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무역 장벽에 가로막혔던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희망이 북미 시장에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되는 전기차의 선전이 예상되고 있어 중국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패러데이퓨처는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17 미디어 이벤트에서 전기차 ‘FF91’ 모델을 공개했다. 이 모델은 2.39초 만에 시속 60마일에 도달해 경쟁자인 테슬라의 모델S P100D보다 0.11초 가량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패러데이퓨처는 지난해 CES에서도 최고 시속 320km의 전기차 시제품을 발표하며 테슬라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이어 올해도 테슬라보다 가속성능이 좋은 모델을 내놓으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패러데이퓨처는 테슬라 CEO인 앨런 머스크의 SNS를 인용하며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엘런 머스크는 자신의 SNS에 루디클로스(모델S의 고성능모드)의 특징으로 시속 0에서 60마일까지 2.34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패러데이퓨처는 자사 SNS에 이를 첨부했고 앞으로 FF91의 가속성능을 더 높일 계획임을 밝혔다. 전기차 업계에선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서 패러데이퓨처와 테슬라 간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FF91이 사전 예약대수 6만대를 돌파하며 선전하고 있다는 점도 패러데이퓨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 패러데이퓨처의 FF91(자료: 패러데이퓨처 트위터) |
이처럼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패러데이퓨처의 선전이 국내업계에도 관심을 높은 것은 LG화학이 이 회사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패러데이퓨처와 LG화학은 파트너십을 통한 전기차 배터리 기술 개발을 통해 에너지 밀도가 높은 전기차용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배터리는 패러데이퓨처가 적용할 전기차 전용 배터리 플랫폼인 VPA에 탑재될 예정이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의 배터리 사업이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태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국내 기업이 생산한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은 제외한 탓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은 전기차 업체가 북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점은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 북미 전기차 시장은 중국과 함께 양대 시장으로 꼽히고 있으며 배터리 출하량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LG화학은 패러데이퓨처 뿐 아니라 GM과도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GM의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이 시장에서의 성과도 커지고 있는 상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출하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집계량 조사 결과, LG화학은 전년대비 61.3% 증가한 약 662MWh를 기록하며 일본의 파나소닉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유신재 SNE리서치 상무는 “중국이 자국 배터리 보호정책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 가운데 미국에서 국내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LG화학 관계자는 “북미 지역에서도 다양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며 “자사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가 얼마나 팔리는지 추이를 지속적으로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