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복되는 규제 법안이나 충분한 검토 없이 급하게 발의된 법안들은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의 입법 발의 건수가 처음으로 2만건을 돌파한 후 규제 법률 공포도 연간 40건 수준에서 70건까지 치솟았다. 최근 5년간(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신설‧강화된 규제 법률은 총 304건(공포 기준)이다.  그중 절반에 달하는 151건이 기업에 부담이 되는 경제적 규제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의 자유로운 시장 진입을 저해하는 진입규제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경제적 규제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75.5%, 114건)을 차지했다. 그 외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관련 경쟁 규제가 22건(14.6%), 가격규제는 5건(9.9%)으로 조사됐다.  

국회의원 발의 및 후속처리 현황./그래픽=비즈워치.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의원발의가 회기마다 최대치를 경신하며 입법 품질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규제 대부분이 의원입법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발의 법안에 대한 효과와 부작용 등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대한상의 규제샌드박스실 팀장은 "규제는 한번 도입하면 없애기 어렵고, 개선이나 폐지에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규제 신설은 더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개별규제 개선뿐만 아니라 규제의 생성부터 유지 및 관리, 폐지에 이르기까지 관리하는 시스템이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려의 목소리는 학계에서도 나온다. 곽노성 연세대학교 글로벌인재대학 교수는 "지나친 형벌 위주 접근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잘못으로 과도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기업이 도전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기 보다, 기업을 움츠리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재계·정치권, 법인세 인하 등 개선 촉구

국회 전경./사진=국회 제공.

한국경제인연합회(한경협)도 나섰다. 한경협은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폐지와 법인세 3%포인트(p) 인하 등 기업을 옥죄는 법안의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한경협은 22대 국회 개원에 맞춰 국회에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 규제 입법 폐지를 제언했지만 아직 통과되지 못했다. 해당 규제는 최대주주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근래에는 기업의 경영 효율성과 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이 제한을 폐지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폐지 논의는 주로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과 관련이 있어 재계와 정치권이 첨예하게 맞서는 부분이다.

한경협은 폐지 주장에 대해 "최대주주는 의결권 제한을 받지만 투기자본은 '지분 쪼개기'를 통해 보유 주식 의결권을 모두 행사할 수 있다"며 "해외 투기자본이 이 제도를 활용해 주가를 교란시켜 시세차익을 거둔 뒤 철수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정치권은 이 규제가 유지됨으로써 최대주주가 자신의 지분율에 비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고,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 쉽게 답이 나오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인세 3%p 인하 촉구에 대해서도 한경협은 "현재 체감경기가 어렵고 인구 위기와 성장 둔화 등의 구조적 과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업친화적인 세제 환경을 조성해 역동적 경제성장을 지원하려면 정부가 발표한 올해 세법 개정안이 개선 및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후장대 기업들과 석유화학 기업들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는 시점에서 높은 법인세는 기업들의 재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만큼 국회와 정부는 기업친화적인 세제 환경으로 기업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한국경제인협회 전경./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현재 한국의 주요 경쟁국 중 하나인 싱가포르와 홍콩은 각각 법인세율이 17%, 16.5%로 우리나라(25%)가 훨씬 더 높다. 특히, 싱가포르는 다양한 세금 감면 혜택과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해 글로벌 기업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사업을 확장하거나 본부를 설립하는 데 매력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3%p를 내려도 싱가포르보다 높기는 마찬가지다. 

이혁우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규제 법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폐지는 더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 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규제 개선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의원입법의 경우 정교한 시스템으로 규제 영향 평가를 하는 정부 입법과 달리 10명의 의원 찬성으로 법안 제출이 가능하고, 사전 영향분석이 없어 불필요한 규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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