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인사이드 스토리]집 짓는다며 대출은 통제…딜레마 빠진 부동산금융

  • 2026.07.28(화) 13:00

총량규제에 은행 대출여력 급감…'셧다운' 우려
공급 뒷받침 할 금융까지 막는 구조…실수요피해
청년·실수요 핀셋 완화 요구…총량규제 무력화
"총량규제 기준·운영방식 근본적 재검토" 목소리

집은 더 짓겠지만, 대출은 더 줄이겠습니다.

모순처럼 들리지만 현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마주한 딜레마입니다. 정부는 집값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 공급 확대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핵심 수단으로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앞세우면서 정작 공급을 뒷받침할 금융과 실수요자 대출까지 막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수요자 피해가 현실화하자 정부도 잔금·이주비·중도금 등 집단대출과 실수요자 수요를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고심 중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예외가 늘어날 수록 총량규제 실효성이 떨어지는 또다른 딜레마에 직면한다는 점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KTV 캡쳐

이재명 정부 부동산 해법은 '금융'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중심 축으로 삼은 것은 '금융'입니다.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부동산 문제를 풀어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금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투기성 자금을 차단하고 부동산으로 쏠린 자금을 생산적인 분야로 돌리기 위해서는 금융을 통해 시장을 관리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실제 지난 1년간 발표된 부동산 정책도 대부분 금융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가계대출 총량관리 강화와 주택담보대출 규제, 전세대출 관리 등이 대표적입니다. 금융을 통해 집값 상승 기대를 낮추고 '빚내서 집 사는' 시장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입니다. 

문제는 금융이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를 억제하는 규제 수단인 동시에 공급을 움직이는 필수 기반 역할도 한다는 점입니다. ▷관련기사 : "가계대출 총량규제 풀어달라"…한 주택판매업자의 하소연(7월15일)

공급 발목 잡은 총량 규제 

부동산 시장을 강물에 비유하자면, 공급은 강폭을 넓히는 일이고 금융은 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수문 역할을 합니다. 과열기에는 수문을 조여 물살을 조절할 수 있지만 공급을 늘려야 하는 시기까지 수문을 닫는다면 아무리 강폭을 넓힌다고 해도 물은 흐르지 않게 됩니다. 

현장에서는 이미 이런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신규 분양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려면 중도금, 이주비, 잔금 등 집단대출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합니다. 매매시장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거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매물도 중요하지만 거래가 가능하도록 자금이 융통돼야 합니다. 

결국 공급 확대와 실수요자 보호라는 두 정책 목표가 모두 금융규제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상반기 중 올해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대부분 소진해 대출 조이기에 나섰습니다. 일부 은행은 신규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사실상 멈추거나 자체 목표를 더욱 낮춰 운영하고 있습니다. 총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대출 한도 축소와 우대금리 조정이 불가피합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실수요자 구제?…총량관리와 충돌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현금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입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와 입주를 앞둔 분양 계약자 모두 총량 안에서 관리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23일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오는 8월 입주를 앞둔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잔금대출이 막혀 입주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정부도 청년, 실수요자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한 보안 대책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입주자 모집공고 시점을 기준으로 6·27 등 규제 이전인 경우 잔금대출이 가능하도록 은행과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 "잔금대출 안나와 입주 못해"…대통령 "황당무계한 일 최소화"(7월23일)

잔금·이주비·중도금 등 집단대출을 총량관리에서 일부 제외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례를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만큼 개별 사례를 심사하는 방식(여신심사위원회 구성)도 함께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련기사 : "사전청약 대출도 점검"…규제 속 '핀셋 지원' 예고(7월27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수요자 범위, 적용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실수요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집단대출은 말 그대로 집단적(단지별, 아파트별)으로 내주는 대출이기에 '덩어리'가 크다는 점입니다. 일부만 예외를 인정해도 은행 총량관리를 사실상 무력화 할 수 있게 됩니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8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4300여 가구, 수도권에만 약 9000가구가 있습니다. 현재 주담대 대출 최대치인 6억원의 절반인 3억원만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해도 수도권만 2조7000억원, 전국 기준으로는 4조2900억원에 달하는 대출이 필요합니다. 

올해 5대 은행의 '주담대 목표치'는 1조7000억원,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는 4조3400억원입니다. 8월 입주 물량에 필요한 대출 규모만 올해 5대 은행의 주담대 목표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5대 은행을 비롯한 은행, 상호금융권은 이미 연간 주담대 대출 관리 목표를 대부분 넘어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집단대출과 정책모기지 등 일부를 잇따라 총량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면 총량관리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총량관리 기준, 운영방식 재설계 요구

전문가들은 '금융'만으로 부동산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현재 시장안정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공급인데, 금융을 억제해서는 공급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대출 총량이 과연 위험 수준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도 나옵니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이 정말 문제인지도 따져봐야 한다"면서 "가계부채 자체의 질이나 양의 문제는 실상 심각하지 않은데, 이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잡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면 과연 금융정책으로 이를 실행하는 것이 맞는지 다시 한번 정책 목표 등을 따져봐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선택해야 하는 것이 실수요자 구제나 총량규제 유지 둘 중 하나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공급 확대와 금융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정책 목표에 맞춰 총량관리 기준과 운영방식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문제가 터지면 터진 곳만 메꾸려는 미봉책으로는 현재의 정책적 모순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보기 )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